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4.04.23. -
운명의 여신이 짓는 인연의 실은 얼마나 덧없는가! 쉽게 올이 풀려 잘려 나간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의 신이 가위질한 사람의 생애는 잠시 번득이다 만 섬광에 불과할 뿐이다. 운명은 미망(迷妄)의 어둠을 질러가는 번개 같다.
그러나 그 섬광이 지상의 나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일’이 된다. 그 까닭은 섬광이 이 캄캄한 우주를 잠시만이라도 환하게 밝혀 나를, 나의 전 생애를 의미로 충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의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을 이어 붙여 향기로운 존재로 잠시 서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장엄함으로 오는 인연이기에 ‘방문객’은 단순히 한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이, ‘하나의 세계’가 오는 우주적 대사건이다. 그러니 어찌 그 빛을 다정하게 ‘환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