자포리자의 무너진 교회 건물
교회
라드뉵 신부, 우크라 동방 교회의 부활절 소식 “폭격 가운데 미사를 봉헌합니다”
동방 교회의 부활 축제 기간인 지난 4월 15일 밤과 16일에도 멈추지 않는 폭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 희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드니프로에서 활동하는 살레시오회 올레흐 라드뉵 신부는 길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언제나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재협 신부
동방 교회의 부활 축제 기간에도 우크라이나에 끊임없이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 4월 15일 밤 자포리자 지역에 S-300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쿠슈훔의 성 미카엘 대천사 정교회 성당이 파괴됐다. 공동체 대표 유리 카라페티안 씨는 “평소엔 사람들로 가득했던 파스카 성야였지만 이날 폭격으로 인해 부활절 음식 축복을 비롯한 그 어떤 축복 예식도 거행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지역 성당엔 예상되는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예식을 거행하지 말라는 지침이 전달된 상태였다. 자포리자 핵발전소 인근에 위치한 니코폴 성당도 미사일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당시 성당 내부에 있던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측은 이날 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이 도네츠크의 거룩한 변모 성당 근처에 떨어져 파스카 성야 미사에 참례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이것은 전쟁입니다
살레시오회 올레흐 라드뉵 신부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폭탄이 떨어지고 교회까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부활절에 이 소식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동방 가톨릭 교회 자포리자주 도네츠크 지역을 담당하며 드니프로 지역에서 교사 겸 군종 신부로 활약하는 라드뉵 신부는 몇 시간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최근 종교 예식 장소가 더 많이 파괴됐다”며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이 거의 날마다 일어난다”고 말했다.
“폭탄은 주로 밤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오전이나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주님 부활 대축일 전례 예식을 거행하지 않았습니다.” 현지의 많은 성당들이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쿠슈훔의 성 미카엘 대천사 정교회 성당은 완파돼 복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사 중 폭격
라드뉵 신부는 올해 부활절 미사를 군인들과 함께 거행했다. “제가 부활 미사를 집전한 성당에서도 폭발음이 들리긴 했지만, 다행히 미사일이 근처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라드뉵 신부는 침통한 목소리로 이 같이 설명하며, 무엇보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의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저는 군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무도 미사 중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보호를 확신했으며 우리는 미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부활이 죽음을 이기고 어둠을 이기는 빛의 승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희망과 선이 항상 악을 이길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말을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실제로 헤르손에서는 몇 시간 전 두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라는 희망과 우리 가운데 있는 악을 이기실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