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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톤톤쵸파
헤어진 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가끔 악몽으로 꿈에 등장하는 전남친이 있습니다. 17살 연상이었던 제 전남친.
지금 저는 또래 남친, 아니, 이제는 예비신랑이네요. 또래 나이의 예비신랑과 올겨울 약혼했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즐겁게 천천히 결혼을 준비하고 있어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는데도... 날이 많이 흐리거나 몸이 아프거나 많이 피곤할 때면 가끔 악몽으로 전남친이 등장하네요.
오늘 판에서 17살 연상 남자랑 사귀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글을 올리는 분을 봤는데
그 글을 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저도 모르게 옛날 일을 한참 생각하다가 잠깐 곯아떨어졌더니
정말 오랜만에 또 전남친이 등장하는 악몽을 꿨어요. 너무너무 괴롭고 벗어나고 싶던 그 당시 감정이 꿈에서 그대로... 정말 힘들었네요.
글로 풀어놓고 나면 좀 마음의 짐이 덜어질까 싶어서, 그냥 제가 17살 연상남과 어떤 연애를 했었는지 적고 가려고요.
흔히들 애정결핍이 있는, 특히 아빠 사랑 못받은 여자들이 등신같은 남자나 한참 늙은 남자에게 쉽게 빠진다고들 하는데
저는 마치 그 정석에 해당되는 여자처럼 정말 아빠에 대한 애증 때문에 나이든 남자에게 쉽게 끌린 케이스였어요. 너무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자존감이고 뭐고 그런것도 없었고. 그냥 누가 나 좋아라 해주면 깊이 생각 안하고 그사람한테 앵겨 버리는 타입이었죠. 사랑 받고 싶어서.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머니가 양육권을 가져왔는데 원래 부모님 나이 차이도 많이 났었습니다. 아빠가 10살 연상이었고 엄마가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온갖 고초 끝에 후회하며 이혼을 하셨죠.
근데 당시 제가 어렸던 시절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훠얼씬 더 이혼녀의 삶이 힘겨웠어요.
회사 다니며 근근이 돈벌고 힘겨워하는 엄마 곁에서 살다가... 미국 사는 이모댁에 맡겨졌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대학교때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친은 제가 학교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교앞 작은 양식당의 사장이었어요.
서로의 신상 소개를 하다가 남친이 과거에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곳이 제가 살던 지역임을 알게 되어 되게 빠르게 친해졌죠. 그땐 그냥 사장님과 알바생 관계였습니다.
그냥 나보다 어른스러워 보이고 나보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끌렸어요.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저녁 먹고 가라고 손수 남은 재료로 저녁 차려 주는 모습에 반했어요.
그냥 기대고 싶었어요. 이사람 아니면 누가 나한테 이런 거라도 해주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키도 작고 못생기고 화상 흉터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면 저는 제가 그사람의 그런 외모조차 감싸 주는 좋은 여자라는 환상에 스스로 젖어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 사람이 40살 솔로남이라는 사실도, 단점이 아니라 "기회"로 여겨졌어요.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 애인 없고 여태 결혼 못하고 이러고 사는 건 이 사람 때문이 아니야!!! 여자들이 못나서 그래! 여자들이 욕심이 많아서 그래! 나이 든 여자들이 보는 눈이 없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 몰라서, 그래서 이렇게 내버려둔 거야! 나한테는 찬스야!" 라고.
나는 17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보석같은 남자를 쟁취하는 멋진 여자라고 믿었습니다.
네, 저 완전 상ㅂㅅ 이었던 거... 저도 지금은 충분히 알아요...ㅠㅠ
어엿한 자기 가게를 갖고 있는 남자. 나는 알아듣기 어려운 사업 용어를 써가면서 사업 이야기를 하는 남자. 나보다 한참 나이든 사회인들과 나란히 서서 뭔가 연륜이 있어 보이는 듯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나 거래처나 자기 형제에 대해 뭐라뭐라 논리적으로(?) 그들을 비판하고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비전에 대해 자랑하는 모습.
20대 초반이었던 제 눈에 너무너무 멋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빚잔치 벌이고 사업 폭망함.)
알바 퇴근도 미루고 길게 길게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결국 연인이 되었어요.
그때 남친은 "언제든 또래 남자가 생기면 그냥 나를 떠나"라고 했습니다.
오.. 그 말조차도 넘나 멋있게 들리더라고요? 이렇게 쏘쿨하고 멋진 남자라니 하고 제 눈은 하트가 되었었죠.
그리고 1~2년이 지나면서, 또 제가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서, 저는 점점 현실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취직하고 사회생활하며 제가 그 사람에 대해 현타(?)가 온 건 다음과 같았어요.
1. 그 남자는 진흙속 진주가 아니라 그냥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쩌든 실패자다.
2. 내가 경력 5년만 쌓아도 그 남자보다 더 벌겠다.
3. 그 남자보다 훨씬 혹은 최소한 그 남자만큼 여자한테 잘해주는 남자들은 세상에 널리고 깔렸다.
4. 사람의 지혜로움이나 어른스러움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5. 나는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괜찮은 여자였다.
그런데 이대로 빨리 헤어졌더라면 상처 없이 끝났을 텐데, 여전히 바보였던 저는 2, 3, 5만 받아들이고 1, 4는 제가 커버를 해주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우리 오빠가 생각보단 별로인 남자였구나. 하지만 괜찮아! 난 착한 여자니까!!! 내가 평강공주처럼 우리 오빠 옆을 지키고 다독거려 줘야지! 현모양처로 살거야!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다 감싸주고 이해해주고 쉴곳이 되어주면 오빠가 더 발전하겠지! 그래! 내가 내조를 하는 거야!"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존버했어요. 진짜로 저렇게 맨날 스스로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마음 한켠에서는 "내가 미친짓을 했구나 이 미친X아 이제 어떻게 수습할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근데 저는 제 자신이 그렇게 어이없이 청춘을 늙은이한테 날리는 대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겁니다.
마치 폭락하는 주식을 바라보면서도 손절을 못하는 사람처럼요.
그리고 2년이 더 흐릅니다. 2년이 더 흐르면서 제가 겪은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사업 실패로 기 죽을까봐 남자가 안쓰러워서 툭하면 교통카드 충전시켜주고 데이트 시 저녁밥도 내가 자진해서 삼. 근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남자가 대놓고 "오늘 저녁은 ㅇㅇ이가 사줘^^" 이럼. 그럼 나는 투덜거리면서 또 결제 함...
- 남자가 고정수입으로 매달 삼백만원을 벌기 시작함. 나 놀람. 우와! 삼백이라니! 그런 큰돈이라니! (당시 중소기업 사원이었던 나는 월급 실수령액 160만원이었음. 내눈에 그돈이 얼마나 많아 보였겠음?) 남자가 갑자기 되게 멋져 보임. 그리고 "역시 울오빠는 능력남이었구나! 앞으로 내가 더 뒷바라지 잘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함.
- 남자가 여기저기 사람들 만나는 술자리 모임마다 자꾸 나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부름. 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제정신 차리고서야 깨달음. 어린 애인 자랑하려고 그런 거였다는 거. 나 이렇게 어린애랑 사귄다고 다른 남자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랬다는 거. 난 그냥 트로피 같은 거였다는 거.
- 남자랑 남자 지인들 모인 자리에 얌전히 껴있을 때면,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넌지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음. "ㅇㅇ씨의 어떤점이 좋아요? ^^" 그러면 나는 신나서 우리 옵빠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자랑함. -> 나중에서야, 그 질문의 의미가, "왜 저런 루저새키한테 코 꿰어 있어? 그런 어린 나이에?" 였다는 걸 깨닫고 땅을 치고 후회함. 아... 등신같았던 나...
- 처음에는 아껴주는 거 같더니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르니까... 내가 남자의 의견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남자의 불만이 폭발함. 나는 술을 싫어하지만 그는 술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하루는 술 잔뜩 마신 상태에서 나랑 언쟁을 벌이다가, 갑자기 내 뺨을 손등으로 툭~ 툭~ 치면서 "어휴~ 이걸 확 때릴 수도 없고..."라고 말함. 그 순간 내 몸에 소름이 쫙 돋고 머릿속에서 경보가 울림. 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 같음.
- 하루는 둘이 모텔에 갔는데 내가 갑자기 생리가 시작돼서 컨디션이 안 좋아 관계를 못 하게 되었음. 그래서 그냥 쉬다 나오고 저녁에 남자의 친구 한 명과 만나 셋이서 밥을 먹는데, 나랑 남자가 가벼운 언쟁을 하게 되었음. 근데 남자가 순간 큰소리로 이렇게 소리침. "아, 그러게 누가 생리하래?!" = 말인즉슨 내 생리 때문에 __를 못해서 지를 욕구불만으로 만들었으니 나한테는 좋은소리를 해줄 이유가 없다는 소리...
그순간 난 얼음이 되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남자의 친구는 마침 어린 딸을 둔 유부남이었는데 남자에게 화를 엄청 내면서 결국 주먹싸움이 일어남.
- (위의 사건을 겪고도 아직 안 헤어지고 "우리 오빠는 좋은남자야!"라고 계속 믿고 싶었던 나는) 어느날 잠자리 후 몇 주가 지난 상태에서 생리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불안에 떨기 시작했음. 나는 한참 어렸음. 겨우 20대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애를 낳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너무 불안했음. 근데 남자가 너무 담담하고 태연해 보이는 거임. 나랑 같이 걱정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이때부터 신뢰가 마구 깨지기 시작함.
- 그리고 마침내 생리가 시작된 날, 내가 굉장히 안심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 남자가 이렇게 말함. "사실 나는 니가 임신이길 바랬어. 그러면 너네 엄마한테 가서 결혼허락을 구하고 너를 완전히 내여자로 만들 수 있잖아" -> 아.............ㅈㄴ 충격적인 소리였음. 그제서야 아차, 내가 헤어졌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음...
그래서 서서히 저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도 당연히 눈치를 챘죠.
그때부터 지랄발광이 시작되었습니다.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어느정도 지랄은 하겠구나, 예상은 했는데, 그 예상을 뛰어넘는 지랄쇼를 펼쳤어요.
나이든 자신을 이용(?)하고 단물(?)을 빼먹고 버리는 여자라는 식으로 저를 매도하더군요.
자신은 내가 자신과 결혼해줄 거라고만 굳게 믿었다고 (실제로 결혼얘길 나눈 적은 전혀 없음)
나만 믿고 지금까지 딴 여자를 안 만났던 건데 자기 세월 어쩔거냐고 저한테 막 따지더라고요.
... 어이가 없었습니다. 할말을 잃었어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져버릴거 같았습니다.
날 믿고 딴여자 안만나긴 개뿔, 나 말고 만날 여자가 있을 만큼 좋은 사람도 아닌 주제에!
아니, 지만 억울해? 지 뒷바라지 하느라 돈한푼 1원도 저축도 못한 나는 그럼 어쩌라고?
사람 인생에서 제일 피부 탱탱하고 활력 넘치는 20대 초반 중반을 몽땅 다 쏟아부은 내 청춘은???
차라리 내가 소위 말하는 된장녀였으면 명품 선물이라도 남았겠는데. 난 그런 것도 없는데?
내가 그런거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린 나한테 잘하라고 나이부심 부린 적도 없건만 이새키는 뭘 잘했다고 나한테 이렇게 뻗대는거지???
그냥 딱 헤어지기만 하면 좋겠는데 얘는 왜이렇게 나한테 바라는 게 많고 구질구질하게 굴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제정신을 차리면 차릴수록, 분노가 뻗쳐나오더군요.
제 자신을 너무나 홀대했던 스스로에 대한 분노. 그리고 분수도 모르고 나를 막대한 그놈에 대한 분노!!!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쌍욕을 시전하면서 욕을 하면서 다다다다다 쏘아부쳤습니다.
"내가 언제 결혼하자고 했냐. 그리고 처음에 사귈때 나보고 언제든 또래 남자 찾아 떠나라고 멋있는척 가오 잡은 건 오빠 아니었냐. 나한테 이거저거 해준다고 말 뻔지르르하게 해놓고 하나라도 이룬 적 있냐. 내가 그동안 사준 수많은 저녁식사들. 내가 뒷바라지한다고 보태준 돈들. 그런거 저런거 다 따지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아냐. 내가 그돈 모았으면 해외여행 서너번은 다녀왔겠다. 내 인생에서 제일 이쁠 이십대 나이에서 그 긴 세월 차지해놓고 나보고 억울하다고? 야 내가 더 억울해!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억울해. 내가 언제 너보고 날 책임지기라도 하라고 했어? 난 오빠한테 많은걸 바란적이 없어. 그냥 남자로서 나한테 기본만 하길 바랬을 뿐이야. 근데 오빤 갈수록 나한테 집착만 하지 발전이 없잖아. 사랑이 식어서 이제 헤어지고 싶은데 그게 내잘못이야?"
그랬더니 진짜 게거품을 물고 화를 내데요? 제가 중간중간 쌍욕을 섞었거든요.
저는 진짜 순하게 굴고 잉잉 울기만 잘하던 성격이라... 어렸을때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후에도 욕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이 사람과 저렇게 싸우고 나서부터 욕이 참 쉬워졌어요.
저한테 미친X이라고 하면서 이러데요? "나이도 한참 어린게 어디서 나한테 그렇게 위아래도 없이 쌍욕을 하냐" 고.
위아래라니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웃겼어요. 내가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웃겨서 막 웃었어요.
그쯤 되니까 그냥 너무 이 상황이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막 깔깔깔깔 웃으며 통화를 했어요. 진짜 미친X처럼요.
그렇게 거의 2주정도를 매일매일 박터지게 싸우다가 겨우 정리했습니다.
이후 저는...
스스로를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을 바꾸고 나의 내면부터 고쳐가며 새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진짜 제정신이 아니고 자존감이 없는 여자여서 저런 남자를 만난 게 확실했으니까요. 제가 제 자신을 아끼고 사는 사람이었다면 저런 세월을 살았을 리가 없잖아요...
전부터 모든걸 한번에 다 정리하고 싶단 생각을 해온 터라 곧 사표를 내고 해외로 이직했습니다. 어릴때의 경험으로 영어만큼은 유창한게 다행이었죠. 그나마 그게 절 살렸네요.
치유를 하겠다는 욕구만큼이나, 위기감도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 계속 흙에 파묻혀가듯이 살다간 난 죽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떤 정신과 의사가 그랬죠.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나"라는 사람은 사실은, 다른 환경 다른 사람들 속에서 컸으면 얼마든지 달라졌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어디서 보고서는 정말 그 말에 매달려 희망을 붙잡고 열심히 일하면서 머릿속에 그리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되고자 하면서 살았어요.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며 짧게나마 경력 쌓은 중소기업에서의 경험도 열심히 살렸고요.
그러다 현지인 남친 만나 연애도 해보고 또 헤어지고 아파하고 하다가... 이제 질렸다고, 더이상 연애 안하고 평생 혼자 살다 죽겠다는 결심도 하기도 했죠...
지금은요. 저는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재작년 만난 동갑내기 남친, 아니, 위에 적었다시피 이제는 약혼자가 된 남친과 함께 행복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어요.
이제는 무작정 나를 던지는 사랑도 안 하고 무작정 내게 기대는 사랑을 받는 일도 없이 서로 존중해주고 밸런스를 지켜가면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사랑을 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덕분에 뼈저리게 학습한 것들도 많은 터라 연애 초반부터 면밀하게 남친을 관찰하고 서로 조심조심 맞춰나갔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 둘다 술 싫어하고 집돌이 집순이 성향에 조용하고 책읽기 좋아하고 상대 배려하는 성격이고... 여러모로 평화로워요.
40살의 그 남자 수입이 그때 당시엔 그렇게나 부러웠는데,
우습게도 현재 30대인 제 월수입이 그 당시 그 남자의 수입의 두 배가 되어 있네요.
40살의 그 남자가 드문드문 해주는 요리가 그렇게나 고마웠는데,
지금 예비신랑은 아예 요리가 취미여서 거의 매일 저녁상을 근사하게 차리네요.
40살의 그 남자는 늘 저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느라 저는 종종걸음으로 쫓아가곤 했는데,
지금의 예비신랑은 제게 맞춰 천천히 걸어 주네요... 이게 당연한 건데... 왜 몰랐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 이래서 연애를 다양하게 해보고 결혼은 늦게 해야 보는 눈이 생기는 거구나" 라는 걸 느낍니다.
그렇게 고통을 준 사람과 헤어진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 몇 년간 저는 해외살이를 하며 너무너무 열심히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서 그런지
아주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다 지난 일이라 잊혀졌다고 믿고 싶은데
어쩌다 그사람과 비슷한 이름만 봐도 금방 기분이 안 좋아져요...
이제 이렇게 글로 털어놓았으니 제 마음 속에서도 그만큼 더 사라져 주면 좋겠습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출근길에 어제 쓴 글 다시 확인하고 댓글 남겨주신 분들 감사해서 찡해졌어요.
등신같은 연애를 왜 그리 질질 끌었냐고 비난들만 하실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냥 어제 쓴 글 지울까 하고 다시 들어왔는데, 고맙습니다.
저한테 그냥 흑역사를 넘어서서 너무 머리아프게 상처로 남은 기억이라 글 쓰면서 가슴이 다시 답답하기도 했었어요. 따뜻하게 위로해주신 분들 댓글 잊지 않고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면서 살게요.
댓글 중에 "후회하는 건지 아니면 후회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고 하신 분이 계신데,
솔직히 후회합니다. 나이가 30대가 넘어서 잠깐 그정도 나이차를 경험한 거면 후회를 안 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비록 철 없고 배울거 많은 나이였다지만 너무너무 가능성이 많은 그 어린 나이에
그 긴 세월을 (복닥복닥 거리면서 헤어질 때까지 질질 끈게 4-5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그런 사람에게 소비하고서야 제정신을 차리고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게... 저는 부끄러워요.
보통 사람들이 말하죠? 연애는 많이 해볼수록 좋다고. 근데 저 같은 저런 바보같은 짓을 하신다면 그건 그냥 연애에 끼워넣지도 마시고 얼른 헤어지세요... 아무리 연애경험이 중요하다지만 저런 사람은 경험이라기보단 상흔을 남기더군요. 저런 남자 만나느니 솔로로 사는게 낫죠...
저 남자한테 빠져서 연인이 된게, 23살로 넘어가는 22살 겨울무렵이었고 간신히 정리한 시점이 26살 가을이었나, 그래요. 아마 27살 초반이었던 거 같기도 하네요. 저 막판 통화를 할 때, 제가 트렌치코트에 얇은 머플러를 하고서 밖에서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봄이나 가을이었겠네요. 당시 다니던 회사 때려치던 시점까지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정리한게 27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거의 마지막 1년은 어떻게든 거리를 두고 생각좀 하려는 저랑, 불안감으로 점점 극단적으로 제게 집착하기 시작한 그남자 사이의 아주 피곤한 줄다리기(?)로 가득해서 연애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막판 무렵 3개월 정도는 맨날 나보고 너 지금 어딨냐고 위치정보 찍어서 자기한테 보내라고 하고, 너 혹시 요새 어린 남자애 만나고 있는거 아니냐고 소름끼치게 군 적도 많았어요. 그때쯤 이미 다 정리하고 내 인생 모든 게 진저리나서 해외로 나가버리려고 퇴사준비랑 해외 직장알아보는 거랑 다 혼자 알아보면서 바빴어요. 당연히 말 안했고요. 그래서 그 남자가 더 빡쳤을거예요. 뭔가는 하는 거 같은데 지한테 공유 안 하니까.
제 나이는 지금 33살입니다. 나이랑 저기 나온 연애 정보로 호옥시 혹시나 저를 알아보는 분 계실까봐 안썼는데 (왜냐면 너무 부끄러운 연애역사라서... 그 시절의 단 한명의 친구만 알고 지금 제 주변의 지인 누구도 저 흑역사를 몰라요) 댓글중에 제가 글에서 "제가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했다고 글이 말이 안된다고 하는 분이 계셔서 그냥 나이에 대해 명시합니다.
심리학에서 그러더군요? 마음에 트라우마 남긴 상처는 그 두배의 시간이 흘러야 좀 치유가 된다고. 저 솔직히 아직 전혀 안 괜찮...고요; 저렇게 가끔 악몽 꾸는 거 보면 안 괜찮긴 안 괜찮은 거 같고... 다만 지금 제곁의 예비신랑을 만나게 해준 운명과 제가 걸어온 길, (때론 바보같았어도) 자신을 놓지 않고 해온 선택에 감사하면서 지금을 살고 있어요. 나이 40쯤 되어가면 좀 더 나아지려나, 그때쯤엔 진짜로 완전히 잊어갈 정도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으려나, 상상합니다.
좋은 댓 남겨주신 분들 다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된장녀라는 표현이 나온건... 제가 진심으로 "된장녀"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구요.
그당시에 제가 나름대로(?) 되게 의식하면서 산 단어가 그거였어서 그냥 썼어요. 제가 글 중에 썼다시피 저는 대단한 착각에 빠져서 나는 "다른 여자들이 멍청하고 욕심이 많아 거들떠도 안보는 진짜 좋은 남자"를 찾아낸 거라고 콧대가 높아져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나는 욕심 없고 남자 돈 안쓰게 만드는 현모양처야" 이런 자기세뇌를 하다가 헤어질무렵에 제정신 찾은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 그 소위 말하는 "된장녀"로 살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곱씹고 나서야 아... 내가 엄청난 착각을 하며 산거구나... 라고 느낀거고요.
그러니 그냥 그 단어는 그대로 둘게요. 제가 얼마나 멍청했었는지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위로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옛기억이 부끄러워 자학하고 싶어질 때나 또 악몽을 꾸는 날이 오면 격려/위로해주신 댓들 생각하면서 마음 다독일게요. 고맙습니다.
첫댓글 보통 이런 루트로 나이많은 남자 만나게 되는 것 같음..난 남들과 달라!
관리자에 의해 규제된 글입니다. 규제관련 안내
근데 딴말인데 바로 해외로 간 게 신의 한 수다… 안전이별해서 다행임ㅠㅠ
저 글 이후로 쓴 새 글이 진짜 호러임 안타까움
엥 저 글 이후로 또 후속글이 있어..?ㅜㅜ
헉 어떤 내용이길래..?
다른글이랑 착각했을수도 있으니 일단 찾아보고 올게...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3865712?svc=cafeapp
이거랑 착각했어요 죄삼다
아이고... 관짝에나 들어가소
이렇게 하소연 넘치는 글 쓴걸 보지 않아도 알아서 걸러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ㅅㅂ 17살 차이 말이 되냐고 양심도 없는 루저새끼야;;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면 지금까지 이룬거 하나없이 혼자 있겠어? 진짜 기분 재기함(글쓴여시한테 한 말 아니야ㅠ)
고생 많으셨다 진짜 욕봤네 욕봤어
와 그래도 글쓴이 진짜 똑똑하게 컸나보다 야무지네…
나이든 남자 좋아하는 여자들은 왜 자꾸 개비의 부재를 이유로 들지;;; 나도 개비 사랑 못받고 컸는데 남자를 혐오했으면 했지ㅋㅋㅋㅋ 애비한테 못받은 애정을 웬 아저씨한테 받으려고하냐
나도 17살연상만난적있는데 젤 최악 ㅅㅂ 체데 민효기 같은놈이었어 지가 잘해주는줄아는....
내인생의 구원자는 나다... 다행이다 저분
어휴 진짜 고생하셨다 .... 앞으로는 행복만 하시길 ㅠㅠ
공지가자
탈출하셔서 너무 다행이다
제발 정신 차려서 벗어난 한녀들 썰 존나 돌아다녀야 미디어 자주 접하는 십대들이 좆같은 일을 안겪지….. ㅠㅠㅠ
욕봤다.. 나도 스무살에 다섯살많은 사람 만나서 저거랑 똑같이 느꼈는데 진짜 사실적이야
사람들이 연애 많이 해보라고 그래야 좋은 사람 걸러보는 눈이 생긴다하는데 그것도 정도것이지 개쓰레기만나면 벗어나는데 오래걸리고, 벗어나도 그 기억으로 사는 동안 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아예 못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아. 인간은 고쳐쓰는게 아니라고 이 사람 조금이라도 아니다싶으면 그냥 빨리 빠져나오는게 나아. 젊을 때 경험은 돈주고도 못산다 하지만 나쁜 경험은 최대한 없는 삶이 최고야.
안전이별 하셔서 정말 다행…
1. 그 남자는 진흙속 진주가 아니라 그냥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쩌든 실패자다.
2. 내가 경력 5년만 쌓아도 그 남자보다 더 벌겠다.
3. 그 남자보다 훨씬 혹은 최소한 그 남자만큼 여자한테 잘해주는 남자들은 세상에 널리고 깔렸다.
4. 사람의 지혜로움이나 어른스러움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5. 나는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괜찮은 여자였다.
중간에 이거 진짜 너무 공감됨 여자들 이거 다섯가지는 꼭 머리에 새겼으면 좋겠어 제발ㅠ 비단 늙은 남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님
이거 진짜 인정
늙은 남자 만나는 거 아님 진짜 ㄹㅇ
진짜 안전이별 다행이다 어휴
진짜 나잇메어네 늙남새끼
마치 폭락하는 주식을 바라보면서도 손절을 못하는 사람처럼요.
이렇게 말하니 이해가 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