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모작
포크댄스를 배우면 삶에 리듬이 생깁니다 포크댄스 강사 이영관 회원
[전문] 춤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인 걸작 <춤>을 남긴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도 “춤은 삶이요, 리듬”이라고 말했다. “포크댄스로 신중년의 건강과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여긴다는 이영관 회원. 그에게도 춤이란 삶이요, 리듬이다. 글 이성미 사진 이용기
[본문] 포크댄스가 만든 교직 생활의 리듬 수원의 한 아파트 경로당. 빗소리를 뚫고 “하나, 둘, 하나, 둘”하는 구령 소리와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인사말이 흘러나온다. 저마다의 웃음소리도 화음을 이룬다. 어르신들이 배우는 것은 포크 댄스. 강사는 1977년 용인 대지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해 2016년 2월 수원 능실중학교에서 명예퇴직한 이영관 회원이다. 포크 댄스(folk dance)란 민속 무용, 민족이나 각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춤을 말한다. 독일의 킨더 폴카(Kinder Polka), 다스 펜스터(Das Fenster)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식 포크댄스도 있다. 댄서에게 특정 재능을 요하고 개인의 영역처럼 여겨지는 일반 춤과는 달리, 포크 댄스는 상대방과의 박자와 호흡을 맞추는 레크리에이션처럼 여겨진다. 경기도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포크댄스를 가르치는 이영관 회원은 이 춤의 장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쉽게 배울 수 있다. 포크댄스는 비교적 쉬운 동작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둘째, 사회성이 길러진다. 포크댄스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춤이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며 정을 나눌 수 있다. 또 같은 동작이라도 파트너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루해질 틈이 없다. 셋째, 체력을 기를 수 있다. 포크댄스는 두뇌 운동이자 전신운동과도 같다. 정해진 동작을 계속 떠올리며 온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끝날 때까지 춤을 추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성취감이 생기며, 자존감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영관 회원은 언제부터 이 매력적인 춤에 빠졌을까? 이영관 회원이 처음 포크댄스를 접한 것은 초등학생 때다. 당시엔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포크댄스를 배웠다. 수줍음이 많던 그는 같은 반 여학생과 손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교육대학교에 진학해 포크댄스를 다시 만났다. 이 또한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인생에서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포크댄스는 그의 삶 깊숙이 들어왔다. 두 번째 근무지였던 수원 매원초교에서는 포크댄스에 대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전교생 중간놀이 시간에 조회대 위에 올라가 포크댄스 시범을 보이며 희열을 느끼게 된 것이다. 가르친 대로 수백 명 학생의 손과 발이 물결치듯 하나가 되다니. 그 모습은 이영관 회원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 후로 이영관 회원은 학생, 동료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 교실에서도 어머니들과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포크댄스는 이영관 회원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바뀌면서, 그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주도해나갔다. 보이스카우트 대장으로서 학생들의 자립심과 모험심을 키워주고, 각종 봉사 활동을 이끌었다. 그 공로로 2010년에는 제6회 한국교육대상(현 대한민국 스승상)도 받았다. 이쯤 되면 포크댄스를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포크댄스와 함께 건강하고 신바람 나는 인생! 교직에 있는 동안 포크댄스 전도사를 자처하던 이영관 회원은 2016년 퇴직 후 잠시 포크댄스 음악을 껐다. 대신 그간 배우려고 마음먹었던 것들을 열심히 익혔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한국교육신문 e리포터, e수원뉴스 시민기자로 일할 만큼 글쓰기를 좋아하고 재주도 많았다. 하지만 다시 포크댄스는 그에게로 왔다. “무엇이든 더 배우려는 마음이 퇴직 후에는 더 커졌어요. 2016년 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과에 입학하고, 다음 해에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 있는 퇴직자 학습 네트워크 ‘뭐라도학교’에 들어갔죠. 그런데 수강생들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분 제가 포크댄스를 지도할 줄 아는데, 수업이 끝나고 배워보시겠습니까?’ 하고 제안했죠. 다행히 수강생 대부분이 찬성하고 활동을 함께했어요. 그것이 동아리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시작점입니다. 재능기부의 시작이었고요.” 그 후 이영관 회원은 신중년, 노년층을 중심으로 지역 전반에 포크댄스를 전파했다. ‘포크댄스로 건강하고 신바람 나는 신중년 문화 만들기’ 프로그램이 경기문화재단 사업에 선정된 후로는 “이것이 은퇴 후 나의 사명이구나” 하고 여겨졌다. 수원 영통구에 있는 경로당 문화교실에서 주 5회 포크댄스 수업을 했고,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 누구나학교를 열었다. 경기평생교육학습관에서도 ‘신중년 포크댄스 기초완전정복’ 프로그램을 지도했다. 학교, 경로당, 복지관 등 포크댄스를 배우고 싶다는 데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열심히 움직일수록 성과도 컸다. 동아리 포즐사는 지자체 가장 큰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에 출전해 수상까지 했다. 이영관 회원으로부터 포크댄스를 배운 수강생도 수원화성문화제 조선백성 환희마당에서 3년 연속 상을 받았다. 모교인 수원 세류초등학교 동문 등반대회와 체육대회에서는 300명이 모여 포크댄스 즐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 6월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인 tvN <식스센스 시즌3>에도 출연했다. 출연진이 진짜 속에 숨어 있는 가짜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회에서 그는 은퇴 후 댄스 강사로 변신한 교장 선생님으로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이영관 회원은 “포크댄스를 가르치러 가서 처음 온 사람에게 ‘제가 개그맨 유재석 씨에게 포크댄스를 가르친 사람입니다’ 하면 깜짝 놀랍니다. 유재석 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라며 웃어 보인다.
도전은 즐거움, 실행은 답이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이영관 회원은 한동안 포크댄스 강사 대신 코로나 예방관리사로 활동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힘을 보탰다. 시민기자이자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운영위원, 수원화성문화제 추진위원, 법정문화도시 수원 문화클럽 리더, (사)대한노인회 영통구지회 부설 광교노인대학 스마트폰 강사, 경기도교육삼락회 홍보이사, 선진품격문화도시만들기 운영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이루어진 후로는 다시 포크댄스 강사로 재능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모든 활동은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라는 인생관의 실현이다. 여기에 “사회봉사를 통해 신중년의 건강과 자존감을 찾아주고, 사회성 및 성취감을 높여주자”라는 신념이 더해졌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그는 포크댄스 강사이자 건강체조 강사로 일할 계획이다. 또 현직에 있는 아내가 퇴직하면, 섬을 여행하면서 작가로도 이름을 남겨보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생각이다.
“인생 2막이 현직과 다른 점은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억지로 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자유인입니다. 저는 많은 활동을 하며 인생 2막을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기꺼이 도전하고 시작하십시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초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마세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이영관 회원이 한국식 포크댄스 음악으로 자주 쓰는 <태평가>는 다음의 노랫말로 시작한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바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인생 2막의 노래는 이미 시작됐다. 짜증을 내어 무엇 하겠나. 성화를 낼 필요도 없다. 어울리며 살다 보면, 벌과 나비는 다시 찾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