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립박물관이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검이불루 특별전>을 마련해 관심이 쏠린다.
<검이 불루(檢而不陋)>란 「검약한 생활을 하면서도 누추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데
지난 10일 개막, 내년 6월 14일까지 유성 도안대로 대전시립박물관 3층 전시실에서 공개된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옷감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얽혀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오랜 전설과 신화에서는 실을 꼬고 베를 짜는 일을 정해진 운명이나 시간의 흐름에 비유하는데 인류역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그 시점 어디선가 옷감을 짜고 옷 만드는 일도 함께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류용환(대전시립박물관) 관장은 “마, 누에, 목화와 같은 자연물은 고대부터 인류에게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제공해 왔다. 어떻게 자연에서 옷감을 얻었는지 문헌을 통해 검토하고 다양한 직물로 제작된 옷감과 길쌈 자료를 공유해 우리 의생활 단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여러 종류 실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교직물에서 우리 민족의 수준 높은 제작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옷감은 단순히 복식의 재료라는 기능을 넘어 교역물, 공납품, 계급상징 등 사회사적으로 중요한 역할도 담당한 것을 공유한다.
대전지역에서 청동기 시대의 가락바퀴, 그물추 등 다양한 방적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 삼국시대 이후 제작된 대부분 기와 배면에 남아있는 포목 흔적을 통해 당시 기와를 제작할 때에도 직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세거성씨 묘 출토 복식의 직물을 통해 마직, 견직, 면직 등 직조의 역사와 직물의 복식유물과 길쌈 관련 유물을 통해 우리 의생활 역사의 단면을 재조명해 볼 수 있다.

매장문화의 수의는 복식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출토복식을 통해 본 수의 직물은 견직물이 80%가 대부분이고 면직물, 마직물이 조금 출토됐다. 성리학이 정착되었던 조선 시대 상장례 풍습으로 견직물의 출토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근대화와 함께 실을 뽑고 직물을 짜는 일이 기계화되면서 민간에서 전통 방식으로 옷감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어느새 명맥이 끊어져 찾아보기 어렵지만 충청남도 무형문회재로 서천지역의 한산 세모시짜기, 청양의 춘포짜기가 계승되고 있다. <구항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