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반 마비상태에 빠졌던 수도권 주택 거래시장이 11월 들어 완전히 정상화됐다. 국토해양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5만3558건으로 전달보다 30%가량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투자 목적의 수요자가 많이 몰리는 강남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달보다 2배가량(93%) 늘어 급증세를 보였다.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것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 13개월 만에 최다
국토부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5만3558건)는 10월(4만1342건)보다 29.5% 늘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4948건을 기록해 전달보다 58%나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급증한 것은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구) 영향이 크다. 강남 3개구의 아파트 거래량(1550건)은 전달보다 무려 두 배가량(93%)이 늘었다.
이 같은 거래량 증가세는 최근 4년간(2006~2009년)의 11월 거래량과 비교해도 0.3%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 3개구는 4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44%나 많았다. 정부는 8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에 따라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제도) 규제를 투기지역인 강남 3개구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DTI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시중의 넘쳐나는 유동성 자금이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 지역의 주택 거래량이 많기는 하지만, 현재 거래량은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한 것일 뿐 과열 조짐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한 달 새 수천만원 올라
아파트 거래량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가격은 일부 지역만 강세다. 올해 가격 하락폭이 컸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한 달 사이에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약 23평)는 8억7500만~9억3000만원에 거래돼 전달보다 최고 3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77㎡의 최고 실거래가격도 10월 10억5000만원에서 한 달 사이에 7000만원이 올랐다. 송파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보다 싼 급매물은 이미 다 팔렸다"며 "아파트 주인들이 최근 거래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강북 지역이나 분당·일산·안양·용인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수백만원씩 오르긴 했지만, 올해 초·중반과 거의 차이가 없다. 실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위주로 주택을 거래하고 있어 거래량이 늘어도 집값은 오르지 않는 것이다.
◆내년 집값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듯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량이 는다고 해서 수도권에서 과거와 같은 집값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이날 내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예상 물가상승률(3.5%)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하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늘어도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미분양 주택이 많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9만9334채로 1995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 주택은 2~3년 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대형 위주로 분양됐던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수도권의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도 집값 상승을 억제할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다.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지난해 중반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해 단숨에 집값 상승세를 제압해 버렸다. 정부는 주택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물량을 조절해 주택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