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7일) 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할 수 있는 06:10분쯤
집을 나선다. 평일이지만 어둠에 싸인 거리와
도로는 아직은 한산하다. 약 10여 분 후 터미널
에 도착하여 06:30분에 매표소에서 익산으로
가는 버스 표를 산다.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익산역까지는 대략 40분 걸린다.
7~8명 가량 승차한 손님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아 동행은 없는 듯하다. 출발 후
15분쯤 군산의 대야정류소에서 1명이 탑승하
고 조금 밝아진 차창 밖으로 추수 끝난 휑한
들판이 펼쳐져 보인다. 07:03분 버스는 익산
버스터미널 앞에 잠시 정차하니 1명이 내리고
5분 후쯤 익산역에서 모두 하차한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담배를 꺼내
문다. 순천역으로 가는 열차는 07:35분 출발
이기에 역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10년 전쯤엔 이곳
또는 전주역에 도착하면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
가 있었던 곳이라서 왠지 낯설지 않고 최근
몇 번 와 봤기에 익숙함마저 느끼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여수
엑스포행 무궁화호 열차를 탈 사람은 플랫폼
으로 들어가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ktx로 이동하면 목적지까지 15분 정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지만 시간을 앞당겨 도착하기엔
외려 무궁화호가 더 효율적이다. 1, 2호차에
약 80여 명 태울 수 있는 작지만 왠지 친밀감
느껴지는 열차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
지난번 탈 때와 사뭇 달리 젊은 층 승객들이
많은 건 평일이며 출근길이라 그러리란 생각
이 든다. 여기서 출발한 열차는 삼례- 전주-
임실- 오수- 남원-곡성- 구례구- 순천- 여천을
걸쳐 종착지인 여수엑스포역으로 이어진다.
내가 내릴 역은 순천인데 09:08분에 도착 예정
이다. 만경강을 건너 10분 후 삼례역, 10여 분
후 전주역에 도착하니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린다. 겨울의 해는 마치 늦잠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차창 밖 작은 봉우리에서 이제서야
붉게 떠오르고 기찻길 옆 전봇대 위에 머물고
있던 수십~ 수백 마리의 까마귀들이 바쁜 듯
날아올라 어디론가 향한다.
멍한 표정 속에서 별다른 생각도 없는데 열차는 임실과 오수 남원역을 지나서 곧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터널을 두어 차례 통과하고 좌측으로
지리산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이 눈에 들어온다
구례구역, 이곳의 땅은 행정구역상으론 순천시
성전면에 속하지만 구례구역으로 지칭하게 된
사연이 있다고 한다. 15~20분 후엔 순천역에
도착하게 된다. 지난번 미리 구해 둔 여수시
여행지도를 잠시 펼쳐 본다. 곧 순천역에 도착
하면 나를 기다리는 친구와 함께 여수로 향할
것이다. 지난주 올렸던 여수 향일암에서 써야
할 내용들을 굳이 별도로 올리는 건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귀차니즘의 발동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그간 퍽이나 식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점차 표현력도 퇴보하고
60쥐띠방에 대한 애정도 예전만 못하다란
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겠지만 새삼스럽게
이 글을 쓰게 됨은 아련한 향수 같은 감정이
문득 솟아남 아니런가.. ㅎㅎ
또 주특기 발동했음이오~ 횡설수설로 장황
치만 알맹이란 온 데 간 데 없어라~
그럼에도
향일암에서 느낀 심정과 그 다음날 보성
녹차밭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이어가리다.
이번 주중엔 겨울비가 자주 내린다고 하니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여행- 순천역에서 향일암까지는 약 40km.
여수시에 속하는 돌산읍(돌산도)의 최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암자인 향일암을 향해 09:30분
순천역 앞에서 출발하여 15분 후쯤 거북선대교
를 통과하여 돌산읍으로 들어선다.
77번 도로에서 동쪽 방향으로 진입하여 방죽포
해수욕장의 바닷가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해안
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니 언뜻언뜻 보이는
남쪽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오랜만에
남쪽 먼 곳으로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영월에서 머물 때엔 가끔 동해바다를 볼 수 있
었지만 때론 남쪽바다가 보고플 때도 있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푸른하늘 아래의 바다가
이곳에 있다. 오르막 굽은 길의 경치는 지난
가을에도 아름다웠으리라~ 10:15분 드디어
향일암 주차장에 도착한다. 바로 옆쪽 벤치에
앉아 바다와 마주한 채 캔커피를 마시며 바다
위에 뜬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어선의 움직
임을 잠시 지켜본다.
그리고 향일암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며 좁은
귀통이 양편으로 촘촘히 들어선 음식점과
각종 특산물들을 파는 가게 앞을 짧게 기웃
거리게 된다. 자주 눈에 띄는 건 먹음직스러운
돌산갓김치이다. 좌측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에서 약 100여 미터쯤 오르니 높은 계단이
나타나고 금오산향일암이라 씌인 현판이 보
인다. 불이문을 지나서 해탈문으로 향한다.
이곳 해탈문에서 향일암으로 갈 수 있는 방법
은 좁은 돌틈으로 몸을 밀어넣듯이 하여 통과
할 수밖에 없다. 앞.뒤에서 처음 온 듯한 사람
들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다간 웃음끼 농담
을 즐긴다. 뚱뚱한 너는 저 돌틈을 통과할 수
없으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ㅎ
어쨌건 통과의례를 잘하면 마침내 대웅보전
앞에 다다르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여승에게
합장을 하고 나니 불자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형식을 갖추고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해
지는 거 아닌가.. 대웅보전 안에서 불경을 외
는 스님은 무엇을 향한 간절함인가..
앞바당은 좁지만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방향을 바꾸어 가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추락 방지용 펜스에 매달아 둔 하트모양의
것을 5천원에 판매하고 있기에 하나를 사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그곳에
매달아 둔다.
향일암 바로 뒤쪽, 금오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 가서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오른다. 주변에 큼지막한 바위들이 오랜 세월
흘렀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우뚝하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파른 경사로는 곳곳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오르며 뒤돌아보니
약간의 기분 좋은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인상 좋은 70초반쯤 되어 보이는 체구 작은
분이 우리를 향해 정상까지 꼭 가보라는 말씀
을 건넨다. 사면 탁 트인 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
며.. 그곳까진 1.3km 남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 되기에 적당한 곳에서 멈춰선다.
1시 방향으로 금오도와 여러 작은 섬들이 고흥
으로 길게 이어져 보이고 시선을 돌려 10시
방향으로는 남해도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려수도와 다도해 해상공원의 바닷물이 하나
되어 만나는 경계 없는 수평선 저 멀리로 배
하나가 멀어져가고 있다..
첫댓글 여수 항일암으로
보성 녹차밭으로
여행길 2탄까지 잘 보았습니다
영화 시나리오의 장면들을 보듯 진지하고
생생 생동감있는 발자취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항일암에 간적이 있는데
그 바위틈을 신기해 하면서 지나가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는데
추워질거란 예보도 있으니
겨울 건강도 잘 챙기세요 친구님^^~
미소한줌 님 향일암 다녀온 적 있으시군요
그렇지요. 그 바위틈을 통과해야만 암자(
대웅보전)와 좀 더 멋진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란 사실이 외려 신비감으로 와 닿지요
겨울장마가 본격 시작 되려나요- 내일도
모레도 그 후엔 강추위 시작 된다라 하니
감기 들지 않도록 몸 따뜻이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