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겨우 전기가 들어와서 쉬러왔다가 잠깐 글을 써봅니다. 4년전에 여기로
유학와서이제 학교 졸업하고 22일에 출국 예정이었는데 이런일이 닥쳐버렸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느낌..11일 오후부터 그날밤은 평생 잊지못할날이 되었습니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센다이시내와 계속되는 여진,추위. 개판되버린 집꼬라지.
그날 저는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어 근처의 피난소로 대피했는데 조그마한 초등학
교 체육관에 수백명이 몰려들어발디딜틈도 없이 북적되는데 그제서야 꿈에서 깬것
처럼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피난소 대책본부에는 어느정도 나이드신 아저씨,아주
머니들만이 수고하고계시는데,뭔가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솔직히 그많은 사람
들틈바구니속에서 멍하니있기도 그래서,,,또 꼴에 체대생이라고 힘쓰는일은 다 저한테
시켜주십시요 했더니그 혼란속에 누구하나 아무대꾸도 없이 이것저것 시키더군요ㅡㅡ;
발전기 돌리기,사람들에게 모포 나눠주기,화장실에 사용되는 물퍼나르기,스토브불지피기,
근데 그런중에 여러사람들이 자원해서 일을 거들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서로 쌩판 모르던
사람들끼리 말도트고 이리저리 서로돕다보니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친구?인연?이 되어
그상황속에서 서로 의지가되어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잠시뒤 조금 안정된후에 내가 한
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모두들 놀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일본인도 아니면서
대단하다며 그제서야 띄워주는데 여진도 계속되고 불꺼진 방에 혼자있기 무서워서 피난
왔다고는 말못했습니다ㅡㅡ; ,,,그러면서 벌써 피난소생활 4일째입니다. 씻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잘못자고,불편한 생활속에서 다시 언제올지모르는 지진과 원전
사고,늘어나는 사상자수. 지금 이곳은 불안과 걱정이 가득합니다. 솔직히 저는 여기서 자원
봉사는 하고있지만 제가 뭐 원래 그리 좋은놈도 못되고 성인군자도 아닌데 ’어짜피 나야 여
기 떠버리면 그만이지뭐’ 하고 첫날에 비하면 벌써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는데,,,,어제 대책본부
다른분들이 저를 위해 폐쇄된 센다이공항 이외의 한국행 항공편과 교통수단등을 알아봐주더
군요ㅜㅜ 어디어디로 가면 버스를 탈수있고 여기 센다이에서 나갈수있다 등등,, 아 ㅆㅂ지금
누가누굴 걱정하는거야ㅜㅜ 제가 글을 잘못써서 이감동이 잘 전달되지 않는데, 어제 십년만에
눈물 쏟을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여기 일본이 영화처럼 침몰한다하더라도 여기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불펜분들이 보기에 그만한 일가지고 오버한다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번일도 그렇고 제가4년동안 여기서 만난 지인들과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이대로 두고 나몰
라라하고 한국으로 떠날수는 없습니다. 제가 뭐 그들에게 대단한 존재도 아니며 큰힘이 되주지도
못하지만 제가 할수있는 일은 꼭다해내고 마음편히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불펜여러분들도
마음속으로나마 힘이 되주십시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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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멋있다 나같음 바로 집으로 달려갈텐데....모쪼록 더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꼭 돌아오길 바랍니다 ㅠㅠ......................................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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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일본 있는사람들은 저기서 정리해야할것도 있고 한국와라 와라 하는게 부담이 되기도 한데...
뭐 원전건 터지기 전에는 대부분 그런 반응이었다고 하더라.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근데 일단 한국오는 비행기값만해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유학생들이 마음먹고 확 올수있는 상황이 아니래
2222 솔직히 나도 동경에있으면서 첨에야 저런생각했었지만 막상 가족들이 울먹거리면서 연락오니까 진짜 난 가족놔두고 여기서 뭘 생각하고있었던거지? 친구랑 주위분들이랑 유학생활도 중요하지만 그건 지금이니까 그런생각이드는거고 가족은 내 평생을 함께할사람들인데 라는생각으로 정신차렸음! 저분도 아마 저 분위기때문에 그러는거지 막상 가족이랑 연락닿으면 그렇지도않을꺼임! 무사히 귀국하시길바랍니다.
걱정하는 니네 가족은........;;;
ㅂ모님은?.....한국에계신 부모님 생각도 하셔야죠.,
부모님은...........이불효자야..............................
가족생각 안하냐 속이 타들어간다
222... ㅁㅈㅁㅈ
부모님 친척들 생각하지... 나 일본 산 지 6~7년이고 니가 말하는 그 주위 일본지인들..학교문제.. 모든게 마음에 걸리고 신경쓰인다는거 알겠는데.. 그래도 살아야하잖아.. 나도 올해 4학년이고 곧 졸업인데도 다 버리고왔어.. 학교도 졸업했다면서 무슨 미련한 짓이냐..
나도 어제 한국 들어왔는 데 남아있는 친구들이랑 지인들 걱정이 되서 참 마음이 무겁더라... 휴... 그래도 일단 살아야지, 싶어서 오긴 했는 데...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