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장수가 있었어.
요즘시대에 무슨 물장수냐구?
정수기 말고 냉온수기라는게 있잖아?
물통을 거꾸로 꽂고서 전기를 꼽으면 물이 냉수와 온수로 나오는거.
냉온수기의 물통을 배달하는 사람이야.
물장수라기보다는 배달원이라고 해야 하는건가?
여러 가구를 다니면서 물 배달을 하지.
요일마다 가는 동네가 달라.
가정집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사를 하는 사업체에 공급을 하는거야.
잘나가는 곳은 일주일에 2~3통씩 배달을 하지만 어떤곳은 2~3개월에 한번씩 가는 사업체도 있어.
냉온수기를 사용 안하면 불편하고, 그렇다고 물 소비가 많은것도 아니고.. 뭐 그런집 말이야.
물 한통을 소비하는데 2달 정도 걸리는 집이 있었어.
두달에 한번씩 배달을 하는데 물 한통씩을 배달할수는 없잖아?
이런집은 정말 기름값도 안나와.
안갈수도 없고..
그래서 한번 배달할때 3통씩을 가져다 줘.
그리고 5~6개월에 한번씩 연락이 오면 가는거지.
그집 주변으로 배달하는곳이 많으면 돌면서 가져다 주면 되는데, 주변으로 배달가는집도 없어.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배달을 하지.
오랫만에 그집으로 배달을 갔어.
물 3통을 가지고 말이지.
평소처럼 웃으면서 물을 내려 놓는데 한마디 하는거야.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이 물통을 오래 보관하면 물이 안좋아지나요?"
순간 잠시 머뭇거리더라구.
솔직히 물을 오래 놔두면 그걸 생수라고 할 수 있겠냐구?
물도 숨을 쉬어야 하는것 아닌가?
흐르는 물은 살아 있지만 고여있는 물은 썪는다는 말도 있잖아?
몇 달 동안을 마개에 덮여 있던 물이 고여있는 물과 다를게 뭐가 있겠냐구?
그 큰통을 냉장고에 넣어둘수도 없고 그냥 한쪽 구석에 놔두면 사용하기 전 까지는 그대로 있는거잖아.
그러니까 살아있는 물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거잖아?
그래도 일반사람이라면 아무일 없다고 바로 말했을거야.
그런데 이사람은 좀 다르더라구.
"아무래도 바로 마시는것 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한통씩 배달하기에는 좀 그래요."
솔직하잖아?
시간이 지났다고 마시고 배탈이 나는것도 아니고..
괜찮다고 말할수도 있는건데 말이야.
그집도 예전처럼 똑같이 배달을 해달라고 말을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