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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권좌 복귀 오비맥주의 1위 비결
오비맥주 정상 탈환의 주역 장인수 사장. photo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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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맥주시장에서 1위를 되찾았다. 1996년 하이트맥주에 1위를 내줬으니 16년 만의 권좌 복귀다. 1위 하던 회사가 2위로 내려갔다가 다시 1위를 되찾은 것은 드문 일이다.
오비맥주(옛 동양맥주)와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는 각각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동양맥주는 1995년 오비맥주로, 조선맥주는 1998년 하이트맥주로 각각 사명을 변경했다. 대표 브랜드를 아예 회사 이름으로 쓴 것이다.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인수해 2011년 9월 다시 하이트진로로 이름을 바꾼다.
오비맥주는 63년간 1위를 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한때 70%에 이르기도 했다. ‘만년 2위’의 설움에 절치부심하던 조선맥주는 1993년 천연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한 ‘하이트’를 내놔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상을 향한 진군을 시작했다.
1996년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오비맥주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에 뺏겼던 맥주 1위 자리를 2011년 10월, 15년 만에 탈환했다. 당시 오비맥주 점유율(누적 출고량 기준)은 50.22%로 하이트진로 점유율(49.78%)을 0.44%포인트 소폭 앞섰다. 이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출고량을 기준으로 42.8%를 기록, 하이트가 오비맥주를 뒤집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오비맥주(53.6%)보다 낮아졌다.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에서는 오비맥주 56.1% 대 하이트진로 43.9%로 차이가 더 컸다.
2011년만 해도 국내 맥주 출고량만 따지면 하이트진로가 0.5%포인트 차로 앞서고 수출을 포함한 출고량에서는 오비맥주가 1%포인트 앞서는 혼전이었다.
공급 시간 단축으로 성장 모멘텀 가속화
1996년 2등으로 밀려난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다 2006년 40.3%로 바닥을 쳤다. 이때부터 오비맥주의 반격이 시작됐다.
흔히 오비맥주의 추락은 1991년 페놀사태와 1993년 하이트맥주의 출시가 원인이 됐다고 얘기된다. 페놀사태의 경우 당시는 오비맥주가 두산그룹 계열사였기 때문에 계열사 두산전자가 저지른 낙동강 페놀 무단 방류의 유탄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시간문제일 뿐 근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오비맥주의 한 임원은 익명을 전제, “당시 오비맥주는 1등 병에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맞다. 경쟁사가 대박 상품을 내놔도 오비맥주는 기민하게 대응하기는커녕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오비맥주의 부활은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대주주가 외국계 회사로 바뀌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중시되면서 회사 경영이 투명해졌다. 오비맥주는 1998년 9월 벨기에의 인베브(당시는 인터브루)에 인수됐다. 2009년 7월에는 대주주가 미국계 사모펀드 KKR로 다시 바뀌었다.
반격의 실마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인수한 브랜드가 제공했다. 오비맥주는 1999년 12월 진로의 카스맥주 부문을 인수했는데 이 브랜드를 주력 브랜드로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2007년의 일이다. 당시 오비맥주 사장은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이제부터 ‘오비’ 대신 ‘카스’를 팔겠다”고 선언했다. 직원들의 반대가 강했으나 이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낡은 브랜드 대신 젊은 브랜드로 맥주시장을 공략해야 1등을 되찾을 수 있다.” 카스의 홍보 콘셉트도 ‘젊음’으로 잡았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카스는 국내 최초 비열처리 맥주라서 맛이 신선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관되게 젊은층을 공략했다. ‘카스 레드’ 하는 식으로 계속 신제품을 내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브랜드라는 좋은 인상을 심었다.
영업·마케팅 달인들 영입
오비맥주는 영업과 마케팅의 달인들을 영입해 날개를 달았다. 1등 고지 탈환에 결정적 공을 세운 현재의 장인수 사장을 2010년 1월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장 사장은 고졸이 최종 학력이면서 1980년 진로에 입사, 주류 영업 30년 동안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했다. 영입 당시 그가 하이트진로 계열사의 대표이사였다는 점도 화제였다. 경쟁사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발탁하는 오픈 마인드가 오비맥주에 있다는 뜻이다. 장 부사장은 특유의 영업력을 발휘해 오비맥주를 정상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인수 사장의 성공 비결은 본질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오랫동안 주류 영업을 해왔지만 주로 소주를 팔았고 맥주가 메인 종목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오비맥주 입사 후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1년 동안 자동차로 7만㎞를 뛰며 영업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오비맥주는 물론 맥주업계 사람들이 ‘신선도’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주와 같은 고도주와 달리 맥주는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신선식품으로, 고도주는 오래 보관하다 먹어도 차이가 없지만 맥주는 시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장 사장은 생산된 맥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 생산된 맥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1~2주로 줄였다. 이전에는 월말에 맥주 출고량을 늘리기 위해 도매상 창고에 쌓아두는 ‘밀어내기’ 관행 탓에 생산된 맥주가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시간이 평균 한 달이 넘었고 길게는 두 달까지 걸렸다.
‘카스’에 신선도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갓 생산한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자는 취지로 부사장 취임과 동시에 밀어내기 관행을 금지하고 ‘신선도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처음 4~5개월은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다. 2010년 1월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5%나 하락했다. 그러나 2010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탔고 2011년 하반기에는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결국 1위가 됐다. 지금도 주류업계에선 오비맥주의 정상 탈환에 장인수 사장의 영업 전략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카스를 ‘리뉴얼’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영업 유통 구조를 개선해 갓 생산한 맥주가 항상 유통되다 보니 신선도와 청량감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맛이 바뀐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소통왕 장인수 사장 학력 대신 실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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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위주의 인재 채용 및 발탁과 현장 중심주의도 오비맥주의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고신영달(고졸 신화+영업의 달인)’의 대명사가 된 장인수 사장은 신입사원의 학력 제한을 없앴다. 장 사장은 지난해 6월 오비맥주 사장 취임과 동시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영업·관리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4년제 대졸 이상’인 응시자격 제한을 없애겠다. 주류업체의 특성상 제한적이었던 여성 영업사원 채용도 적극 늘리겠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영업직 인턴을 채용하면서 영어 성적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더니 업무역량이 뛰어나고 지혜와 패기를 갖춘 우수한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채용 심사에서 학력이나 영어 성적을 요구하면 고졸 출신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 생활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라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현장 행보가 활발하다. 취임 후 절반 이상을 집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보냈다. 직원들의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밀착 경영을 실천한 것. 지난해 7월부터 20~30명씩 저녁 회식 형식으로 회사 생산직원 750명 전원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장 사장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며, 현장 목소리에 따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면 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장 사장의 소통은 내부에서 끝나지 않고 협력업체로 이어진다. ‘돼지 한 마리 바비큐 파티’라는 협력업체 방문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과 직원들이 돼지 한 마리와 과일 등을 직접 싸 들고 협력업체를 방문한 뒤 대화를 나누며 애로 사항을 듣는 행사다. 이미 협력업체 직원들 사이엔 벌써 ‘돼지 한 마리 바비큐 잔치’로 소문이 났다. 노사분규 중이던 한 협력업체의 경우 오비맥주 직원들의 방문이 있던 날 노조에서 대자보와 플래카드들을 모두 내리고 ‘휴전’을 선언했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
맥주 황제 오비맥주의 귀환
오비맥주의 성공에는 카스는 물론 소비자 니즈(수요)를 파악해 만든 ‘카스라이트’와 ‘OB골든라거’ 양 날개의 힘도 컸다. 2010년 저칼로리 맥주시장에 새 지평을 연 카스라이트는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상쾌함을 내세운 카스와 달리 2011년 3월에 출시한 OB 신제품 OB골든라거는 깊고 풍부한 ‘정통맥주의 귀환’을 표방한다. 그만큼 맛의 영역이 달라 제품 간 상호 보완작용을 하면서 시장 공략에 한층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OB골든라거는 출시 200일 만에 1억병을 돌파, 422일 만에 2억병을 돌파하며 맥주시장에 황금빛 돌풍을 일으켰다. 불과 출시 1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던 ‘OB’ 브랜드가 OB골든라거를 통해 부활에 성공, 옛 영광을 재현하고 있으며 마케팅 교과서에 ‘잊혀진 브랜드의 화려한 부활’ 성공 사례로 당당히 소개되고 있다.
OB골든라거는 맥주 명가 오비의 정통성은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소비자 입맛에 걸맞은 명품 맥주를 지향한다. 기존의 ‘카스’가 점령하고 있는 ‘가볍고 상쾌한’ 맛 시장이 아닌, 깊고 풍부한 맛을 선호하는 고급 맥주 애호가층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카스의 전략과는 차별화된다.
OB골든라거는 오비맥주가 1980년 대한민국 맥주 명가의 자부심과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고품격 프리미엄 맥주로 지난해 7월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2012 프리미엄브랜드지수(KS-PBI)에서 프리미엄 맥주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선정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
오비맥주는 최근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미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버드와이저, 호가든, 벡스, 레페,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코로나 등 유명 해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토종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인 카프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맛, 맑고 투명한 병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이미지로 1995년 출시된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국내 전체 프리미엄 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대한민국 맥주 수출 1위 기업으로 주류업계 사상 처음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하는 무역의 날 기념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오비맥주의 해외 수출 규모는 한국무역협회 기준 2010년(2009년 7월~2010년 6월) 4200만달러, 2011년(2010년 7월~2011년 6월) 8400만달러에서 지난 한 해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에는 1억660만달러로 증가해 사상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오비맥주는 몽골의 대표적 프리미엄 맥주 ‘카스’를 비롯한 홍콩 시장점유율 1위인 ‘Blue Girl(블루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Dester(데스터)’ 등 전 세계 30개국에 40여종의 맥주 제품을 수출하며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기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벗어나 오비맥주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직접 개발해 해외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방식(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으로 제3 맥주와 무알코올 맥주, 흑맥주(Dark Beer) 등 다양한 제품군을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은 계속해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부터는 카스와 OB골든라거 같은 국내 토종 브랜드로 수출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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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의 성공 비결의 하나로 영업과 마케팅 파트의 협업이 잘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은 마케팅과 영업 파트의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다. 오비맥주 마케팅의 총책임자인 송현석(45) 마케팅 총괄 상무는 이런 점에서 공이 많다. 그는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피자헛 모기업에서 100여개국의 피자헛 글로벌 마케팅 총괄업무를 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5월 오비맥주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마케팅의 명수로 명성이 높다. 주요 업적으로 카스의 맛을 바꿔 하이트의 맥스에 맞추려는 의견에 그가 반대 의견을 제시해 제동을 걸었던 것을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안 하기를 잘한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기존 오비 브랜드를 살려 2011년 3월 OB골든라거를 출시한 것도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진로하이트는 하이트 브랜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드라이피니시d’를 내놓았으나 막대한 비용만 쓰고 별 효과를 보지 못해 대조적이다.
2011년 ‘카스 포인트’를 선보여 야구와 맥주를 친근감 있게 결부시킨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카스 포인트는 프로야구 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의 활약을 점수화한 것으로 카스는 후원을 맡아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있다.
송 상무는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회사 맏형 자리를 되찾은 만큼 그에 걸맞게 맥주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