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ㅋㅋㅋㅋ고르고 고르다가 게슈탈트 붕괴가 오려고 하기때문에 제목 없는채로 갑니다.
누구 아이디어 있으신분은 도와주세요(...)
프롤로그
꽤나 요란한 네온사인으로 덮인 번화가에 언밸런스하게 놓여있는 나무와 의자.
그 의자에 호감형으로 생긴, 하지만 왠지 가까이가면 히스테리를 부릴 것 같은 남자가 얼굴을 감싸 쥔 채 앉아있다.
‘후-’하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젖힌다.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는 듯 오랜 시간동안 부동자세다.
그러다 다시 어딘가로 돌아가려는 듯 일어서 왼쪽으로 가려는 찰나, 그는 그녀를 보았다.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그녀를.
***
1.
낯설지 않은 그 거리에 그녀가 걸어가고 있다. 핸드폰을 쳐다보며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를 본 듯 얼굴이 활짝 펴진다.
“진아!”
함박웃음을 짓고 손을 크게 휘휘 젓는 그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한유아.
“야. 한유아. 늦어놓고 그런 웃음이 나오냐? 내가 늦는 거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늦지?”
“사랑해. 내 맘 알지? 이히히”
진의 핀잔에 카페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들어간다.
자리에 앉아 마실 커피를 고르고, 시시콜콜한 일상얘기를 하다 커피를 가져오고 난 뒤에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한유, 뭐야? 그 전날 무슨 일인데 밤늦게 카톡으로 그렇게 난리를 피운 건데?”
“있잖아, 나 길거리 캐스팅 당했다?! 나 진짜 멍해져서 암말도 못하고 붕어처럼 뻐끔거렸어.”
“길거리 캐스팅? 뭐하라고? 이상한 학원형 기획사 뭐 이런 거 아니야?”
유진은 아이처럼 흥분한 유아를 보고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나 모델해볼 생각 없냐고 하더라. 알지? 나 내 키 때문에 모델 생각했다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 못 잡아서 포기한 거.”
한유아, 그녀의 키 174cm. 모델로서는 작은 키였지만
작은 얼굴과 엄마가 물려주신 좋은 몸매덕분에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다.
차가운 첫인상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옷을 제외하고는.
“암, 알지. 내가 카메라를 맡았는데. 그래서 그날 상황이 어땠는데 그래?”
유아는 씩 웃으며 미주알고주알 유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너무 심심하더라구. 그래서 그냥 동네친구 불러서 클럽 가서 놀다가 머리가 갑자기 너무 띵해지길래 두시쯤에 그냥 나왔어.
그래서 그냥 근처 편의점 파라솔에서 친구랑 머리 아픈 것 좀 가시라고 수다 떨면서 놀고 있었지. 근데 내 반대편에서 내 얘기 듣
고 있던 애가 시선이 나보다 위에 있는 거야. 그래서 뭐지? 하고 뒤돌아봤는데 나보다 큰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오, 너보다 키가 커? 괜찮은데?”
“아이, 쫌, 말 끊지 말고 들어봐. 히힛, 나 신났다. 암튼 그 사람이 날 보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나도 같이 보고 있었더니 ‘저기요, 핸드폰 좀 줄래요?’ 막 이러는 거야.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달래! 이상해서 왜요? 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 번호 주려구요.’
막 이러는 거야.”
“별... 미친놈 다 보겠네. 미친놈도 참 버라이어티해. 세상 살기 참 재밌게.”
“아하하하, 그 버라이어티한 사람이 나한테 번호 준다길래 벙쪄있었어.
근데 그 사람이 파라솔 탁자에 내 핸드폰 두고 있었는데 그걸 가져가는 거야!
가져가서 진짜 번호를 찍어서 날 주더라? 그때 정신 차리고 뭐 하는 거에요? 이랬더니 그 남자가 나한테 글쎄,
‘나 아는 사람은 아는 디자이넌데, 지금 당신 웃는 모습 보고 반했어요. 내 모델 한번 안 해볼래요?
내일 여기로 연락해요. 연락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고 가는 거 있지!”
유아는 이미 꿈결에 빠져있는 눈을 해서, 시야는 저 멀리로 달아난 상태였다.
“유아야.”
“으응?”
“내가 잘 알진 못하지만, 그거 길거리캐스팅이 아니라 신종 헌팅 아니야?”
***
여느 사무실이라면 들려야 할 복사기 소리, 컴퓨터가 내는 백색소음들은 자취를 감췄고,
뭔가 연필이 종이에 그어지는 소리만 여러 번 나다 탁! 소리를 내며 끊긴다.
“후-..”
전날 벤치에서 낸 한숨소리와 똑같은 소리의 주인. 이 남자가 이 이야기의 남자주인공 유상연.
디자인을 스케치하던 연필을 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눈싸움하는 것 마냥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 여자는 번호까지 줬는데 왜 연락을 안하는 거야? …젠장, 왜 하필 그 때 폰을 안 들고 나가서는.”
상연은 어제 보았던 여자를 떠올리기 위해 잠깐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내보려 한들 주변의 요란한 네온사인들과 편의점,
그곳에 앉아있던 그녀의 실루엣만 기억이 날 뿐, 제일 중요한 그녀의 해맑은 웃음만 기억나지 않았다.
짜증이 난 상연은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던질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그녀가 연락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게다가 깨지기라도 한다면 아예 확인할 길도 사라져 버린다.
점심시간이 끝난 것인지 웅성웅성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그의 사무실 밖으로 나가 사무실 한켠에 있는 탕비실로 향한다.
“이사님!”
탕비실로 가는 도중 여직원 한명이 그를 불러 세운다.
“이사님, 오늘도 점심 안 드셨어요?”
“아…뭐, 그렇지.”
“그렇게 일만 하시다가 병나세요. 근처 빵집이 맛이 괜찮아서 샌드위치 샀어요. 이거 드시면서 일하세요.”
여직원의 호의를 받아들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런 것쯤은 받아도 되겠지 싶어 고맙다며 받아들었다.
그러자 여직원은 같이 따라온 여직원과 함께 뒤돌며 쾌재를 불렀다. 문제는 상연이 그것을 봤다는 것.
‘괜히 받았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내에서 자신이 지나갈 때 마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들이 달갑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런 관심은 워커홀릭인 상연 쪽에서 굉장히 성가신 일이었다.
“어! 이사님!”
이번엔 자신을 부르는 남직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어? 이사님, 이게 웬 샌드위치야? 이사님이 산 것 같지는 않은데.”
상연과 막역한 친구사이로 같은 회사 회계 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태인.
아무래도 회사인지라 이름 말고 직위를 붙여 불렀고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는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얘기했다.
상연은 말없이 탕비실로 몸을 향한 채 태인에게 샌드위치가 담긴 쇼핑백을 태인의 배를 때리듯 건넸다.
“이거 너나 먹어.”
라고 한마디 남겨두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탕비실로 들어갔다.
쫄랑쫄랑 따라 들어온 태인은 커피를 따르고 있는 상연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햐-이사님은 좋겠어. 그렇게 차갑게 하고 별 말 없이 돌아다니기만 해도 여자들이 좋아해주잖아?
뭐 하긴, 키 181에 몸도 탄탄하겠다, 내가 여자라도 반하지.
…흠, 내가 여자라. 난 분명 여자로 태어났어도 멋있어서 남자든 여자든 따랐을 거야. 하하ㅎ…억!”
탁! 하고 태인의 입속으로 녹차 티백이 안착했다.
“시끄러워. 가서 일이나 해. 그렇게 떠들면 입 안 아프냐?”
“그렇다고 사랑스런 니 친구 입속에다 녹차티백을 집어넣냐? 짜식”
태인은 상연의 팔뚝을 장난스레 주먹으로 쳤다.
“시끄럽다고 했다. 점심시간 끝난 지 오래야. 가서 일해. 간다.”
상연이 커피를 들고 그곳을 나가려는 찰나, 태인이 한마디 덧붙였다.
“야, 아니 이사님, 어제 그분은 연락 오셨어?”
상연은 대답하지 않고 탕비실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안에 있던 태인은 대답을 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연락이 없구만. 그니까 여자 상대할 때는 날 데려가라니까…”
첫댓글 잼있어요.담편기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