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은 나의 분신과 같습니다. 아웃도어용품 수입업체 대표의 업무용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내용물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상단 작은 주머니에는 각종 상비약들과 치실 등 위생용구, 응급 시에 혀 밑에 털어 넣어야 할 심장약도 있습니다. 두 번째 주머니에는 주로 도구들이 들어있습니다. 멀티툴과 나이프, 라이터와 파이어스틸, 플래시, 자동차 키와 사무실 열쇠, 핸드폰 스페어 배터리, 대용량 외장하드, 이어폰, 지갑, 스마트폰, 명함지갑, 안경수건, 카라비너 등이 들어있습니다. 세 번째 세로로 넓은 겉주머니에는 계산기, 포스트잇, 필기구들, 그리고 언제 또 먹게 될지 모르니까 굶지 않으려고 여행용 스포크와 조립식 몽벨 나무젓가락이 있습니다. 그리고 메인 공간에는 스케줄 노트와 독서용 책, 갈아입을 티셔츠, 링 타입 악력기, 그리고 스탠리 텀블러(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몸부림으로)까지 뒤죽박죽입니다. 마지막으로 얇은 등판 쪽 공간에는 노트북컴퓨터와 아이패드, 그리고 또 취급하는 브랜드들의 각종 카탈로그들이 들어 있습니다. 무게는 약 7킬로그램입니다.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등판에 쪄든 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탈취 및 세탁작업을 하는 것이 이 배낭을 관리하는 작업의 전부 입니다만, 아직 여타 장식이나 원단들은 튼튼한 편입니다. 요즘 배낭들은 무척 다양해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어깨끈 앞쪽에 보조백을 달아서 배낭의 무게를 앞뒤로 분산시킨 바디팩이란 제품도 있고, 착용자의 등뼈길이에 따라 중심축을 이동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깨의 움직임에 따라 배낭 본체는 중심축에 고정되지만 어깨끈 부분만 따로 움직이는 제품도 출시되었습니다. 용도에 따라서는 대학생들의 책 휴대 문화를 바꿔버린 잔스포츠 배낭, 업무용 노트북이나 서류의 휴대가 간편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도시형 아웃도어 백팩, 주말이면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치는 당일 산행용 데이팩이나 산꾼으로 보이는 분들의 머리 위 한 뼘 정도는 올라와 있는 대형 알파인 배낭, 혹은 실속 있는 백패킹을 떠나는 주머니가 많아서 편리한 트레일 배낭 등이 있습니다. 흑백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키슬링 배낭 시절과 달리 요즈음은 배낭에서 생긴 문제 때문에 등반과 같은 활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로 큰 결함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지 만 평상시 배낭을 등반목적상 학대해야 하는 경우, 즉 바위나 나무 등걸에 자주 긁히거나 하면 원단이 마찰에 의해 헤지거나 끈이 닳아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망사 천으로 만들어진 늘어나는 사이드포켓 같이 쉽게 닳아지는 부분이나 밑바닥 같은 곳은 자주 살펴서, 작은 결함이 보이면 바로 수선해 주어야 큰 결함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날카롭고 각진 장비들을 꾸릴 때는 조심해서 쿠션을 염두에 두고 꾸려야 마찰에 의해 배낭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메시 천의 찢어짐 수선
↑ 0001(메시 천 구멍(좌), 메시 천에 심그립 바르기(우))
힙벨트에 주로 장착되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는 긁혀서 쉽게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길 수 있으며 바느질 선이 뜯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구멍 주변에 SeamGrip(심그립 우레탄 수선제)을 문질러 발라서 구멍을 메우면 주변의 내구성도 높아집니다.
배낭에 생긴 구멍 수선하기
↑ 0002(구멍 난 배낭(좌), 배낭 구멍 심그립 수선(우))
배낭의 밑바닥이나 신축성 좋은 사이드포겟 같은 곳에도 날카로운 나무등걸이나 가지에 걸려서 구멍이 생기기 쉽습니다. 역시 심그립으로 메워주면 구멍으로 아이템의 유실도 막아주고 주변의 내구성도 높여줍니다.
버클의 교체와 수선
↑ 0003(교체용 버클의 전체 종류)
배낭에는 대체적으로 10개 이상의 여러 가지 버클 장식들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문제가 생기는 장식은 바로 힙벨트 사이드 릴리스 버클(side-release buckle)입니다. 만일 20kg 이상의 배낭을 메고 활동하다가 이 장식이 파손되었을 때, 즉시 응급처치할 대안이 없으면 그 무게를 그대로 엉덩이에 걸치고 다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교체용 예비버클을 사이즈별로 몇 개 준비해서 갖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 0004()
또한 배낭에는 쓸데없이 늘어지는 웨빙 끈들이 지저분한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트랩 텐더(strap tender)라는 버클 장식을 활용하면 깔끔하게 끈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 0008(스트랩 텐더(좌), 스트랩 텐더 활용 예(우))
그리고 배낭의 입구를 오므려 마무리 하거나 침낭이나 매트리스 보관주머니를 마무리 할 때 조임끈에 달려서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작은 장식이 있습니다. 이것을 일립스 토글(ellipse toggle)이라고 합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장식에서 는 스프링이 튀어 나오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하셨을 겁니다. 이것도 현재 달려있는 장식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시면 과감히 교체하시기 바랍니다.
↑ 0005(일립스 토글(좌), 일립스 토글 교체 장면(우))
배낭의 주변 장식 중에서 주로 1인치 넓이를 가진 버클들은 사이드에서 배낭을 마지막으로 조여줌으로써 유동이 없도록 당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들은 대부분 배낭 몸체에 웨빙 끈이 재봉되어 고리에 끼웁니다. 그러므로 교체용 장식은 고리의 바느질을 풀어헤칠 필요 없이 바로 끼우도록 장식에 홈이 있는 것을 사용하시면 편리합니다.
↑ 0006(1인치 교체 버클(좌), 1인치 버클 장착(우))
부러진 사다리꼴 장식의 교체
주로 어깨끈이나 배낭 아래 매트리스 부착용 끈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으로 웨빙 끈을 당겨서 장비를 부착할 때 사용하는 장식입니다.
↑ 0007(깨진 버클 제거(좌), 새 버클 장착(우))
❶ 깨진 버클을 제거합니다. 간단하게 웨빙 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면 니퍼나 칼을 이용해서 플라스틱 고리부분을 잘라내야 합니다. ❷ 새 버클을 끼워넣습니다.
TIP. 배낭당김고리 사용하는 방법
↑ 0009(배낭 당김 고리)
배낭의 상단에 달린 당김 고리의 용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고리는 배낭을 들어 올려서 어깨에 멜 때 사용하는 haul loop(당김고리)입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배낭을 가장 편하고 신속하게 맬 수 있으며, 또한 배낭 어깨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배낭을 멜 때, 습관적으로 어깨끈을 잡아들어 올려서 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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