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체중을 줄이는 비만치료제 '웨고비'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16개월 동안 매주 약물을 투여한 10대 청소년 참가자들의 3분의 1은 체중이 최소 20% 줄었다. 현장에 참석한 수전 야노브스키 미국 국립당뇨병연구소 공동소장은 "마치 브로드웨이 쇼에 온 것처럼 환호성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비만 치료를 위해 체중을 크게 줄이는 약물들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시장 진출 속도를 내고 있는 체중 감소 약물을 4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체중을 줄이는 약물은 혈당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활용한다. 이 호르몬은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수용체와 소화를 느리게 하는 내장 수용체에 영향을 미쳐 체중을 감소시킨다. 2010년 중반 이후 GLP-1을 활용한 제제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가 등장했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의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이어졌고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비만 환자는 체중을 평균 14.9% 감량하는 데 성공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비만 성인을 위한 체중감량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승인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웨고비 또한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제제다.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마운자로'도 체중감량에 큰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의 체중을 평균 21% 줄였다. 마운자로는 GLP-1외에도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도 활용한다.
● "획기적인 비만치료" vs "잘못된 체중관리습관 확산 우려"
체중을 크게 줄이는 약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학계에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약물의 비싼 가격을 거론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웨고비 주사를 맞는 데는 매달 1000달러(약127만원) 이상이 든다. 약물을 얼마나 오래 투여해야 효과가 지속되는지에 대해선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비만관련 단체인 비만행동연합(OAC)의 패티 네스 이사장은 "환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약물은 의료서비스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강하지 못한 체중관리 습관이 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만 행동건강 전문가인 레슬리 하인버그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원은 "이제 사람들은 약물을 복용하면 비만에서 아주 쉽게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체중을 감량하는 약물이 현대의학의 새로운 성과라고 추켜세운다. 마티아스 최프 독일 헬름홀츠젠트럼뮌헨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체중을 줄이는 약물은 비만치료의 혁신적인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와 협업하는 티모 뮐러 독일 헬름홀츠 당뇨병및비만연구소 소장은 "역사적으로 약리학적 방법을 통해 체중을 10% 이상 안전하게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치료약물은 심혈관계 건강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체중을 줄이는 약물의 과제는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 밝혀내는 것이다. 뮐러 소장은 "지방간 질환이나 내장비만 환자 등 특정한 사람들에게 약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