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10. 2. 토요일.
하늘빛깔이 무척이나 맑다. 가을의 전형적인 느낌이지만 조금은 서늘도 하다.
지난밤에는 <월간 국보문학카페>의 '자유게시방'에서 정말로 우연히.. 오래전에 쓴 내 글을 발견해서 거듭 읽었다.
이런 글이 남아 있을 줄이야 ... 무척이나 신통하다.
내가 국보문학카페에 처음으로 가입한 시기를 짐작할 수 있고, 또 처음으로 쓴 글이 아닐까 하고 추측도 할 수 있다. 많은 사실과 글감이 떠오르기에 글 2개를 퍼서 여기에 다시 올린다.
1.
자유게시판 제5878번 <Re : 생활의 방'을 개설 건의>
'어제에 이어 오늘도 퇴근한 뒤에 잠실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다가 귀가했지요.
서점에는 참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많았습니다.
특징별로 구분하기 어려우리라 생각되었지요.
제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글쓰기, 문학, 인문학이랍니다.
때로는 노년의 건강, 산행, 여행, 性, 인간의 본성, 갯벌 등에 관한 것도 보고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지요.
문학이란 오로지 이슬 먹고 바람만을 마시는 게 아니기에
다른 동물처럼 먹어야 하고 똥을 싸야 합니다.
먹고 싸는 것이 삶의 근본이라고 봅니다.
우리 국보문학 카페도 다른 카페처럼 조금만 이단적인 방이 있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회원한테 권하고 홍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알릴 수 있는 그런 방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7. 2. 6. 풀씨하나
2.
자유게시판 제5899번 <환상처럼 펼쳐지는 바위고개>
'국보문학에 처음으로 습작 하나 올립니다.
아직은 서툴어서 비틀거리지만 때가 되면 제대로 걸을 겁니다.
좋은 배움의 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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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들리는 가냘픈 소리.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꿈결 속에 환상처럼 펼쳐지는 산, 바위,
그리고 나.
점점 커지는 소리에 문득 눈이 떠졌다.
전철칸 중앙통로를 더듬거리며 다가오는 시각 장애인.
그 사람의 어깨에 맨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소리.
가죽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그 사람이 들고 있는 바구니에 넣었다.
그 사람의 손길과 내 손이 잠깐 스쳤다.
"고맙소, 좋은 노래를 들려 주어서. 직장에 가는 지금부터 오늘 하루가 종일 즐거울 것 같소."
나는 바쁜 세파에 잊어버렸던 가곡을 입속으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가슴이 뭉클해지는 옛일이여.'
2007. 1. 7. 일요일, 풀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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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1. 10. 2. 토요일.
위 글 두 개를 읽으면서 나에 대한 자료를 생각한다.
1) 1번 제목은 내가 2007. 2. 6.부터 '산문-글'을 국보문학카페에 처음으로 올리기 시작한 때를 증명한다.
2) 2번 제목의 글을 쓴 때가 2007. 1. 7.이니까 내가 2007. 1. 7. 이전에도 글을 썼다는 물증이다.
3) 내 책꽂이에는 '국보문학'의 '내 마음의 숲' 제4호가 있다. 2007. 11. 15.에 발간한 이 책에는 내 글 3편도 수록되었다.
4) 그 당시의 내 닉네임은 '풀씨하나'. 그만큼 시골의 자연생태를 좋아한다는 뜻일 게다.
위 사실로 보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산문-글(나한테는 일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 시처럼 아주 짧거나 소설처럼 아주 긴 글이 아닌 적절한 길이의 일기, 생활글, 산문, 수필 등을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니까.
위 <환상처럼 펼쳐지는 바위고개' 글을 쓴 그날을 떠올린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있는 직장에 가려고 이른 아침에 지하전철을 탔고, 졸려서 눈 감았다가 얼핏 잠이 들었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노래소리가 정말로 환상처럼 들렸다.
'바위고개' : 이흥렬 작사, 작곡.
바위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왜 이런 노래들을 좋아했을까?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할머니, 어머니, 누이들과 헤어져서 쌍둥이동생(내가 형)과 함께 대전으로 전학갔다.
객지생활이 얼마나 서럽고 서글펐을까? 고향집도 그립고...
대전-집은 2층 일본집. 2층 다다미방에서 유리창문을 열고는 고향이 있는 서쪽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흥얼거렸던 노래였다. 속으로는 울면서....
그런데... 이 노래소리가 무심코 들렸으니.. 퍼득 잠이 깼고, 지팡이를 들고 이리저리 내젓으면서 천천히 걷는 시각장애인을 보았다. 그게 왜그리 서럽고 슬프고 안타깝던지.. 내 지갑에서 지폐 하나를 꺼내서 건네줄 때 손길이 서로 마주쳤다. 그 느낌이.. 그 감성이... 그대로 서로한테 전해졌다. 그래서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남기게 되었다.
위 글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위 글을 다시 읽으면 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기에.
그리고 또 배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나중에 또 나중에 ... 우연히 발견해서 읽으면 그간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옛일이 아련하게나마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을 또 배운다고. 이래서 카페에 글과 사진 등을 자주, 많이 올려야 한다고...
내 마음은 또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텃밭 세 자리에 과일나무 조경수 산야초 등의 다양한 식물을 심고 가꾸던 중 어머니가 아파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했고, 나는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어머니 곁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텃밭 세 곳은 잡목과 잡초들이 더욱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고, 만8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는 과일나무들이 제멋대로 웃자랐고, 잡목 잡초들은 오히려 주인행세를 한다.
집 지은 지도 오래되고, 함석지붕으로 개량한 지도 60년이 더 지났고, 그 뒤로 내가 재보수한 지도 30년 가까이나 되니까 정말로 오래토록 낡고 허슬한 집으로 쇠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집으로 가고 싶다.
내 어린시절의 추억꺼내기를 할 수 있기에...
2021. 10. 2. 토요일. 맑음.
잠시..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