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셨는지요? 며칠전 병원에서 퇴원한 김영덕입니다.
미스리가 ‘김영덕 선생님은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저도……’란 글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해드렸었는데…… 혈압? 제가 정상인보다 아주 조금 혈압이 높은건 사실이지만, 혈압으로 쓰러진건 아니지요. 그래도 명색이 20대인데, 말이 되남? 에어컨과 당시 폭우로 인해 커진 일교차, 무절제한 퇴폐향락적인 생활로 인해 심한 감기몸살에 걸린게 잠시 병원에 입원하게된 이유입니다. 물론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치욕적인 꼴을 선보인 한화도 병이 악화된 이유중 하나죠. 지난 26일, 한화의 패배가 확정된 후 모멸감에 눈물을 흘리며 침대에서 떨어져 나뒹굴었는데…… 아마 이것 때문에 미스리가 ‘혈압’이 문제가 됐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의 지푸라기를 잡고 있었는데…… 이제 한화의 5할 승률-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렵게 되버렸군요. 한심한 한화 때문에 병원에서도 간호사에게 베개를 던지는 둥 발광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버린 탓인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나 할까요? 물론 ‘롯데나 LG중 한팀이 급전직하, 한화는 연승’ 요런 기적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8월 중순까지는 기다려봐야겠지만요. 어쨌든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상태를 유지하기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은 게속 한화 응원해 주세요.
제가 스포츠조선 팬클럽 게시판, 다음 한화 팬클럽 게시판, 한화 홈페이지 게시판, 이 세곳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예전에 말씀드린 적 있죠? 병원에 있는 동안, 그리고 며칠전 퇴원해서도 이 세곳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의 충실한 비서(?)인 미스리는 이 세곳을 주도면밀하게 체크하고, 대부분의 글들을 복사해놓았죠. 플로피 디스크 한장에 빽빽히 채운 미스리의 보고서(?)를 어제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스포츠조선 팬클럽에선 한화와 롯데의 전쟁이 한바탕 펼쳐졌더군요. 지난 28일에 나온 고의사구성 볼넷(조경환)이 발단이 된 것 같은데……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올해들어 가장 치열했던 (게시판)전쟁이 아니었나 사려됩니다. 욕설과 도배는 기본이고, 언젠가부터 단골손님이 된 스크립트 태그에 듣지도보지도 못한 묘한 에러까지…… 글쎄요, 과연 이정도까지 무차별 생쑈가 펼쳐져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94년, 강병철이 롯데를 버리고(?) 한화로 오면서 시작된 한화와 롯데의 피튀기는 복수혈전이 떠오르더군요. 상대방 구장에서 구단 버스가 박살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치고박고…… 대단했었죠, 그때. 이 이야기는 나중에 ‘옛날야구’에서 다룰 예정이기도 한데, 관심있으신 분은 기대하세요. 다시 싸우자는 말로 오해하진 마시구.
어쨌든, 한화 게시판에선 뉴페이스, (화학지원대대님의 표현에 의하면) ‘대물’이 탄생했더군요. 주간 MVP까진 아니더라도, 화제의 인물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다름아닌 ‘깡다구 방독면’님. 이분은 예전에 자기가 미스리의 앤이라며, 이제 김영덕이는 물러나야한다며 저한테도 시비를 건바 있죠. 화려한 욕짓거리 실력과 고도의 기만-교란-선동-분열 전술을 바탕으로 이번 전쟁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했더라구요.
깡다구 방독면님은 참 재미있는 분 같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미친척 하고 날뛰는 무지랭이같은데, 꼼꼼히 분석해보면 상당한 고단수죠. 난쟁이스-X만한쓰으님의 롯데게시판 테러, 화학지원대대님의 맹목적인 추종, 그리고 몇몇 롯데팬분들의 도발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한화팬들의 암묵적인 동의까지도요. 처음엔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쇼를 벌이는 듯 했지만, 막판엔 거의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깡다구 방독면님의 글…… 두산의 두산무대포님이나 해태의 광주해병대님을 벤치마킹한 듯이 보이고, 어떤 면에선 깁플님이나 저 김영덕이의 어투도 약간 흉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옘병에 땀못빼고 죽을 X’, ‘그지 똥구멍에서 콩나물대가리 빼먹을 X’, ‘급사맞을 X’ 이런 표현들은 그야말로 국어사전을 한참 찾아봐야 나오는 고풍스러운 욕들인데, 자유자재로 구사하더군요. (미스리를 시켜 사전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자신이 연대본부 참모부 작전과 화학병이라고 소개했던데…… 글쎄요, 제가 보기엔 거짓말같진 않더군요. 저두 예전에 잠깐 연대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그쪽은 잘 압니다. (연대본부뿐만 아니라 똥포도 오래 만졌었고, 의무대 두달, 포대 한달, 간첩잡는답시고 보병 노릇도 두달, 아무튼 싫증안나게-버라이어티하게 군생활을 했죠.) 화학병이라면 화생방과 관련된 각종 장비와 교보재를 맘대로 주무르고 있을텐데, ‘수포작용제’같은 무시무시한 건 없으니까 못가지고 나오더라도, 최소한 탄약고에서 연막탄같은 걸 빼내 가지고 나올 수도 있겠네요. 이사람 탈영하자마자 사직구장으로 쳐들어가 연막탄 터뜨리려는거 아냐? 히히, 혹시 나와 마주치게 되면 아다라시 방독면이나 하나 선물해주셔. 부록으로 아트로핀도…… 북한의 화생방 도발에도 대비해야하니까. 총은 동사무소에 있으니까 필요없구.
전쟁에 참전하신 분들과 전쟁으로 피해를 보신 분들껜 죄송하지만, 아무튼 저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볼거리였습니다. 가끔씩, 하나의 자극제로 이런 생쑈가 펼쳐지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오래 끌지 말고, 끝날 때 긑날 줄 알아겠지요.
다음 한화팬클럽에선 대표이사님과 다른 회원분들간에 ‘장종훈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더군요. 글쎄요, 올시즌 장종훈의 팀공헌도가 그리 높지 못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분들이 인정하는 사실아닌가요? 대표이사님의 글을 읽고 화가 나셨다면 역설적으로, ‘공감’을 했기 때문에 화가 나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나두 안다, 그런데 그걸 끄집어내서 어쩌자는 건가? 가뜩이나 요즘 성적도 엉망이라 분위기도 안좋은데’…… 대략 이런 기분이 드셨을 것 같네요. ‘장종훈과 강석천의 20-20클럽(홈런-병살, 도루-병살) 달성 여부’같은 ‘비꼬기’에 관한 언급도 있었는데, ‘비꼬기’ 전문(?)인 저 김영덕이의 입장에선 당연히 ‘비꼬기’는 적극 장려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찬호의 들쭉날쭉한 컨트롤을 지적해야할 때…… A4 용지에 각종 기록(숫자)을 빼곡히 나열하는 것 보다는, ‘찬호보다 구단주의 컨트롤이 더 좋다’는 식의 위트있는 말 한마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명색이 다음 한화팬클럽 회원(스페샬?)인데 다음 한화팬클럽 회원으로서 걸맞는(?) 활동을 하지 못한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정팅도 한번쯤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일요일 밤은 사정상 제가 컴을 만지지 못하는 때라…… 정팅 시간좀 바꿔주시면 안되남? 히히. 그리고 대표이사님, ‘구대성 해외진출……’ 그분 맞으시죠? 저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예전에 구대성 보직 문제로 논쟁을 벌일락 말락 했었죠.
한화 홈페이지 게시판은 팀성적 탓인지 부쩍 썰렁해진 것 같네요. 스포츠조선 팬클럽 게시판-한화vs롯데 전쟁의 여파만 간헐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미스리의 ‘김영덕 선생님은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저도……’ 이 글이 삭제된 이유가 뭐죠? 문제가 될만한 내용도 아닌데…… 스포츠투데이 해설위원, 그분을 음해하려는 수작으로 오해했남? 치, 쫓아낼 땐 언제고(93년). 그리고 대한민국에 김영덕이가 뭐 한두명인감?
크리에이님, 요즘 활동을 안하시는 것 같은데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오늘은 어차피 복귀인사를 드리는 자리이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또 쇼를 펼쳐볼 계획입니다. 올시즌 한화팬들 사이에 ‘이슈’가 되었던 몇가지 골칫거리(?)에 관한 내용인데…… 한편으로는 전반기 결산이기도 합니다. 속는 셈치구 기대해주시길.
마지막으로, 보잘 것 없는 저 김영덕이를 염려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글을 남기신 김영덕감독팬님, 토리아빠님, 깁플님, 팬님, [20]넘나드는님, hawk님, 태조왕건님, ko님, 유니..님, 김영덕대행님, 보노보노님,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나이다.
[특별부록: 군대에 관한 헛소리]
깡다구 방독면님때문에 군대 야그가 나온 김에 옆길로 새서, 아직 군대 안간 분들을 위한 예비역 김영덕이의 군대강의……라고 말한다면 너무 뻔뻔스럽구, 모르겠습니다. 왠지 뜬금없이 헛소리를 지껄여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군요.
원래는 한 5줄정도 짧게 언급하고 지나갈려고 했는데, 씨잘데기없이 길어지는 바람에 [특별부록]이라는 가당치 않은 타이틀이 붙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일반 보병 연대를 가지고 떠들어볼 요량인데……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또 요즘의 실태와는 다른 면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읽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나불거리기’ 시작!
우선 연대 본부중대는 참모부, 경비소대, 통신대, 수송부 따위가 있습니다.
참모부는 인사, 작전, 정보, 군수, 정훈, 병기, 탄약등 각종 사무실에 출근하는건데, 대충 ‘행정병’이라 부를만하죠. 행정병은 군생활을 편하게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절대 아니니 무턱대고 행정병 지원하지 마시길. 군대란 자고로 몸을 많이 굴리는 곳은 상대적으로 내무반 군기가 약하고, 몸을 덜 굴리는 곳은 상대적으로 내무반 군기가 센 편이지요. 특히 행정병들은 자기 직책에 따라 따로 놀기 때문에 군기가 더 셀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일반 소대와는 달리 끈끈한 정같은 것도 찾아보기 힘들고, 분위기가 굉장히 냉랭한 편이지요. 한마디로 맷집이 좋아야 합니다. 소위 간부들 딱가리 노릇의 그 치욕은 또 어떻구요. 일반 소대는 분대장쯤 되면 대충 초급 지휘관정도의 대접은 받을 수 있는데, 행정병은 어림없습니다. 제대하는 그날까지 개처럼 끌려다녀야 하죠. 제때 밥먹는 것, 잠자는 것도 포기해야 합니다. 밥굶어 쓰러지기 직전에 개밥 안줬다구 쥐어터지는 그 기분을 아시련감? 5시 30분까지 야근하고 30분 잔 다음, 6시에 일어나 점호준비하는 일도 다반사지요. 물론 주말이라구 볼 차거나, 알루미늄 빠따들구 ‘4번타자 왕종훈’ 흉내내고…… 이딴건 꿈도 못꿉니다.
경비소대는 연대 위병소 근무를 서는 작자들인데 사실은 연대 작업부대지요. 24인용 텐트(거 있잖아 왜, 예전에 드라마 ‘국희’에서 나온 빵공장 천막)도 3명이서 5분안에 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그마한 벽돌 건물도 해머 하나면 다 깨부시죠.
통신대도 훈련나가면 힘듭니다. 줄들고 산속을 기어다녀야 하죠. 통신대중엔 암호병등이 망고보직이라고도 하는데, 코딱지만한 골방에 왠종일 틀어박혀 있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수송부-운전병은? 운전병이라고 운전만 하는게 아닙니다. 대대장이나 연대장 집차 운전병은 사실상의 딱가리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죠. 또 관련 부대의 주특기도 좀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병 연대는 아니지만) 발칸진지 운전병같은 경우 발칸포도 잘 쏴야되요. 그리고 운전만 하는 것도 쉬운게 아닙니다. 제대할 때쯤 되면 허리 끊어지죠. 뭐 군바리들은 다 허리가 부실해지긴 하지만. 글쎄, 별루 할 일 없는 똥차(거 있잖아 왜, 파란색 호스달린거) 운전병이 제일 편할깡?
그럼 취사병? 더 빡셔. 취사장에서 쇼하는 것두 중노동입니다. 집에서 밥하는거 하군 차원이 틀리죠. 일년 365일 매일 세끼씩…… 돌아버립니다. 외출, 외박도 자주 나가긴 힘들고.
연대 직할중대로는 연대 중대본부외에도 의무중대, 수색중대, 전투지원중대 따위가 있습니다. 수색중대나 전투지원중대같은 경우 독립중대로, 연대와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분위기가 가족적으로, 화기애애한 편입니다.
의무중대는 의무중대내에서 근무하는 경우와 각 대대에 의무병, 일명 ‘돌팔이’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대대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일반 보병들과 비슷합니다. 군대에서 제일 힘든 것 중에 하나가 행군인데, 행군하라면 같이 행군해야죠 뭐. 또 어디서 근무하든 피고름이나 만지랴, 주사기로 발바닥 물집의 물이나 빼랴, 습진걸린 사타구니에 파우다 바르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요. 의무중대내에는 환자 내무반도 있는데, 이 환자들 치닥꺼리하는 것도 짜증날 일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간혹 사이코-또라이가 몇달씩 개기는 경우도 있어요.
수색중대는 편한 편입니다. 가끔 천리행군이나 뛰어주고, 특공무술 흉내나 내면 땡이죠. 나머진 맨날 운동하거나, 아니면 내무반에 뒤비져 있거나. 물론 몸이 튼튼하고,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얘기지만. 약골은 가고 싶어도 못가.
전투지원중대는 4.2인치 박격포와 106mm 무반동총같은 무거워서 차에 싣구 다니는 무기가지구 장난치는 곳입니다. ‘3보이상 무조건 차량 탑승’이므로 행군 걱정은 덜 한 편이지요. 하지만 4.2인치 박격포의 경우 나름대로 애환이 있습니다. 무거워서 짊어지고 행군할 일은 없지만, 주특기 교육할 때는 무거운거 들었다 놨다 하느라 허리 끊어지죠. 포열, 포다리, 걸침대, 포판등으로 분리가 되는데 제일 가벼운 포다리가 한 27kg쯤 됩니다. 걸침대나 포판은 천하장사가 아닌 이상 혼자 들지 못하는데, 80kg쯤 되는 포열은 혼자 들고 야구 빠따 다루듯 해야 하죠. 그리고 사격하기 위해선 반동때문에 포판을 땅에 묻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땅파는 기술만큼은 연대 최고가 되버립니다. 신기에 가까운 곡괭이질, 삽질쇼가 펼쳐지죠. 또 포판을 땅에 박기도 해야하는데, 대개 떡매가 사용되죠. 떡치는 그 조그마한 떡매를 상상하면 안됩니다. 고철덩어리를 땅에 박기위해 무식하게 커다란 떡매를 휘둘러대는 광경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4.2인치 박격포에 비하면 106mm 무반동총은 엄청 편합니다. 106mm 무반동총이 뭐냐면 집차에 붙이고 다니는, 좀 크고 긴 총입니다. 땡크를 잡아보겠다구 만든건데, 대부분 땡크에 작살나기 쉽상이죠. 얘네들은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거운거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나가서도 짚차타고 빙빙 돌아다니다보면 땡입니다. 결론이 나왔군요. 보병 연대내에서 최고의 땡보직은 역시 106mm!
이제 대대로 넘어가면…… 얘기가 길어졌으니 짧게 끝내야겠군요. 보병 연대는 보통 연대 직할중대 4개와 4개의 대대로 나뉩니다. 4개의 대대는 다시 4개의 중대로 나뉘어지죠.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땅개’가 바로 대대 병사들입니다. 소총, 유탄발사기, 기관총, 60mm와 81mm 박격포, 90mm 무반동총, 뭐 이딴거 가지고 재밌게 놉니다. ‘땅개’가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행군때문입니다. 당연히 소총수보다는 기관총, 박격포, 무반동총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행군할 때 힘들겠죠? 소총과 군장은 물론 이것들도 짊어져야 하니까. 걔중에서도 압권은 각 대대마다 하나씩 딸린 중화기중대(81mm박격포)인데요, 여기 가면 거의 죽었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3단 분리해서 짊어지긴 하지만 아무튼…… 허리가 끊어지든지, 무릎에 물이 차든지 둘중에 하나가 되기쉽상입니다.
아이구, 이거 읽고 ‘난 십자인대를 끊어서라도 군대 면제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거 아닌감? 사실 막상 겪어보면 별 것도 아닙니다. 어쨌느니 저쨌느니 하는 것두 다 허풍이고. 다만 죽거나 다칠 확률이 사회보다 조금 높을 뿐이지, 히히. 그리고 사실 ‘어디가 편하냐’는 의문도 웃긴겁니다. 다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고 즐거움이 있습니다. 공평합니다. 어차피 군생활이란 전적으로, 고참과 지휘관이 어떤 사람이냐, 미친 개냐 천사냐에 운명이 달려 있는 것이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데로 하면 됩니다.
네? 박격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구요? 그이름도 한심한, 박격포-일명 똥포는 사라져야할 도태장비이자 군바리들의 영원한 적인 셈인데요…… 옛날 전쟁 영화같은거 보면 자주 등장합니다. 포탄을 사람이 직접 포 구멍에 넣으면 잠시후 ‘똥’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발사되는게 바로 박격포-똥포이지요. 앞에서 말했듯, 60mm, 81mm, 4.2인치, 세종류가 있는데 크기에 따라 각각 중대단위(화기소대), 대대단위(중화기중대), 연대단위(전투지원중대)로 나눠지지요. 안타깝게도 각 단위별 최고화력인 셈입니다. 4.2인치 똥포부대를 대표로 해서 더 설명하자면(다 비슷하지만)…… 똥포를 직접 가지고 노는 사람들(전포)외에도 산에 올라가 타겟을 관측하는 사람(OP), 관측 내용을 듣고 각도, 거리같은걸 계산해 똥포 만지는 사람들에게 사격명령을 내리는 사람(FDC), 이 두 그룹을 무전기로 연결해주는 사람(0P무전, FDC통신)등이 있습니다. 아, 측각기와 나침반을 가지구 똥포를 방열시키는 사람도 있죠(측각수). 근데 웃기는 건 포병도 아닌데(보병인데) 포병숫자를 쓴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데 3764를 ‘삼칠여섯넷’이라구 떠드는 겁니다. 사실 돌아가는 원리가 똥포부대나 포대나 별로 다를 것이 없죠. 4.2인치 똥포나 (포중에 제일 작은) 105mm포나 상당히 흡사합니다. 틀린게 있다면 포대는 알파, 브라보, 찰리 뭐 이딴 표현을 붙인다는 것 정도? 근데도 포대원들은 똥포부대를 사람취급 안합니다. 참고로 기계화가 된 사단인 경우, 4.2인치를 트럭이 아니라 장갑차같은 것에 탑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급적 읽지말라고 했는데 왜 끝까지 읽었죠? 아이구, 똥포…… 지긋지긋하지만 애착도 있습니다. 미운정이라고나 할까? 한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