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 영어
언제부터인지 영어의 폼(form)이 우리말이 되고 말았다. 영어의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으쓱거리고 뽐내는 티를 짐짓 겉으로 나타낸다 는 의미
로 탈바꿈했다.폼 나게 옷을 입는다 , 폼 잰다, 카메라를 폼으로 메고 다
닌다 하거나 폼나게 살거야라는 트롯트 유행가도 있다.또 폼에 살고 폼
에 죽는다는 '폼생폼사'라는 신조어(?)가 있는가하면 사나이 가는길은
'폼생폼사'라는 '젝스키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1990년대 말 크게
히트한 일도 있다.내가 어렸을 때 해방후 얼마 동안은 일제 강점기의 잔
재가 많이 남아 있을 때라 "폼 잰다" 대신 가다 부린다 라는 말을 흔히
썼다.가다(かた)는 어깨, 깡패, 틀로 해석되는 일본 말로 가다 부리는 것
은 깡패들 처럼 으쓱대고 잘난 체 한다는 뜻이니 오늘날의 폼 잰다와 같
은 뜻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아직도 쓰이는 지는 모르나 내가 국
내에있을 때는 뗑깡, 노가다,무데뽀, 쓰리,오뎅, 아시바리,와이로, 하꼬
방 등의 일본어가 일상 대화에 자연스럽게 쓰였다. 뒤늦게 나마 일제강
점기의 잔재를 쓸어 내려는 운동 때문에 우리 말이 많이 순화되지 않았
나하는 것은 막연한 내 추측이요 기대다.그런데 요즈음은 이렇게 사라지
는 일본어를 영어가 대체하는 느낌이다. 이제는 무분별하게 영어를 우리
말에섞어쓰는 것이 대세인것 같다.멀쩡한 이름을두고 대통령을 YS, DJ,
MB 하는가 하면 지자체들은 홍보 전략의 하나로 도시 특성화 명칭(브랜
드)을 개발해 사용 중이라 한다.예컨데 Happy 수원,Bravo 안산, Super
평택, Best 김포, Do Dream 동두천 등등. 상당수의 아파트나 공동주택,
빌딩, 오피스텔, 상가, 호텔 등의 이름도 영어나 국적을 알기힘든 외래어
로 되어 있다.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파이팅, 스킨쉽, 핸드폰, 원샷등
의 영어권에서는 통하지도 않는 말들이 우리 말 처럼 쓰인다. 적절한 우
리말이 있는데도 구태여 영어를 쓰는 일도 허다하다. 컨셉, 콘텐츠, 업그
레이드, 업데이트, 인프라, 스펙등 수도없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꼴값 영어 또는 누더기 국어 라고 부르기도한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옳곳지 못한 풍조에는 신문과 방송매체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언론 매체들이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라는 자신의 역
할을 망각하고 이런 잘못된 관행에 앞장서는 것 같다.세계적으로 뛰어난
아름답고 고운 우리 한글을두고 이짓을 하는 것은 심히 개탄할 일이다.
이러다가는 우리언어가 영어와 외래어에 잠식되 외래어의 식민지가 되
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된다. 정치적, 경제적 식민지와는 다르게 이런
문화적 식민화 현상은 지배국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니, 이런 식민화
에서 벗어나려면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대오각성 大悟覺醒)하고
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 (옮김)
가장 별명 많은 대통령
신문 기사를 읽다가 '문벌구'라는 말이 생소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별명이라고 한다."입만 벌리면 구라"의 줄임말이 ' 벌구' 라고
한다. 약어와 은어가 판을 치는 인터넷과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된 세
상에 갑자기 못 보던 단어를 마주치면 대충 짐작으로 넘어가다가도, 어림짐작도
할 수 없는 것에 닥치면 아주 꽉 막혀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은퇴하기 전
대학에서 습득한 얼마 안 되는 컴퓨터 지식 덕분에 이런 암호 같은 어휘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우리 80대는 컴퓨터하고는 거리가
먼 세대이니. 그런데 알고 보니 문재인의 별명은 이것 하나가 아니다. 중 고교 때
'문제아'라는 별명을 시작으로 그에게 주어진 별명은 한둘이 아니다. 인터넷 나무
위키에 올라있는 문재인의 별명만 해도 중립적인 별명이 10, 긍정적인 것이 5,
부정적 의미의 별명이 28개다. 요즘 한국의 좌우 이념 대결과 혼란스러운 세태를
반영이나 하듯 소셜미디어나 매스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그의 별명은 대부분
이 부정적이다. 중립적이나 긍정적인 것은 대개가 그의 집권 초기에 나온 것이고
최근 것들은 대개 부정적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 같다.
이곳저곳에서 현 정권과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나 신문 기사에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따르고 으레 문재인을 조롱하고 깎아 내리는 별명이 쓰인다. 학생 때의
'문제아'는 '문제인'으로 성장 발전했고 문재인과 재앙(災殃)을 합쳐서 만든 '문재
앙'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문재앙을 영어로 '문 더 디재스터(Moon the Disaster)'
로 비꼰다고 하는데 제정 러시아의 폭군 황제 '이반 더 테러블(Ivan the Terrible)'
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문죄인'도 '문재앙' 못지않게 많이 쓰인다. '문가놈'을
약간 격상 시켜 두 자로 해서 부르기 쉬운 '뭉가',만고역적 이완용의 완용을 따다
'문완용', 그의 친북 성향을 꼬집는 '북재인'이 있는가 하면 '문간첩'도 있다. 이렇게
많은 별명을 갖은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독재자
말고는 다른 별명이 없었다. 독재자야 국내외를 통틀어 너무 많이 쓰는 일반
명칭이니 고유성이 떨어지고 문재인 이전에는 대통령을 비하하고 헐뜯는 별
명은 기껏해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중에 '뇌물현', '물태우', '개대중', '닭그네',
'쥐박이' 정도가 얼핏 생각난다. 남을 조롱하고 욕할 때는 개, 닭, 쥐, 여우 같은 짐
승에 빗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나라의 최고 지도자라고 해서 봐주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역대 미국 대통령을 보면 '건국의 아버지'(워싱턴), '정직한 에이브'
(링컨)는 널리 알려진 긍정적 별명이고 여자 문제로 탄핵 소추까지 받은 빌 클린
턴의 '뺀뺀이 윌리 (Slick Willie)'나 닉슨의 '간교한 딕(Tricky Dick)', 린든 존슨의
'뻥쟁이 존슨(Bullshit Johnson)'도 생각난다. 도널드 트럼프가 골프 라운딩 중에
한 홀에서 두 번 물에 빠진 벌타를 계산하지 않아 '속임수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등장했다. 실제로 '속임수 대통령 (commander in cheat): 골프는 어떻게 트럼프
를 설명해 주는가'라는 책도 나왔다. 'commander in cheat'는 미국 대통령이
'
commander in chief (군통수권자)'라는 사실에 근거해 트럼프의 비행을 풍
자한것이다. 대통령 생전에 별명이 많았어도 훗날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몇
안 된다. 오염된 물이 자정작용으로 청결해지듯 세월이 가면 부당한 별명은 자
연히 잊혀지게 된다. 이를 두고 "세월이 약이겠지요" 하면 진부하고, 역사의 심
판이라고 한다면 좀 거창하고 지나친 표현일까? 앞으로 100년도 말고 한 50년
쯤 후에 사람들이 기억하는 문재인별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2019-07-04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