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축적과 자동제어로 대표되는 ‘2세대 스마트팜’을 구현하고 있는 전남 장성의 이장호씨 농장. 자동으로 생산환경이 제어되고 있는 딸기 육묘하우스에서 이씨가 태블릿PC로 시설하우스 내·외부의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생산환경 자동관리·최적화 ‘2세대 스마트팜’으로 진화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표준화’ 제조사별 프로그램 호환 안돼
농가, 부품 추가 구입 때 불편 작물별 장비 표준 마련해야
농가 데이터 관리 교육도 필요
#전남 장성에 위치한 투베리농장. 이곳 대표인 이장호씨(52)는 요즘 일어나자마자 태블릿PC를 켜고 딸기 모종을 키우는 온실의 상태를 확인한다. 시설하우스 내·외부의 온습도와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 그리고 그에 따른 조치 여부 등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2년 귀농 초기부터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했다. 군복무 시절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루는 업무에 종사한 덕에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를 모아놓는 방식을 이용하면 귀농 당시 영농경험이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돼 금방 효율적인 생육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는 “시설하우스 천·측창을 자동으로 개폐하는 기술은 이제 특별한 게 아니지만 과거 자료들을 데이터화하는 것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재배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수집·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예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과거의 기상·환경 데이터와 생육상황에 대한 비교 자료를 토대로 현재 상황에 따른 예방 조치를 자동으로 할 수 있어 병 발생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농할 때 3동(1980㎡·599평)이던 스마트팜 설치 온실을 11동(8712㎡·2635평)까지 늘려 엄격한 비교는 어렵지만 기형과·불량과 발생률이 줄고 상품화율은 크게 늘었다”며 “생산량이 대략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 스마트팜 어디까지 왔나=이 대표가 말하는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자동 생육관리가 바로 ‘2세대 스마트팜’의 핵심이다. 1세대가 농민이 영상을 보며 원격조종을 통해 시설하우스의 조명, 관수량, 개폐 정도를 조작했다면 2세대는 이런 일을 ‘알아서’ 자동으로 해주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팜은 1세대에서 2세대로 진화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설원예부문 스마트팜 재배농가는 2015년 기준 1235호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1세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김연중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팜 실태 및 성공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조사대상이었던 시설원예 스마트팜 보급농가 760가구 중 작물의 생육정보를 수집해 생장환경에 맞게 환경정보를 조절하는 높은 수준의 농가는 30% 정도인 223호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내·외부 온도 조절 및 자동 개폐 등 중간 수준 이하의 시설을 보유한 농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1세대 스마트팜 보급만으로도 영농 편의성 증대, 노동력 절감 등의 효과가 있지만 진짜 ‘스마트한 농업’의 실현은 2세대부터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농촌진흥청은 2018년부터 스마트팜 2세대를 본격 보급할 예정이다. 이용범 농진청 4차산업혁명기술대응단장은 “스마트팜 2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분야별 기술융합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재배환경정보 등을 수집해 생산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등 축적 데이터를 활용, 생산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제어시스템이 갖춰지도록 관련 기술을 연구·보급하겠다”고 했다.
◆ 확산 위한 과제는=2세대 스마트팜의 실현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표준화’다. 스마트팜을 이용한 영농활동에서 제일 어려운 점에 대해 이 대표도 “처음 스마트팜 설비를 구입한 곳에서 계속 추가적인 장비를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자물쇠 효과’다. 즉 부품부터 데이터 축적·공유 방식이 제조사마다 달라 기기를 추가로 구입할 때도 꼼짝없이 기존 업체만 이용해야 한다는 것. 프로그램마다 호환도 불가능하다.
농진청은 2015년부터 스마트팜 시설 표준화를 추진해 2016년까지 제어기·센서·양액기 등 25종의 부품 표준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미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세업체를 통해 이종규격의 기기가 계속 보급되는 상황인 데다 추가 비용문제,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표준화에 소극적인 업체들이 많다”며 “스마트팜이 더 확산되기 전에 작물별 특성에 따른 장비 표준과 시설하우스·축사에 공동 적용할 수 있는 단체 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데이터 수집과 관리가 더 쉬워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팜의 일반화를 위해서는 보다 쉽고 접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며 “표준화된 시스템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생육과 생산활동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농가들이 철저한 데이터 관리 및 정보습득 능력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