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공자가 문왕을 지혜롭다고 여긴 이유
공자가 문왕을 지혜롭다고 여긴 이유
지난날 [주나라] 문왕이 우나라를 침략하고 거나라를 제압하고 풍읍을 손에 넣어 세 번이나 전쟁을 일으켰으므로 주왕은 그를 미워하였다. 문왕은 이에 두려워 낙수의 서쪽 땅인 비옥한 국토 사방 천 리를 바치겠다고 함으로써 포락의 형벌을 없애도록 청하자 천하가 모두 기뻐하였다. 중니(공자)가 그 소문을 듣고 말하였다.
“어질구나, 문왕이여! 천 리나 되는 국토를 가볍게 여기고 포락이라는 형벌을 없애도록 청하였구나. 지혜롭구나, 문왕이여! 천 리나 되는 땅을 내주고 천하의 민심을 얻었구나.”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중니가 문왕을 지혜롭다고 생각한 것은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무릇 지혜로운 자는 화근과 환난의 소재를 알고 그것을 피하는 자이다. 이 때문에 자신은 화에 도달하지 않는다. 문왕이 주왕에게 미움받는 까닭이 그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겠는가? 비록 사람의 마음을 구하여 미움을 해소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주왕은 그가 크게 사람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 이미 미워할 뿐이었으며, 또 땅을 가볍게 여김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거두어들였으니 이는 거듭 의심을 받게 된 것이므로 진실로 그가 차꼬에 채워진 채 유리에 갇힌 까닭인 것이다. 정나라의 장자가 한 말 중에 ‘도를 체득하게 되면 하는 일도 없고 드러내는 일도 없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문왕에게 가장 마땅한 것인데 남들로 하여금 의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중니가 문왕을 지혜롭다고 여긴 것은 이런 의론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280~?, 성은 한韓, 이름은 비非인데, 한비라는 이름을 높여 한비자라 부른다)는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법가사상가로 그가 지은 책이 ‘한비자’인데, ‘한비자’는 군주론과 제왕학의 고전으로 유명하며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면서 어리석기로 알려진 후주의 유선에게 읽도록 한 책이 ‘한비자’였다고 합니다.
*한비자는 유학자인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와 함께 학문을 배웠으나, 이사는 자신의 능력이 한비자만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한비자’가 세상에 나온 뒤 진나라 시황제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감동하여 한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여 한비자가 진시황을 만나게 되었는데, 객경 벼슬에 오른 이사는 동문수학한 친구 한비자가 진시황의 총애를 받는 것을 꺼려 그를 모함하여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듣고 한비자를 죽인 후 많이 후회하였다고 전해지고, 한비자는 본래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기 어렵다는 점을 터득하고 난언難言, 세난說難 등 여러 편에서 진언의 방법을 자세하게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죽임을 당하는 화를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위 내용은 문학박사이신 김원중 교수님이 옮기신 ‘한비자’ 권15 제37편 난이(難二 : 권세의 운용과 통제에 관한 논박2) 중 ‘공자가 문왕을 지혜롭다고 여긴 이유’를 옮겨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