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제25곡 춘향모친이 나온다 수업022.mp3
<아니리>
그때으 춘향모는 아무 물색 모르고 가만히 앉어 들으니 울음소리가 나거늘
“아이고, 저것들 벌써 사랑쌈 허는구나.” 사랑쌈 허는 줄로만 알고 쌈 말리러 나오는듸,
<잦은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 나온다.
허든 일 밀쳐놔, 상초머리 행주초마 모냥이 없이 나온다.
춘향방 영창 밖에 귀를 대고 들으니 정녕한 이별이로구나.
춘향모친 기가 맥혀 어간 마루 섭적 올라 두 손뼉 땅땅!
“어허 별일 났네 우리 집에가 별일 나” 쌍창문 펄쩍 열고 방으로 뛰어들어가
주먹 쥐여 딸 겨누며 “네 요년아, 썩 죽어라.
내가 일생 원허기를 무엇이라고 이르더냐?
후회허기 쉽것기에 태과(太過:지나친)헌 맘 먹지말고
여염(閭閻: 사람이 많이 모이는곳)을 시알려,
지체도 너와 같고 인물도 너와 같은 봉황 같은 짝을 지어
내 눈앞에 노는 양은 너도 좋고 나도 좋지.
마음이 너무 도고(道高:교만하여)허여 남과 별로 다르더니 잘 되고 잘 되었다.
짝사랑 영이별이란 말도 못 들었느냐?” 딸 꾸짖어 내어놓고 도련님 앞으로 바짝 앉어,
“여보시요 도련님, 나하고 말좀 허여보세.
내 딸 어린 춘향이가 도련님 건질 받은 지 주일년이 되얐으나,
얼골이 밉도든가 언어가 불순튼가, 잡시럽고 휑하든가, 노류장화가 음난튼가,
어느 무엇이 그르기로 이 봉변을 주랴시오?
군자 숙녀 버리난 법, 칠거지악의 범찮으면 버리난 법 없는 줄 도련님은 모르시오?
내 딸 춘향 사랑헐 적한시도 노지 않고, 앉고 서고 눕고 자기 일년 삼백육십일을 주야장천
어루다 말경의 가실 때는 뚝 떼여 버리시니 양류 천만산들 가는 춘풍을 잡어매,
낙화 후에 녹엽(綠葉)이 된들 어느 나비가 돌아와 내 딸 옥같은 화용신(花容身)
부득장춘절(不得長春節)로 늙어 홍안이 백수가 되면 시호시호부재래(時乎時乎不再來)라
다시 젊든 못허느니, 내 딸 춘향 님 그릴 적, 월청명야삼경 장전에 돋은 달이 왼 천하가 밝아,
첩첩 수심이 어리어 가군 생각이 간절, 초당전 화계상으 담배 푸어 입에 물고
이리저리 거니다, 불꽂 같은 시렴, 상사, 심중에 왈칵 나면, 손 들어 눈물 씻고 북녘을
가라치며, ‘한양 계신 우리 낭군, 날과 같이 그립든가? 내 사랑 옮겨다 다른 님을 괴이나?
뉘 년의 꼬염을 듣고 영 이별이 되랴나? 아조 잊고 영영 잊어 일장 수서가 돈절헌가?’
긴 한숨 피눈물은 창끈으 애원이라. 방으로 뛰여 들어가 입은 옷도 아니 벗고,
외로운 베게 우에 벽만 안고 돌아누워 주야끌끌 울 제, 속에 울회가 훨훨,
병 아니고 무엇이요? 늙은 어미가 곁에 앉어 아무리 좋은 말로 달래고 달래어도,
시렴 상사 깊이 든 병 내내 고치들 못허고 원통히 죽게 되면,
칠십 당년 늙은 것이 사우 잃고 딸 죽이고, 지리산 갈가마구 겟발 물어다 던지듯이,
혈혈단신 이내 몸이 뉘기를 의지허오리까?
이왕에 가실 테면 춘향이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향단이까지 마자 죽여,
삼 식구 아조 죽여 땅에 묻고 가면 갔제 살려두고는 못가리다.
양반의 자세허고 몇 사람 신세를 망추랴고. 마오, 마오, 그리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