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여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 학교 학생 한 명이 노골적인 성희롱을 시작한다.
'샘, 샘의 젖가슴은 왜 그렇게 큰 거예요?'
'만져봐도 돼요'...
'너 너, 버릇없이' 채 말을 이어가지 못하다 허둥지둥 교실을 뜬다.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가는 손주들을 키우며 공교육이 무너지는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적어도 조 작가 또래 세대에게 선생님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초등학생 시절 여선생님을 이렇게 회상한다.
'고무신을 못 사 신어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고 운동장에 나가지도 못했는데
선생님이 다가와 나를 토닥이며 눈물 흘리셨다'
서정주는 '첫사랑의 시'에서 '나는 열두 살이었는데요.
우리 이쁜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요'라고 했다.
여교사는 누나나 이모 같고, 때로는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이제 변해도 너무 변했다.
지난주 대전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났다.
여교사가 교단에서 수업하는데 학생 9명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음란 행위를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남학생이 여교사 어깨에 손을 얹으며 '누나, 사귀자'고 희롱하고,
중학교 채육사건에 '선생님 팬티 준비해 우리에게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젠 초등학생까지 여교사 책상 위에 '섹스하자'라는 글 남기고 도망간단다.
한국교총에 신고된 내용들이다.
전국 교사 49만명 중 70%가 여선생님이다.
초등학교 교사 77%가 여성이고 아예 남선생님이 없는 학교도 있다.
가뜩이나 교사 권위가 흔들리는 요즘 여선생님들이 수난이다.
일부에선 '사춘기 장닌'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의 짓이라 해도 범죄에 가깝다.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70%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했다.
재작년 전북의 한 고교생은 여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 척하면서 치마 속을 촬영하다 걸렸다.
그 학생은 중학교 때도 똑같은 비행을 저질렀다.
잘못된 행동이 반복하는 건 우리 교육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증거다.
대전 중학교 교실에서 9명이 '못도니 짓'하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의 자괴감, 두려움, 분노,
같은 복잠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침묵한다.
교사 성희롱 신고가 한 해 100건 정도라 하지만 실제는 훨씬 많을 것이다.
교사는 수치스러워 신고 안 하고,아이들은 못 본체한다.
범죄와 폭력에 눈감은 교실, 그게 대한민국의 미래일까 봐 더 두렵다. 안석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