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스님한테 들은 이야기다.
옛날에 어떤 노승이 길을 떠났다.
노승은 마을과 멀리 떨어진 산길을 걷다가 기진해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햇볕이 따사로웠다. 노승은 졸음이 밀려와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잠시 눈을 감았던 노승은 그 이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앉아서 졸다가 그대로 입적하고 만 것이다. 노승이 걸어온 길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살은 썩고 뼈는 삭아 흙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나갔다.
훗날, 노승이 입적할 때 들고 있던 염주에서 무더기로 싹이 돋았다. 나무는 자라 열매를 조랑조랑 맺는 큰 나무로 성장했다.
산길에 아무도 심지 않았는데 염주로 쓸 나무가 있으면 그곳이 옛적에 어떤 노승이 졸다가 입적하신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 열매를 따서 또 누군가가 새로 염주를 만들어 들고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 그렇게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
염주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염주는 요즘 한창 노란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열매나 피나뭇과의 보리자나무, 피나무, 찰피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이들 열매의 껍데기는 나무보다 단단하다.
보리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찰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지방에서 ‘포리똥나무’라고 부르는 보리수나무와 혼동하면 안 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나무도 이 나무가 아니다. 뽕나뭇과에 속하는 ‘인도보리수’는 인도에서 ‘아슈바타’라고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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