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산골로 들어가
장마가 물러가고 엊그제 중복이 지나 다가올 말복까지 본격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칠월 하순이다. 주중 목요일 아침은 벗과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섰다. 여름이라 노점 김밥은 상할까 봐 준비하지 않고 집에서 점심에 해당할 밥을 마련했다. 행선지를 제법 멀게 잡아 떠나는지라 반나절이 아닌 한나절 산행이 예상되어 도시락을 챙겨 마산합포구 진전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기 위해 마산역 광장으로 나갔다
우리는 진전 둔덕 종점으로 가는 76번 농어촌버스를 탔는데 지난 사월 말에 산나물을 채집하느라 들렸던 산자락으로 가는 길이다. 마산역 광장을 출발한 버스는 마산 시내를 관통해 댓거리를 지나 밤밭고개를 넘어갔다. 여름에 들어 모처럼 교외로 나가게 된 등산으로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 다녀온 진전면 일대로 향했다. 진동 환승장을 지나 진전 면 소재지 오서를 거쳐 진전천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갔다.
온천수가 나오는 양촌을 거쳐서 일암을 둘러 대정에서 거락을 지난 의산보건진료소에서 둔덕골로 드니 지방도 확장 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종점이 가까워지는 마을 이름이 중국식처럼 들리는 술인방을 지난 대량에서 내렸다. 그곳 현지인들을 만났으면 지명 유래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물어볼 데가 없었다. 독립가옥이 서너 채 되는 대량에서 개울을 건너 저수지 둑을 지나니 전주 최씨 선산이 나왔다.
석 달 전 봄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인적이 없던 골짜기로 들어 여러 가지 산나물을 가득 뜯었던 적이 있었다. 참취와 바디나물은 기본이고 참나물과 나비나물도 한창 제철을 맞아 보드라웠다. 그날 처음 알게 된 윤판나물은 노란 꽃이 피고 있었다. 계절이 바뀐 한여름이 되니 그때 산나물들은 우거진 수풀에 가려 잘 식별이 되질 않았다. 주인장이 집을 비운 산골 농장을 두 군데 지나 임도를 따라 올랐다.
진전 둔덕 골짜기는 진주를 거쳐온 낙남정맥이 발산재에서 오곡재를 거쳐 여항산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했다. 평지의 들판이나 인가보다 산지가 많아 당국에서는 험한 산에 임도를 개설해 산림 개발을 권장하는 듯했다. 국유림인지 사유림인지 알 수 없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임도를 따라 점차 해발고도를 높여갔다. 활엽수림이 나타나면 삭은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붙어 자랄 영지버섯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지난봄 산나물을 마련했을 적에 들렸던 골짜기에서 가 보지 않은 임도를 따라가니 기대한 영지버섯은 자랄 식생이 아니었다. 활엽수가 있긴 해도 참나무가 드물었고 돌너덜이 많아 토양이 함유한 수분이 적이 영지버섯이 붙을 조건이 못 되었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벗이 가져온 담금주를 비우면서 진행 방향을 의논했다. 잔을 몇 잔 비우고 임도가 끝난 곳에서 발길을 돌려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했다.
그곳으로 가면 지난번 들려 산나물을 뜯으면서 봐둔 귀한 산야초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야생에서 자라는 더덕으로 군락을 이루었지만 그땐 호미가 없어 캐질 못했다. 이번에 그걸 캐려고 호미를 준비했었다. 더덕 자생지를 찾아놓고는 배낭의 도시락을 꺼내 먹으면서 남겨둔 담금주를 마저 비웠다. 배낭의 부피를 줄여 임도 길바닥과 길섶에 촘촘히 자라는 자연산 더덕을 캐 모았더니 양이 제법 되었다.
더덕을 캐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게 깊은 산중 사람이 찾아오진 않았을 텐데 누군가 흙을 파헤친 흔적이 보여 의아했다. 짐작해보건대 후각이 예민한 멧돼지가 더덕을 캐 먹으려고 주둥이로 흙을 뒤집어 놓은 듯했다 흙살이 부드러운 자리는 녀석이 캐 먹어도 바윗돌 틈에 자란 더덕은 오롯이 남겨져 우리가 차지했다. 더덕을 캐 배낭을 채워 임도를 따라가다가 외양이 특이한 노랑망태버섯을 만났다.
길고 긴 임도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다 고사목이 되어가는 참나무 둥치에 자라는 장수버섯을 발견해 넉넉히 땄다. 영지처럼 말려 끓이면 약성이 좋은 차가 되는 장수버섯이었다. 임도가 끝난 원산마을에서 냇가를 따라서 거락마을로 가다가 냇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대정까지 걸었더니 많이 지쳤다. 몇몇 식육식당은 문이 닫혀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가 소진된 열량을 채우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2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