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를 업고 금강을 건느는데

1950년 7월 20일경에는 영동의 금강 다리를 국군이 끊어 놓아 피난민들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뒤 돌아와서 어느 마을 앞에서 머뭅니다.피난민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농민 들이 꽈 놓은 새끼 밧줄들을 모두 가져 옵니다. 그 밧줄을 여러겹으로 다시 꽈서 긴 밧줄을 만들고어느 힌센 장정이 몸에 두르고 강을 건너가서 밧줄을 매어 놉니다. 그때부터 피난 민들은 한 사람씩 밧줄을 잡고 거너갑니다.어머니는 겁이나서 맨 뒤로 쳐집니다.밧줄은 강물결에 둥그렇게 휘어집니다. 사람들이 밧줄을 잡고 거의 다 건너갔습니다.이제 어머니는 나를 다시 들쳐 업고 포대기로 꽁꽁 싸 매면서"세근아, 우리 죽어도 같이 죽자 !" 라고 하시며 물로 들어가는데 들어가자마자 금방 물이 허리에 찹니다.어머니가 조심스럼게 밧줄을 잡고 건느는데 물이 허리를 지나 목에 까지 올라오고 물은 다시 어머니의 입술까지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데 나는 겁이 납니다. 물이 입술을 지나면 어떻게 숨을 쉴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어머니가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고 계속 나가는데 중간에 와서 발에 뭐가 걸렸는지  어머니가 중심을 잃고 삐끄덕 거리며 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 해 중심을 잡느라고 한 참 애를 먹습니다.그러다가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고 서서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제 강물이 점점 얕아지며 물이 목에서 어깨로 내려오고 다시 허리로 내려 오더니 이제는 어머니의 무릎까지 내려오는데 어머니가 너무 지쳐 그만 물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땅을 집고 숨을 헐떡이십니다. 나는 어머니 등에 업힌 채 한마디의 위로의 말도 못하고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 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부서집니다.어머니가 다시 일어나 드디어 뭍으로 나옵니다.그리고 풀밭으로가서 나를 내려 놓고 길게 들어눕습니다. 두명의형들도 무사히 잘 건넜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