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기능을 섞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하이브리드(hybrid)’ 개념이 자동차에만 쓰이는 줄 알면 그건 잘못된 상식. 최근에 소재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하이브리드 소재산업이다. 소재의 장점들을 접목,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현하는 하이브리드 소재(층상소재)이다.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1,500℃의 엄청난 열을 견디는 방열복, 무게는 줄고 강도는 훨씬 튼튼해진 차체 등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 비결은 바로 복합소재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복합재료란? 두 종류 이상의 소재를 복합화 한 후에 원래의 소재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는 재료다. 그 중에서 '층상재료(Layered materials)'는 두 개 이상의 다른 특성을 가진 소재가 층을 이룬 형태다. 현재 이 소재는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환경, 우주항공 등 고기능이 요구되는 분야에 응용되고 있고 층상 화에 따른 다기능, 고기능성으로 인해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층상재료는 하이브리드 개념의 결정체.
“하이브리드 소재는 원재료물질(세라믹, 금속, 고분자, 나노재료), 미세조직(결정질/비정질/기공), 미세구조 크기(마이크로/나노), 소재 제조공정 간의 상호 유기적 하이브리드 화를 통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미세복합구조를 가지고 이에 따른 신기능 및 고기능을 발현하는 미래소재다.” 특히, 하이브리드 소재는 첨단 나노소재가 해결하지 못하는 기능을 발휘, 미래의 신소재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층상소재 그리고 신뢰성 평가기술의 발전
“한나라의 철기 군에 부여군은 처음에 꼼짝없이 당했다. 그러나 야철대장 모팔모가 나타나면서 부여군은 강철 검과 강력한 갑옷으로 무장, 철기 군을 물리치게 된다. 이 모팔모가 만든 칼 중에 주몽명검의 비밀은 바로 복합재료의 개발에 있었다. 순수한 철은 강도가 상당히 약한데 여기에 숯의 주성분인 탄소를 첨가하면 튼튼한 칼이 된다. 이 때, 탄소량의 조절을 위해 황토를 첨가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소재보다 완성품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조립/완성품 제조 중심이었다. 반면에 완성품의 뼈와 살이 되는 소재는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01년도에 부품·소재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많은 소재들이 국산화됐지만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의 경우, 핵심소재의 많은 부분을 아직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하이브리드 소재와 관련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다. 그리고 소재의 업그레이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뢰성 평가기술이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으로 대변되는 지금 안정성 및 품질은 물론 높은 신뢰성 확보는 바로 경쟁력의 척도기 때문이다. “신뢰성 평가 초기엔 고장이 발생한 제품들로부터 정보를 수집, 평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수명 평가는 가능하지만, 많은 시간 및 비용이 필요하고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 단축 및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실제 사용 환경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단기간 내에 고장을 유도하는 ‘가속수명시험(Accelerated Lifetime Test, ALT)’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품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가혹한 조건에서도 단기간 내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키 위해 시간에 따른 성능의 열화를 추정, 수명을 예측하는 ‘가속열화시험(Accelerated Degradation Test, ADT)’과 고장분석(Failure Anlaysis)을 통해 밝혀진 고장원인, 고장기구 등을 ‘고장물리(Physics of Failure, PoF)’적인 측면에서 접근, 컴퓨터를 이용한 전산 모사를 통해 고장을 구현함으로써 고장 발생 부위 및 수명 등을 예측하는 ‘VQ(Virtual Qualification)법’도 있다.”
하이브리드소재를 뒷받침할 신뢰성 평가기술 개발
하이브리드소재(층상재료)는 환경, 전자, 생체 등 고기능이 요구되는 분야에 다양하게 이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이 가운데 층상 세라믹스는 현재 약 25억 달러 규모로 2010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층상소재는 우수한 특성과 다양한 적용 성을 갖는 소재로서 선진국에서도 개발 역사가 짧아 특성, 내구성, 신뢰성 평가에 대한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단기간 내에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국산 소재의 세계시장 선점의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부품·소재 분야에선 아직도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출처 : 사이언스타임즈,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