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닿을 수 없는 / malo 어디서 왔나 쓸쓸한 불꽃이여 내맘 속 모르는 곳에서 몰래 타올라 내 귀를 막고 내 눈을 멀게하네 가눌 수 없어라 혼자 사랑이여 아무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 홀로 덧없이 헤매는구나 견딜 수 없으면 타오르지마 닿을 수 없는 불꽃의 사랑 한줌 재만 남을 헛된 사랑 어리석은 죄 혼자 사랑
봄날은 간다 4:40 1994, 섬진강에서
(재생 단추를 눌러서 한 곡씩 골라 들으시면 됩니다.) 요 아래 북한인권강좌 글 밑에 쓴 것처럼 요즘 그렇게 지내는데요, 마침 하숙집을 하는 어머니댁에 빈방이 하나 남아 있어서 그 방을 제가 쓰고 있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거 원, 뭐 하루종일 방에 있어야 하는데 음악 듣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음반가게를 나갔어요. 뭐를 고를까 하다가 장필순 베스트 모음을 골라 들었다가 나오려고 하는데 뭔가에 눈길이 확 끌리는 거예요. malo3이라고 써 있는데, 어 저게 뭘까? 타이틀 곡이 <벚꽃, 지다>인데 우와 막 땡기더라고요. 궁금해라, 궁금해. 그래서 주인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아저씨, 마로? 마로라고 하는 가수에요? / 아니요, 말로요, 정말로. / 아아, 정말로가 이름이구나. 이 노래 어떤 데요? / 네에, 째즈도 있고, 또 여러 장르가 함께 있는데 좋아요. / 좋다지만 그게 혹시 내 취향이 아니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아, 한 번 들어보면 좋겠다 하니까 아저씨가 바로 벅스에서 찾아서 틀어주는 거예요. ♪♩♬♩♪ 와 좋다. 이거, 이걸로 주세요. 집에 와서 듣는데, 으아 들으면 들을 수록 너무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 좋아. 너무너무. 이상은 같다고 느껴지다가 '좀 더 편안한 이상은' 쯤 되나 싶다가, '더 원숙한 이상은'이다 싶기도 하고.... 혹시 malo라는 가수 다들 알고 있는 거면 어떡하나, 나 혼자 호들갑이면 어떻게 하지? 혹시 모르시던 분 있으면 들어보세요. 정말로 끝내줘요. 제가 산 건 3집인데 3집 전체가 다. malojazz 홈페이지
그리고 여기에도 한 번 가 보세요. malo 3집에 대한 여러가지를 볼 수 있어요. http://www.kpopdb.com/album.asp?aid=5591
[IZM 기사]
말로 (Malo) |
데뷔/결성: |
1998년 |
활동/시기: |
1990, 2000년대 |
멤//////버: |
솔로활동 |
조회수: 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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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재즈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 재즈 계의 차세대 주역 말로(옛 예명: 정말로, 본명: 정수월). 뛰어난 스캣을 특징으로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와 자주 비교되곤 하지만 말로의 재즈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그녀만의 재즈이다.
우선 그녀의 특이한 이름 '말로'가 눈에 띈다. 이 재미있는 이름은 어린 시절 두 딸을 둔 아버지가 또 여자 아이가 태어나자 '정말로 못참겠다'라는 의미로 지어준 아명이라고 한다. 2집까지 '정말로'로 활동하던 그녀는 3집부터 '말로'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개명했다.
음악과 여행을 즐기는 보헤미안적 성격을 소유한 그녀는 학업과 음악 수업을 함께 쌓았다.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자작곡인 '그루터기'로 은상을 수상하는 재능을 보이면서도 학업에 매진하여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수재 뮤지션이기도 하다.
학과 수업을 이수한 젊은 재즈 보컬리스트는 대학 졸업 후인 1995년에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에 입학해 프로페셔널 뮤직(Professional Music)을 공부한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의 감성 때문일까, 1996년 휴학계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재즈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1998년 1집 앨범인 <Shades Of Blue>를 발표했지만 대중의 레이다 망은 그녀의 음악을 빗겨나갔고 연이어 제작된 2집 <Time For Truth>는 녹음을 마치고도 대중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매조차 되지 못했다.
이렇듯 앨범은 실패했지만 음악 활동은 계속되었다. 1998년 SBS 드라마 <단단한 놈>의 음악을 맡았고, 1999년에는 '5 New Jazz Voice'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현대시 엔터테인먼트 멀티포엠 음반 <Siren Phyche> 제작에도 참여하였다. 2000년에는 딸기 소극장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가졌고, 국립극장에서 퓨전 콘서트인 '충돌!충돌!'과 'Koran Jazz All Star 2000' 공연에 참여했으며, 뮤지컬 'All That Jazz'의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하는 등 다채로운 경력을 쌓기도 했다.
대학로의 '천년동안도', 이태원의 '올댓재즈' 같은 클럽에서 노래하는 동시에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녀는 2001년 재즈 전문지 '두밥'에서 2000 베스트 재즈 보컬리스트에 선정되며 인정받았다. 동년(同年)에는 GMC 섬머 재즈 콘서트나 한일 아트 페스티벌 등에 참가했고,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조인트 콘서트를 가지며 경험의 폭을 넓혔다.
뿐만 아니라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버클리에서 수학한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단에서도 맹 활약중인 그녀는 현재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과, 동아방송대학, 서울종합예술원, 숭실대학교 실용음악과, 인터넷 Musicox College, Odition.Com 등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 차세대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활약해 온 말로는 2002년에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언론인에서 음반 기획자로 변신한 이주엽씨와 함께 새로운 재즈 만들기 작업에 참여했다. 30대와 40대를 겨냥한 가사들을 넘겨받은 말로는 블루스, 보사노바, 발라드, 쿨 재즈 같은 여러 재즈 스타일을 한국 정서와 절묘하게 결합시켜 2003년에 그 열매인 3집 <벚꽃지다>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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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링크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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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여성재즈보컬 ‘말로’. 그녀를 떠올리면 마 소재의 헐렁하면서도 멋스러운 치마와 파란색 안경 그리고 곱슬머리가 떠오른다. 애상과 깊이, 여백이 느껴지는 모습, 동양화 위에 ‘블루 빛’이 흩뿌려지는 듯한 여운을 ‘말로’는 가지고 있다.
한국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그녀의 3집 앨범 ‘벚꽃 지다’에는 그 같은 그녀의 느낌이 잘 살아난다. 한 편의 시 같은 노래가사에 재즈의 맛을 잘 살려내는 곡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다. 한 소절과 한 소절 사이의 여백에 담아내는 이야기들 때문일까.. 일단 그녀의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흐드러지게 피며 마음을 홀렸던 벚꽃이 진 4월 말, 그녀가 무대에 선다. 얼마 전 ‘환’으로 이미지 연극의 가능성을 제시한 극단 여행자 연출자 양정웅이 그녀 무대의 연출을 자청하고 나서, 노래와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무대가 기대된다.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던 4월의 어느 날, 말로와 그녀의 소속사 JNH의 대표이자 3집 앨범 ‘벚꽃 지다’의 시 같은 노래가사를 지은 이주엽 실장이 자리에 함께 했다. 인터뷰 한 시간 삼십 분 남짓은 공연과 3집 앨범작업 그리고 그녀가 노래 속 여백에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 유쾌하면서도 정신적 포만감마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하나. 콘서트 '벚꽃 지다'
# 국내 여성재즈보컬 트로이카인 나윤선 씨, 웅산 씨에 이어 말로 씨가 4월 24, 25일 양일간 공연을 하세요. 벚꽃이 진 4월 말과 ‘벚꽃 지다’의 테마가 잘 어울립니다.
주엽: 말로 씨의 3집 앨범 ‘벚꽃 지다’를 발표할 때가 4월 초였습니다. 말로 씨가 지난해 7월 공연 이후 시간도 많이 지났고 4월 말이면 윤중로의 벚꽃이 모두 질 무렵이라 ‘벚꽃 지다’의 앨범 타이틀과도 잘 맞는 것 같아서 공연을 준비하게 됐지요. 공연 준비를 완료하고 나니까 나윤선 씨와 웅산 씨 공연이 모두 4월에 열려서 조금 놀랐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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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집 앨범에 참여하셨던 하모니카 마스터 전제덕 씨가 지난해 공연에서 ‘스티비 원더’에 버금가는 노래실력을 들려주셔서 관객들 반응이 무척 좋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에도 게스트로 참여하시나요?
말로: 네. 지난해 공연에서 반응이 너무 좋아 이번 공연에서도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노래를 몇 곡을 하실지, 어떤 곡을 하실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멋진 노래를 들려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 이번 공연은 더욱이 극단 여행자 대표 양정웅 씨가 무대연출을 맡으셔서 보다 이색적인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또 ‘환’에서 말로 씨가 노래를 부르셔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양정웅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말로: 4년 전쯤 일거예요. 강남의 한 라이브 호프에서 재즈 연주를 몇 번 한적이 있는데, 그때 자주 오셨어요. 아는 언니와 인도여행 중에 친해졌다고 들었는데, 그 언니를 만나러 오시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환’ 작업하면서 들어보니 제 팬이어서 오셨다고 하더군요.(웃음) 잘 알게 된 건 연극 ‘환’ 작업을 하면서예요.
배우들 노래 지도를 부탁해서 서너 번 레슨 해드리면 되겠지 하고 갔는데, 공연 준비 막바지에 접어드니까 저한테 노래를 직접 해달라고 부탁하시더라 구요. 그래서 노래를 녹음해서 공연에 사용하시라고 했지요. 작업하면서 얘기 많이 해보니까 좀 더 일찍 친했으면 하는 좋은 분이더라구요.
둘. 3집 앨범 '벚꽃 지다'
# 지난해 발표됐던 3집 앨범 ‘벚꽃 지다’는 이질적이라고 여겨졌던 한국어 가사와 재즈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평단의 극찬을 받았었죠.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말로 씨 개인적으로나 한국의 재즈시장에 많은 가능성을 연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말로 씨는 당시 기자였던 이주엽 씨의 가사를 받고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말로: 제가 좀 청승맞거든요.(웃음) 요즘 신세대들처럼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박목월 시인의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상징적으로 던져 놓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이주엽 씨 가사가 그래요. 글을 보는 순간, ‘내가 글을 잘 쓴다면 아마 이렇게 썼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주엽 씨가 아니라 마치 내가 쓴 것 같더라구요. 글을 보는 순간 이 글에는 이런 곡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감이 왔어요. 노트를 받고 일어나면서 “걱정 하지 마십시오. 딱 감이 옵니다.”라고 말했어요.(웃음) 그러고 나서 일년 걸렸죠. 하하하
# 앨범작업에 일년이면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말로: 곡을 쓰는 일이 습관이 되신 분은 하루에 꾸준히 몇 곡씩 작업을 하세요. 그 곡을 선택하든, 버리든 간에 계속 작업을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필요에 의해 곡을 쓰는 경우죠. 제 직업이 작곡가가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곡 쓰는 것에 중점을 두지도 않았고 누가 의뢰하기 전에는 곡을 쓰기보다 내 목소리 라인 연습에 치중해왔는데, 제겐 좋은 기회였죠. 내가 곡을 얼마나 쓸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스스로 시험해 보는 시간이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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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틀 곡 ‘벚꽃 지다’의 곡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말로: 신기하게도 제가 그 노래를 일찍 만들었어요. 3집 앨범의 12곡을 모두 쓰는 데는 1년이 걸렸는데, ‘벚꽃 지다’는 초기에 작업한 세네 곡 중 한 곡이에요. 가사를 계속 보고 있었지만 곡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앉으니 곡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녹음해서 이주엽 씨에게 들려주니까 “나도 이 노래를 보사노바 리듬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말하지 않았는데, 주엽 씨가 생각했던 느낌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둘이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주엽: 그래서 다른 곡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타이틀 곡을 ‘벚꽃 지다’로 정해버렸어요. (웃음)
# 말로 씨는 가사를 받고 감이 왔다고 말씀 하셨는데, 이주엽 씨는 곡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주엽: 전 처음에 가사를 전해드릴 때, 말로 씨가 돌아서서 흠잡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흔쾌히 곡을 쓰시겠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죠. 말로 씨가 곡을 참 잘 써주셨어요. ‘푸른 5월’같은 곡은 제가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감성과 말로 씨가 곡으로 풀어낸 감성은 완전히 달랐어요. 하지만 듣다 보니까, ‘아, 이 글에는 이 곡이 맞겠다.’ 싶더라구요.
말로: 이주엽 씨가 생각한 분위기는 어떤 거였나요?
주엽: 아주 나른한 느낌은 아니었구요. 약간 경쾌하면서 그 위에 나른한 느낌이 더해지는 거였는데, 말로 씨 곡은 아주 나른하면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거다’ 싶은 거였죠. 제가 떠올렸던 감성이, 말로 씨의 곡을 통해서 재창조 된 거죠.
# 타이틀 곡 ‘벚꽃 지다’를 비롯해서 곡의 곳곳에서 들리는 하모니카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이번 공연에도 함께 하시는 전제덕 씨는 3집 앨범 작업에 어떻게 섭외하시게 됐나요?
말로: 제덕 씨는 우연찮게 만났어요. 곡을 만들고 세션구상도 모두 마쳤는데, 악기 하나를 넣었으면 했거든요. 아코디언으로 하기에는 식상하고 무슨 악기가 좋을까 찾다가 하모니카가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 하모니카 연주를 잘 하는 연주자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연히 김광민 씨 콘서트에 갔다가 세션으로 나온 제덕 씨를 본 거죠. 거기서 듣고 찾아가서 부탁을 드리니까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셋. 깊이가 느껴지는 보이스
#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시면서 본격적으로 재즈를 공부하셨어요. 벌써 재즈보컬로 데뷔하신 지 8년이 되셨는데, 재즈를 하시기 이전의 음악적 성장배경이 궁금합니다. 말로 씨가 록 밴드 보컬로 활동한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말로: 먼저 말씀 드리면, 록 밴드 보컬을 한 적은 없습니다. 많이들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사춘기 이전에는 클래식만 들었어요. 노래도 오페라 아리아, 가곡만 불렀구요. 세계의 350곡 명곡 선집을 보면서 노래만 부르고 지냈죠. (웃음) 아버지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저희 세 자매의 목소리가 나올 때부터 노래를 가르쳐 주셨어요. 큰언니는 알토, 둘째 언니는 소프라노, 저는 멜로디 이런 식으로 합창을 불러보게 하셨구요. 아버지가 약사신데, 약사를 안 하셨다면 가수를 하셨을 정도로 노래도 잘하세요. 어머니도 그렇구요. 그래서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려고 삼부합창 연습을 하곤 했죠.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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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록을 처음 접하신 건 언제였어요?
말로: 록이란 걸 들어본 게 스무 살 때예요. 그 전에 제가 들었던 가장 대중적이었던 음악은 ‘사운드 오브 뮤직’ 이었죠. 하하. 대학교 재수를 하는데, 재수학원 첫 수업 때 옆에 앉은 남자애가 헤드폰을 끼고 머리를 흔들면서 수학문제를 푸는 거에요. 하하. 무슨 음악을 듣길래 저런 포즈가 나오나 했는데,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물어보니까 음악을 들려주더라구요. 그게 ‘레드 제플린’이었어요. 근데 전 너무 소리가 강해서 못 듣겠더라구요. 나중에 그 애가 메탈이랑 하드록 음악을 녹음해서 줬는데 한동안은 즐겨 들으면서 공부했어요. 그렇게 4,5개월 정도 듣고 나니까 또 별로 더라구요. 그러던 중에 알게 된 이들이 ‘비틀즈’였구요. 그때부터 팝송을 듣기 시작했어요.
# 대학교 다닐 때는 라이브 클럽에서 통기타 가수도 하셨는데, 지금의 말로 씨의 분위기를 보면 의외라는 생각도 드는데...
말로: 예전에 녹음한 목소리를 들으면 목소리가 참 맑아요. 어린애처럼.. 그때도 목소리가 보이 소프라노니, 키메라니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통기타 들고 포크송 부르는 게 대학 문화더라구요. 저도 포크송을 부르고 싶었는데, 육성이 가다듬어지지 않아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통기타 동아리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그걸 노래라고 하냐’는 선배 얘기 듣고 쓴맛을 다셨죠. (웃음) 그래서 노래 연습할 곳을 찾았는데, 마침 학교 앞에 카페에서 ‘통기타 가수’를 구하더라구요. 거기에서 하루 세 시간씩, 3,4개월 정도 노래하고 다시 동아리 오디션을 보러 갔더니, 이번엔 ‘노래 너무 잘한다’면서 전격적으로 영입을 하더군요. 하하.
# 목소리가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말로: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노래를 계속 하면서 변하게 된 거죠. 목소리를 쓰면서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잡힌 상태에서 가닥이 조금씩 잡히고 그게 자기 결을 찾아가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가 성숙한 단계로 온 것 같아요.
# 앞으로도 보이스가 변할 여지가 있는 거네요.
말로: 그러기를 바라고 그럴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냥 ‘아~’해도 깊이가 느껴지는 완숙하고 그윽한 목소리를 갖고 싶어요.
넷. 화두가 전한 깨달음
# 말로 씨의 버클리 음대 유학 시절 일화 중에 ‘면벽수도’ 얘기가 있던데, 그에 대한 얘기 좀 들려주세요.
주엽: 우선 제가 짧게 말씀 드리자면 유학 시절에 어머니가 불러 들이셨대요. 어머니가 독실한 불자이신데, 한달 동안 산사에 가서 공부를 하거라 하구요. 그 후에 말로 씨도 법명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말로: 법명이 보림안이예요. 처음에 전 아무 것도 모르고 잠시 귀국했지요. 엄마가 그냥 와보라고만 하시만 자세한 말씀은 안 해주셨거든요. 전날 저녁에 맛있는 음식을 해서 주시더니 이튿날 산사로 데려가시더라구요. 그곳 보살님께 화두를 받으라고 하셨는데, 그 화두를 푸는데 한 달이 걸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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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 말로씨가 받은 화두는 뭐였어요?
말로: 손가락! ‘이 손가락이 누구의 손가락이냐?’는 거였어요. 그 화두를 듣고 아무리 대답을 해도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 그걸 푸는 방식이, 벽을 보고 수도하는 면벽수도 인거죠. 내가 살아온 날들을 떠올리고 난 후에 그에 대한 생각이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그에 대한 답이 나온 거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 화두에 대해 어떻게 답하셨나요?
말로: 그런 건 말해주지 말라고 하시던데.. 문제를 낸 분하고 제가 나중에 독대를 하는데 그 분은 저 아이가 답을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 보이시나봐요. 한 달쯤 지나고 ‘저녁에 내 방에 좀 들어와라’ 하시는데, 제가 ‘전 아직 답을 못 찾았는데요’ 했더니 ‘괜찮다. 들어와라.’하시더라구요. 질문을 계속 하시면서 저로 하여금 어떤 대답을 하도록 유도를 해주셨어요. 대답을 하면서 그 답을 알게 된 거죠. 어떤 분한테 가르침을 갖느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그 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나요?
말로: 변화가 많았죠. 그 전에는 제가 좀 닫혀 있었어요. 제 세계에 둘러싸여서 외부 사람들과 소통을 안 하려는 스타일이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몰랐던 거죠. 정신적으로 미성숙했었는데, 화두를 받고 나서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지를 알게 됐고 내 자신이 내가 귀한 만큼 남들도 귀하다는 걸 비로소 느낀 것이죠. 그리고 나서 성격이 활발해지고 성격이 좋아졌어요.
다섯. 여백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
# 요즘 학생들도 많이 가르치고 계시고 말로 씨 스스로도 음악 공부를 계속 하고 계실텐데요, 현재의 말로 씨 음악적 고민은 무엇인가요?
말로: 우선은 기교적으로 좀 더 완벽해졌으면 해요. 하지만 단순히 기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즈 안에 들어가는 스토리가 많았으면 하는 거지요. 그 안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항상 똑같다면 프레이즈도 항상 비슷할 것이고 그러면 음악적으로 멈춰버리는 느낌이거든요. 그 이야기 꺼리를 많이 만들고 그에 따라서 프레이즈를 다양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노래라는 것이 내가 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내가 아주 서정적으로 묘사할 것인가, 격정적으로 묘사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프레이즈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정서적인 면도 많이 고려를 해요. 사실 인간의 목소리가 할 수 있는 기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악기들은 여러 가지 장치를 끼운다던가, 스케일을 잘 연구하면 소리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기교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다가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교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 올렸다면 그 이후에는 정서가 중요한 거죠. 그 곡에 부여하는 나만의 의미라던가, 이걸 표현할 수 있는 나의 경험이라던가, 내가 가진 인간적인 가치 등을 통해서 똑 같은 기교나 조금 모자란 기교더라도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노래를 통해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한텐 그런 게 가장 큰 음악적 과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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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 인간적 가치에는 인문학적 상상력도 포함이 되는 거죠? 세계를 어떤 식으로 받아 들이냐 하는 것도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잖아요.
말로: 네. 그렇죠.
주엽: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면요, 기교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자기가 상상하는 세계가 풍부하면 풍부해질수록 좋은 곡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음악이란 것은 인간을 표현하는 도구니까, 그것이 얼마나 풍부하냐에 따라서 음악적 퀄리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그래서 말로 씨가 빨리 늙고 싶다는 얘기가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해서요.
말로: 네. 맞습니다. (웃음)
# 공연준비와 강의와 클럽활동까지 많이 바쁘실텐데, 공연 이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말로: 요즘 정말 많이 바빠요. 학교 다섯 곳에서 강의하고 클럽 네 곳에서 활동하고 제 콘서트 외에도 준비할 무대가 또 있거든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섭외가 들어와서 재즈 개론서를 써야 하거든요. 그 동안 재즈관련 서적은 칼럼니스트나 평론가들이 많이 써왔지만 일반인들이 재즈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역사보다는 재즈를 들었을 때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전의 재즈 개론서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될 겁니다. 또 4집 앨범에 대해서 주엽 씨가 글을 주셔서 곡 작업도 시작해야 하구요.
# 4집 앨범은 어떤 느낌인가요?
주엽: 말로 씨도 깊이 심취했었고 지금도 물론 관심이 있는 불교와 관련한 컨텐츠예요. 재즈와 불교를 결합해서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작년에 말로 씨한테 얘기했더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불교라고 해서 종교적으로 다가간 것은 아니고 불교가 대체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끌어내면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즈와 불교가 이질적인 듯 하지만 그만큼 전혀 새로운 컨텐츠로 태어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불교의 정신이 음악적으로 실려 나와도 좋겠다 싶어서 말로 씨께 글을 넘겨 드렸습니다.
올해 안에 그녀의 4집 앨범을 만나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3집에서 보여준 그녀의 가능성과 깊은 세계는 새로운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 콘서트도 그 기대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노래하다, 쉬다. 그 쉼의 여백 속에 그녀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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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링크 / 이인선 기자 (iwanna@ticketlink.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