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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느님] 04 - 우린.. 어떤 사이죠?
1. S# 저택 방안. N
매끈한 다리위로 스타킹을 신는다. 두 팔을 들어올려 사르르 드레스를 입은 뒤 끌어내린다.
눈화장을 하고, 립라이너 그리고, 색을 칠한다.
마지막으로 귀걸이를 하면서 마무리를 하는 그녀, 은혜다.
거울앞에 서서 드레스업한 자신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듯 바라보는 위로
동재E : 수고했어요.
2. S# 회상> 저택, 회의실.
테이블위로 놓이는 봉투, 은혜쪽으로 쭉 밀면서.
동재 : 오늘 저녁 파티까지만 수고해주면 끝이군요.
은혜 : (본다. 봉투를 집어들어 보더니 돈을 확인한다, 다시 넣더니)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백번 머리 굴려 사기치는것보다 이 쪽이 훨 짭짤하고 괜찮네. 고생도 덜하구, 수배당할 위험도 없구. (보며)
어쨌든 고마워요. 이걸로 엄마 수술비는 그럭저럭 해결됐네요.
동재 : 엄마 얘긴 이제 그만 좀 써먹죠?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은혜 : (짐짓 미소를 짓는다.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멈칫.. 돌아보며) 저기요..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동재 : (? 보면)
은혜 : 두달전에요. 내가 체포될 때 그 때.. 병원으로 경찰 부른거.. 박동재씨였어요?
동재 : 지금와서 그게 왜 중요하죠?
은혜 : 그냥요, 궁금해서... (동재를 보며) 박동재씨였어요?
동재 : 아니라면. 믿겠어요?
은혜 : (본다. 보다가) 아뇨.
동재 : (어이없게 픽 웃는다. 그러면서 뭘.)
은혜 : (같이 희미하게 픽 웃는다.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은혜Na :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3. S# 파티장 일각. N
파티장으로 들어서는 하루, 은혜, 동재.
하루 : 어디가지 말아요. 내가 보이는데 꼭 서있어야 돼요, 알았죠?
동재, 하루를 데리고 허원장과 투자자들쪽으로 걸어간다. 가면서 은혜를 한번 돌아보며 웃는 하루의 얼굴.
은혜Na : 어차피 이 파티가 끝나면 나는..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갈테니까.
은혜, 하루와 시선 마주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멈칫..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양복차림의 사내들.
은혜, ? 고개들어 쳐다본다. 바로 앞에 떡 버티고 선 표사장.
표사장 : 아야, 잘 있었냐아?
은혜 : ! (보면)
표사장 : 나가 시방 너하고 할 야그가 있는디.. 같이 좀 나가야쓰겄다, 이? (하면서 씩 웃으면)
은혜 : ...! (순간 보다가 핼쓱한 표정으로 하루쪽을 돌아보면)
4. S# 파티장 일각. N
하루 : 완두콩의 염색체수는 열네개, 초파리는 여덟개, 토끼는 마흔네개.. 그리고 사람은 마흔 여덟 개입니다.
성에 관계 없이 암수 모두 가지고 있는 염색체는 상염색체, 암수를 결정하는 염색체는 성염색체입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습관처럼 은혜쪽을 흘끔 돌아보는 위로)
동재 : 어제 배운 생물교과내용인데, 한번 듣고, 보고, 배운것은 절대 잊어먹지 않습니다.
투자자들 : 오오.. (신기한듯 하루를 본다)
하루 : (어? 어디갔지? 은혜를 찾아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는 위로)
허원장 : 구구단도 백단까지 거뜬히 왼다더군요.
박이사 : 그래요? (하루를 보며) 그럼 어디 삼십일단부터 한번 외워볼래요?
하루 : (듣고 있지 않다. 동재에게만 작게) 은혜성생님이 안보여요.
동재 : (?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 : (시선은 계속 파티장안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은혜성생님이 안보여요, 좀전서부터 계속 봤는데 계속 안보여요.
동재 : (투자자들 의식하며 작게) 잠깐 화장실에 갔겠지.
하루 : (그러자 아예 손님들을 등지고 돌아서서 목을 쭉 뺀채 출입문쪽을 본다)
이사진들 : (하루의 행동에 서로 의아한 시선 마주친다)
허원장 : (흠흠.. 작게 헛기침하며 동재를 보면)
동재 : (허원장과 시선 마주친 뒤 다시 하루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내가 가서 서은혜씨 찾아볼테니까,
넌 손님들하구 계속 얘기 나누고 있어. 알았지? (허원장과 투자자들에게)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돌아서서 가면)
허원장 : 자, 하루군. 삼십일단부터 한번 외워볼래요?
하루 : (허원장을 한번 본다. 보더니 동재를 시선으로 쫓으며 건성으로) 삼십일 곱하기 일은 삼십일, 삼십일 곱하기 이는 육십이,
삼십일 곱하기 삼은 구십삼..
그러자 허원장과 투자자들, 다시 오오..! 즐거워하며 마치 훈련된 원숭이 구경하듯 쳐다본다.
허원장, 다시 흡족한 표정으로 보란 듯이 장필구쪽으로 시선 주면.
장필구, 표정없이 조용히 하루를 볼뿐. 그 시선에서.
5. S# 화장실 안. N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 동재,
동재 : 서은혜씨! 서은혜씨 안에 있어요? (다른 여자들이 안보이자, 과감히 안으로 들어와 칸막이 문을 두드린다)
서은혜씨! 서은혜씨!!!
하다가 세 번째쯤 칸막이 문이 툭! 밀리면서 열린다. 순간 멈칫..!
음식이 한가득 담긴 접시를 한손에 든채 막 크게 한입 먹고 있던 민주와 시선이 딱 마주친다.
동재 : 아.. (조금은 당황한 듯 보더니) 실례했습니다.
민주 : (입안 가득 들어있는거 꿀꺽 삼키며) 괜찮아요.
동재 : (일별한 뒤 돌아서서 나가면)
민주 : (흘끗 내다보더니 샴페인을 쭉 들이키는 모습에서)
6. S# 다시 로비 일각. N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재, 로비안을 쭉 돌아본다. 대체 어딜간거지? 돌아보는것과 동시에.
7. S# 호텔 옥상. N
꺄악! 비명소리와 함께 옥상 난간밖으로 밀려나오는 은혜의 상반신.
사내둘이 은혜의 팔을 잡은채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기세다.
표사장 : (그 옆으로 쓱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면서) 음마 무시라.. 여그서 떨어졌다가는 걍 아작이 나불겄고마 이?
은혜 : (덜덜덜 떨려오는 시선에서)
표사장 : 워쩔란가? 시방 여그서 인생 하직할란가, 내 돈을 갚을란가?
은혜 : 그 돈 내가 한푼도 안가졌어요! 한강수가 전부 다 들구 튀었다구요!
그러니까 돈 받구 싶으면 한강수한테 가서 받으란 말예요!
표사장 : 야가 시방 내 말을 영 못알듣는고마이. 긍께, 여그서 인생 하직하겄다고, 내 돈을 갚겄다고오오!!!
(위협적으로 은혜를 더 밀쳐버리려는데)
은혜 : 으아아아!! (비명과 함께)
8. S# INSERT> 파티장. N
하루 : 사십팔 곱하기 육은 이백팔십팔, 사십팔 곱하기 칠은 삼백삼십육..
(시선은 은혜가 오는지 안오는지 출입문에 고정된채 입만 건성으로)
9. S# 호텔 옥상. N
은혜 : 갚을께요!
화면안 가득, 눈물, 콧물 범벅이 된채 화장도 다 뭉개지고, 머리도 들쭉날쭉 풀어헤쳐진 은혜의 얼굴.
은혜 : 갚는다구, 갚으면 되잖아!
표사장 : 워쩌키? (은혜의 핸드백을 얼굴앞으로 흔들어가며) 워쩌키 갚을거냐고오, 워쩌키이!!! (하는데)
은혜 : (순간 그 핸드백을 탁! 나꿔채더니) 머리 장식으루 달구 다녀요? 내가 지금 여기 왜 와 있는거 같애?
표사장 : (??? 보면)
은혜 : (과감하게 핸드백을 열어 카드키를 꺼내 턱! 손에 쥐어주며) 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테니까.
표사장 : 근디 이것이 우릴 호구루 아나, 워디서 또 사기를 칠라고 확!
은혜 : 돈받기 싫어요? (당차게 쏘아본다)
표사장 : (멈칫..! 본다. 진짠가..?)
은혜 : 꼭 머리 나쁜인간들이 이상할 때 나타나가지구 일 다 망치지.. 당신들이 지금 얼마짜리 일을 망치고 있는지 알구는 있어?
앞 뒤 상황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협박부터 하구 말야, 그럼 되겠냐구!
표사장 : (슬쩍 기죽어서) 긍께 고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채업계으 관례상..
은혜 : 아, 됐어요. 시간 없어, 저리 비켜요! (귀찮은듯 표사장과 사내들을 한가운데를 지나쳐 빠져나오려는데)
표사장 : (탁! 팔을 나꿔채서 붙잡는다. 보더니) 내뺄생각은 꿈도 꾸지 말어라이? 그랬단 나한티 뒤지니께.
은혜 : 속구만 살았어요? (그러더니 당당하게 팔을 탁! 뿌리치며 돌아서서 간다)
표사장 : (쩝..! 다시 할말을 잃고 벌쭘히 서서 쳐다보면)
10. S# 비상계단. N
쿵! 문을 닫으며 기세좋게 내려오는 은혜, 내려오다가 슬쩍 윗쪽을 올려다본다. 쫓아오는 기미가 안보이자
냅다 구두 벗어서 양손에 집어들고 뛰어내려가기 시작하는데서.
11. S# 다시 파티장. N
하루 : 육십오 곱하기 사는 이백육십, 육십오 곱하기 오는 삼백이십오..
좀이 쑤셔오는 하루, 기회를 보듯 슬쩍 돌아보면.
하루랑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허원장과 투자자들.
박이사 : 학회발표는 언제쯤 하실 생각이십니까?
허원장 : 박동재선생과 상의해서 곧 공식발표할 계획입니다.
박이사 : 이번 임상수술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박입니다. 안그렇습니까?
허원장 : 여러분들의 도움없인 불가능했습니다. 박동재선생과 스탭들이 잘 따라와준 덕분이기도 하구요.
물론 하루군을 만난것도 행운이었죠, 그렇죠, 하루군? (돌아보다가 멈칫!)
투자자들 : (? 돌아보면)
하루, 이미 그 자리에 없다.
허원장, 어디갔지? 돌아보는 시선에서.
12. S# 로비 일각. N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보는 하루의 얼굴, 그 때 저쪽으로 땡!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하루, 쪼르르 달려가 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것과 동시에
그 뒷쪽 비상구문을 쿵! 열고 뛰어나오는 은혜, 주위를 살피며 일단 구두를 다시 신고 출구쪽으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나갔다가 후다닥 다시 뛰어들어오는 그녀, 양팔을 문지른다. 너무 춥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쪽에 쭉 놓인 가방들위에 올려져 있는 코트 하나.
은혜, 슬쩍 주위를 살핀 뒤 집어든다. 후다닥 걸쳐입은 뒤 회전문으로 다시 빠져 나가면,
거의 동시에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동재.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다른쪽에서 나타나는 연구원1.2.3.과 조우한다.
연구원1 : 없습니다. 실내수영장, 지하1층 빠에도 없구요.
연구원2 : 스카이라운지에도 없습니다.
동재 : (젠장..! 이래서 돈을 일찍 주는게 아니었는데.. 그 때)
주인턴 : (사색이 되서 달려오더니) 큰일났습니다 박동재선생님.
동재 : (? 돌아본다) 무슨 일이야!
주인턴 : 하루가 사라졌습니다.
동재 : ...! (본다. 이런 젠장!!! 어금니를 꾹 무는 표정위로)
13. S# 복도 일각.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그 안에 서 있던 하루, 올려다본다.
8층..? 아! 내려야한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재빨리 빠져나오면서,
14. S# 호텔방안. N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하루, 들어서다가 멈칫.. 보면
검은 양복의 사내들, 빙 둘러앉아 폭탄주를 만들다가 멈춤동작으로 빤히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 : (같이 빤히 쳐다보다가) 아.. 죄송합니다. (도로 문 닫고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문 열고 들여다보며)
여기 맞는데.. 813호.. (보며) 누구들이세요?
표사장 : 우덜로 말헐것같으면 여그서 서은혜를 지다리구 있는 사람들인디? (아래위로 훑어보며) 그러는 젊은이는 누구다요?
하루 : 아.. (일단 인사할땐 똑바로 서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루입니다.
(꾸뻑 인사한 뒤) 저는 은혜성생님을 찾고 있는 중인데요.
표사장 : 어따, 젊은 사람이 인사성이 밝고마. 어차피 잘 되았네. 이리 들어와서 같이 기다립시다 이?
파티 끝나믄 일루 올라온다고 했응께.
하루 : (아... 쳐다보면)
표사장 : 으따, 뭐더요? 언능 들어오랑께!
하루 : 아.. 예에. (보더니 주춤주춤 들어와 자리에 합류하면)
표사장 : 새해도 되고 혀서 회오리 한잔쓱 맹그는중인디, 같이 한잔 헐라요?
하루 : 아뇨, 저는 술 못마시는데요.
표사장 : 음마야? 이거슨 술이 아니고 회오리랑께에! 한번 볼라요? (하더니 폭탄주 회오리를 ?! 만들어보인다)
하루 : (순간) 우와..! 진짜 회오리다! (신기해서 들여다보는데서)
15. S# 파티장 일각. N.
허원장 : 뭐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가구 있는거야!
동재 : 호텔안을 계속 찾아보는중입니다.
허원장 : 투자자들까지 오라고 해놓구 이게 무슨 망신이야, 대체!
동재 : (할 말 없다. 사실은 점점 화가 나고 있는 중이다. 그 때)
연구원1 : (재빨리 다가와 동재 귓속에 무슨 말인가 전한다)
허원장 : (? 본다)
동재 : (멈칫.. 돌아본다. 시선에서)
16. S# 호텔방안. N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재와 허원장, 그 뒤로 연구원1, 주인턴. 들어서는 순간 다들 허걱!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쟈가쟝~! 기타반주와 함께 마이크 들고 홱! 돌아서는 표사장. 그 뒤로 사내들 코러스와 함께 시작되는 뽕작 음악!
그 앞에서 하루, 취한 듯 탬버린 들고 아가씨들과 흥을 맞춘다. 아싸아~!
동재 : (화가 치밀어 오른다)
허원장 : (거의 기절하기 일보직전으로 쳐다보더니) 지금 여기서 뭣들하는겁니까아아!!!
순간 일제히 조용해지며 돌아본다. (끼이.. 마이크 노이즈만..)
그가운데 혼자만 정신못차리고 귀여운? 춤을 덩실거리고추던 하루, 뒤늦게 조용해진걸 알고 어? 돌아본다. 순간 환하게 웃으며,
하루 : 아! 동재성생님이다아!! 동재성생니이이임!!! (하면서 달려오다가 그만 쿠당! 발에 걸려 넘어진다)
일제히 : (놀라서 본다! 아..! 아프겠다 쳐다본다)
동재 : (너무너무 화가 나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내려다본다. 시선위로)
소리E : 오!!!
하루 : (기절한 듯 그대로 뻗은 모습위로)
소리E : 사!!!
표사장일행 : (슬그머니 마이크 내려놓는 모습위로)
소리E : 삼!!!
허원장 : (기막혀 쳐다보는 표정위로)
소리E : 이!!!
17. S# 파티장 N.
다같이 잔을 들어올리며 건배하는 사람들위로.
소리E : 일! (동시에) 해피뉴이어!!! (환호성과 함께)
18. S# 호텔 전경. N
하늘위로 위로 펑! 펑!!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드레스위에 훔친 외투를 걸치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던 은혜, 멈칫..!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 가득 아름답게 펼쳐치는 신년 불꽃놀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서서 호텔을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19. S# 저택, 하루의 방. N
한쪽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는 편지 봉투하나와 은혜의 핸드폰이 보인다. (편지봉투위에는 “하루에게”라는 글씨가 써져 있다.)
그 때, 드드드드.. 진동으로 울리기 시작하는 은혜의 핸드폰. 화면창에 뜨는 이름 “엄마”다. 계속 드드드 울리는데서 암전.
타이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제4부”
20. S# 저택 일각.
끼익! 와섯 멈춰서는 동재의 차. 차에서 내려서는 동재, 그 뒷좌석으로 반쯤 입을 헤 벌리고 잠이 들어있는 하루,
그 옆으로 차문을 열고 하루의 멱살을 턱! 나꿔채는 동재의 손에서.
21. S# 실내수영장. N.
풍덩! 물속으로 던져지는 하루, 꾸루룩 물속으로 가라앉는 순간
정신이 확! 들면서 바둥바둥 헤엄쳐서 재빨리 수면위로 올라온다.
푸우!! 숨을 몰아내쉬며 풀사이드위로 두 팔을 척! 걸치는 하루,
하루 : (헉! 헉! 숨을 몰아쉬며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동재 : 정신 차렸으면 그만 나와! (그러더니 그 얼굴위로 수건을 턱! 집어던진 뒤 돌아서서 가버린다)
하루 : (쓱 수건을 내리고 보며) 아.. 동재 성생님.. (하는데)
연구원1 : 화 많이 나셨다. 오늘은 건들지 않는게 좋아. (돌아서서 가면)
하루 : 아...! (쳐다본다. 꿈뻑꿈뻑 쳐다보는데서)
22. S# 저택, 하루의 방. N.
젖은 머리위로 수건을 쓴채 담요를 쓰고 안으로 들어오는 하루,
들어오다가 한번 뒤쪽을 돌아본다. 아무래도 동재가 신경 쓰이는 듯..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툴썩 앉는다. 한숨..! 그러다 한쪽 위에 올려진 은혜의 편지와 핸드폰을 본다.
뭐지? 다가와서 집어들어본다. 순간..
23. S# 계단과 아래층 복도. N
우당탕! 무언가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뛰어내려오는 하루, 아래층에 있는 회의실문을 벌컥! 열고 뛰어들어간다.
급하게 찾느라 의자에 부딪힌다. 아프다. 깨금발로 한바퀴 돌면서 동재를 찾는다. 없다. 재빨리 동재의 방쪽으로 달려가면
24. S# 동재의 방. N
쿵!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하루.
옷장문앞에 서서 와이셔츠 소매 단추를 막 풀고 있던 동재, ? 돌아보면
하루 : 동재성생님! 이거.. (하면서 은혜의 편지와 핸드폰을 내미는데)
동재 : (무심히 돌아서며) 오늘은 아무말 하고 싶지 않아. 니 방으로 가.
하루 : (다급하게) 은혜성생님 편지예요, 엄마가 너무 아프대요..
동재 : ...
하루 : 유변성돌발성폐기흉이래요, 그래서 수술받아야한대요. 그래서 가야한대요, 엄마한테..
여기 편지에 다 써놨어요, 여기.. (내미는데)
동재 : (쿵! 옷장문을 거칠게 닫아버린다)
하루 : (움찔.. 놀라서 동재를 보면)
동재 : (서늘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하루를 보더니 아주 나즉히) 지금부터 새로운 규칙을 말해줄테니까 잘들어.
하나! 앞으로 두 번 다시 멋대로 굴지 않는다. 내 허락없인 아무데도 가지말고, 함부로 누굴 만나서도 안돼, 알았어?
하루 : (편지지 들어보이며) 은혜성생님이 여기 편지에..
동재 : 둘, 내가 말하고 있을땐 조용히 입다물고 듣는다.
하루 : 하지만 은혜성생님 엄마가... (하는데)
동재 : 셋! (동시에 탁! 하루가 들고 있던 편지를 뺏어다 확! 찢어버리며) 이제 서은혜라는 여자는 니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그 여잔 돈만 아는 저질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니까.
하루 : ! (보면)
동재 : 엄마 수술비 얘기도 돈 때문에 꾸며낸 거짓말이구, 여기에 다시 온것도 너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었어.
넌 또 속은거라구, 알아들어? (하면서 툭! 치듯 지나쳐나오는데)
하루 : (OL) 틀렸어요.
동재 : ! (멈칫.. 멈춰선다)
하루 : 은혜성생님 저질 사기꾼 아니예요, 거짓말쟁이 아니예요. (하는데)
동재 : 너 증말! (확! 치미는 표정으로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 : (순간 동재 얼굴앞으로 손을 뻗어 은혜의 핸드폰을 쭉 내민다)
동재 : (? 그 핸드폰을 본다)
하루 : (조금 더 동재앞으로 그 핸드폰을 들이민다)
동재 : (본다. 보다가 핸드폰을 받아서 탁 펼쳐드는데 순간 멈칫!)
화면창 가득 받지 못한 발신자 이름이 주르르 뜬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빤히 쳐다보는 동재, 조금은 뒷통수 맞은 기분으로 잠시 보면
하루 : 동재성생님이 틀렸어요.
동재 : ...! (하루를 본다. 보는데)
그 때 다시 드드드드 진동으로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동재, 순간 멈칫.. 핸드폰을 보면 화면창에 뜨는 이름.. “엄마”다.
하루 : (본다, 어서 받아보라는 표정으로 보면)
동재 : (본다. 받아든다) 여보세요. (순간 조용히 흔들리는 시선에서)
25. S# 매물도 바다 전경. (D)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뱃전에서 화면 천천히 배위로 올라가면 바람을 맞으며 뱃머리에 앉아 있는 은혜,
저 멀리로 매물도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다냄새, 고향냄새에 은혜 오랜만에 기분좋은 표정.
26. S# 매물도 부둣가.
부둣가에 배가 닿자마자 뛰어내리는 은혜, 금새 아는 얼굴을 만난 듯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지나간다.
동네주민들 하나 둘 은혜를 돌아본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쑥더거리는 모습들..
뒤로 한채 은혜, 동네쪽을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마주오던 아줌마들한테 반갑게 인사한다.
은혜 : 아주매요!! (다가가면)
아주매들 : (본다, 다들 아이구 은혜 아이가.. 하는 표정)
아주매1 : 은혜야.. 하이고야 니 이자 오는기가?
은혜 : 예! 아주매들도 다 건강하시죠? 이따 저녁때 집으로들 오세요. 오는길에 뭍에서 돼지고기 좀 사왔거든요.
오늘 저녁에 저희 엄마랑 다같이 삼겹살파티해요. 예?
아주매들 : (이게 뭔 소리고? 하는 서로 시선 마주치는 가운데)
은혜 : 꼭 오세요? 이따 뵐께요. (돌아서는데)
아주매1 : 아야, 은혜야.
은혜 : (? 돌아본다)
아주매1 : 니이.. 전화받고 온기 아이가?
은혜 : (? 본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쳐다보는 표정에서)
27. S# 매물도 동네어귀.
미친 듯이 달려오는 은혜, 밭을 지나고, 고개를 넘고, 그러다 삐끗해서 넘어질뻔하다가 가까스로 땅바닥을 짚고 균형잡더니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고 달려서, 집 모퉁이를 탁! 돌아서는 순간.
은혜 : 엄마!! (부르다가 그만 우뚝! 멈춰선다. 멈춰서서 보면)
집 대문앞에 초상집에 걸어두는 노란색 등 하나가 흔들거리고 있다.
은혜, 믿을수 없는 표정으로 그 등을 빤히 쳐다보면,
28. S# 은혜네 집 마당.
상주도 없고, 문상객도 거의 없이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집..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불을 피우던 아주매2, 들어서는 은혜를 본다.
아주매2 : 누꼬? 니 은혜 아이가. 아이고 가스나야 우째 이자 오노! 우째..느그 어무이..느그 어무이 오늘 새벽참에 갔다 가스나야.
은혜 : (마당에 선채 멍한 표정으로 방문쪽을 바라보면)
아주매2 : 아이고, 성님! 은혜 왔소! 그래 기다리쌌던 은혜가 왔소 성님..
은혜 : (멍한 시선으로 가방이며 장봐온 봉지들을 툭 내려놓더니 들어간다)
아주매2 : (보며) 참말로 우야믄 좋노.. 딱해서 우야믄 좋노.. (시선에서)
29. S# 은혜네 집, 방안.
은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옹색하고 조악한 방안에 쓸쓸하게 놓여 있는 관 하나.
그 위로 흰 광목천이 묶여져 있고, 그 앞으로 모래를 담은 주발에 꽂힌 향불만 쓸쓸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은혜, 본다. 보다가 그 앞에 말없이 무릎꿇고 앉아 관을 본다. 너무나 낯선 기분.. 눈물도 아픔도 현실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멍하고, 그저 아득하고, 그저 어이없는 기분으로 빤히 보는데서.
flash-back> 2부 38씬.
은혜 : 엄마 수술비가 필요했어요. 유변성 돌발성 폐기흉이라구..
동재 : (그닥 믿지 않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flash-back> 3부 12씬.
은혜 : 선불두 돼요? 우리 엄마가 아직 수술을 못받으셔서 그러는데.
동재 : 그 어머니, 아직도 생존해 계십니까? (어딘지 비꼬는 투)
flash-back> 4부 2씬.
은혜 : 어쨌든 고마워요, 엄마 수술비는 그럭저럭 해결됐네요.
동재 : 엄마얘긴 이제 그만 써먹죠?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은혜 : (짐짓.. 동재를 본다. 시선에서 dis.)
30. S# 저택 회의실.
은혜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내려다보던 동재,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내다보면
그 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루, 본다. 보더니.
하루 : 안가볼거예요?
동재 : (돌아보지 않는다)
하루 : 은혜성생님한테요.. (보며) 안가볼거예요?
동재 : (대답하지 않는다)
하루 : (조용히 한숨..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려다가 멈춘다. 다시 돌아보더니) 엄마가 돌아가셨다잖아요! 은혜성생님 엄마가!
왜 그렇게 모른척해요! 동재성생님은 엄마두 없어요? 예? (하는데)
동재 : (OL) 없어.
하루 : ? (멈칫.. 동재를 본다)
동재 : 나한테 그런건... 처음부터 없었어.
하루 : ...! (빤히 쳐다본다)
동재 : (표정없는 시선에서)
31. S# 염교장댁 집 앞. N.
화면앞으로 빠꼼히 고개를 내밀 듯 나타나는 봉평댁(50대 초중반) 얼굴. 손에 적힌 주소랑 집 주소를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장필구 : 누구우..십니까?
소리에 멈칫..하는 봉평댁, 돌아보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듯한 장필구와 자물통의 모습.
장필구 : 어떻게 찾아오셨는지..
봉평댁 : (본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애써 쓰는 서울말씨) 여기가 하루네 집 맞나용?
장필구 : (하루..? 봉평댁을 보며) 네, 여기서 살았었습니다만..
봉평댁 : (일순 섬뜩한 눈빛이 스치더니) 그럼 한강수네 집도 맞겄네용?
장필구 : 네, 뭐.. 그런데 누구신지. (하는 순간)
봉평댁 : (더럭! 장필구의 멱살을 움켜쥐더니) 이이! 잘만났다 그려!
장필구 : 아이구, 아주머니.. 왜 이러십니까! 예?
자물통 : (같이 봉평댁을 말리는 위로)
봉평댁 : 어딨냐? 한강수 그 썩을노무 인간 워딨냐구!
장필구 : 모릅니다. 한강수 그 친구 이 집에 안온지 한참 됐습니다. 일단 진정허시고, 말루 허시죠, 예?
봉평댁 : 베룩이 간을 빼먹지 그래, 딸랑 월세 보증금 삼백 갖구 사는걸 그걸 사기쳐먹고 날러?
내 아주 오늘안으루 사생결단을 낼라구 왔으니께! 말혀! 한강수 워딨냐? 말 안허믄 여기 공구리바닥이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릴테니께, 말혀! 말허란 말이여어어어어어!!!! (하면서 장필구 멱살 쥐고 이리저리 흔드는데서)
32. S# 염교장댁 거실. N
꿀꺽! 꿀꺽! 꿀꺽! 턱!
물대접 내려놓고 턱을 쓱 문지르는 봉평댁.
봉평댁 : 하이고, 살겄다. (끅! 트름한번 하더니) 아가 한 대접 더 떠와라이?
수정 : (흘끗 못마땅한 듯 보더니 대접 받아서 툴레툴레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 옆으로 염교장, 장필구, 자물통, 난감한 표정으로 봉평댁을 쳐다보고만 있다.
봉평댁, 그러거나 말거나 집안을 휘 둘러보며.
봉평댁 : 그나저나 집이 겉보기보담 많이 낡었네에, 몇십년은 족히 됐겄는디? (그러다 흘끗 남정네들 휘 둘러보며)
근디 아줌니들은 다 워딜가구, 남정네들끼리만 고렇게 줄나래비로 쪼르르 앉아계신대유?
염교장 : 예에, 즈이 집사람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구, 이 두 사람은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허허허.. (웃자)
봉평댁 : 이이. 그러니께 홀애비들이시구마안, 한마디루다. 그치유?
염교장 : 예? 아.. 하하.. (썰렁해진다)
필수/물통 : (같이 썰렁해져서 염교장과 시선 한번 마주치면)
봉평댁 : 그나저나 워떡허실래유? 한강수 그 썩을노무 인간이 다 사기쳐먹구 날러서, 지는 이자 영락없이 오갈데없는 그지신센디..
한강수 그 인간 있는데를 알려주시던가, 아니면 메가지라도 잡아끌고 내 앞으로 델구 오든가.
양단간에 알아서 대책을 세워주셔야겄네유. 예?
염교장 : 글쎄.. 한강수 그 사람 때문에 사정이 딱하게 되셨다니까.. 뭐, 일단 당분간은 저희집에서.... (동시에)
순간 장필구, 자물통, 허걱! 하는 표정으로 염교장을 돌아본다.
수정이도 뒤에서 물떠오다 말고 쪼르르 달려와 염교장을 본다. 그 세사람, 무언의 압력! ‘안돼요!!!’
염교장 : (미안하다 얘들아.. 하는 표정으로) 저희집에서 지내시는게 어떨지..
봉평댁 : 어메.. 이 집서유? 진짜유? (좋아서) 아이구 그래두 될라나? (쳐다보면)
일제히 : (망했다..! 하는 표정)
33. S# 이층 복도. N
수정이가 앞장서서 올라오고, 그 뒤로 봉평댁 따라 올라온다.
수정 : (퉁명) 저쪽방예요, 화장실은 저쪽이구요.
봉평댁 : 이층두 꽤 넓네에, 보기보다 방두 많구, (휘 둘러보다가) 근디이, 저 셋중이 누가 이 집 주인이냐?
수정 : 네? (보면)
봉평댁 : 서류상으루다 이 집의 실직적인 주인이 누구냐니께.
수정 : 우리 할아버진데요? 왜요?
봉평댁 : 그려? (혼잣말하듯) 그 선상님은 너무 쉬어꼬부라터졌든디이.. (그러더니) 그럼 그 냥반은 뭔 일 하시냐?
왜 있잖여, 이마가 널찌건히 훌러덩.. 그 냥반.
수정 : (기막힌다) 그건 아줌마가 알아서 뭐하시게요? (꼬나보면)
봉평댁 : 얼레? 으른이 물어보면 고분고분히 대답이나 헐것이지, 워디서 싸가지 없이 눈꼬릴 치켜뜨구 지랄이랴, 쥐콩만헌 것이?
이년아, 우리 아들이 일찍 장가갔으면 내가 너만한 손녀가 있어 이년아.
수정 : (허걱! 이년아?) 아줌마.. 아줌마 지금 나한테 욕했어요?
봉평댁 : (소리 확 줄여서 수정에게만 들리게) 그래 했다 이년아. 워쩔래 이년아?
수정 : (허! 기막혀 앞을 가로막으며) 진짜 말 다했어요, 진짜? (대드는데)
봉평댁 : 어이구 귀찮어, 지럴 그만허구 절루비켜. (하면서 수정의 머리를 치우더니 은혜 방문 열고 들어서며)
어메에! 방두 넓네에, 깨끗하고, 응? (들어가면)
수정 : (허! 기막혀 쳐다보는데서)
34. S# 염교장댁 거실. N
염교장 : 어쩌겠냐. 한강수 그 눔 때문에 월세집까지 날렸다는데.. 갈데 없으면 당분간은 있게 해드려야지.
자물통 : (한숨..! 너무 싫은 듯)
장필구 : 수정이가 걱정이네요. 보나마자 싫어할텐데...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정 : (계단 내려오며) 할아버지! 필구삼촌! 자물통 삼촌!!! 저 아줌마 우리집에서 당장 내보내요!
나 저 아줌마 싫어! 맘에 안든다구요! (하면서 발까지 쿵! 구르면)
장필구, 자물통, 염교장, 그럼 그렇지... 나즉히 한숨 내쉬며 고개 돌리는데서.
35. S# 은혜의 방. N
봉평댁, 너무나 자연스럽게 뽕작 멜로디까지 흥얼거리며 촌스러운 빗, 화장품 등등을 꺼내놓으며 짐을 풀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손바닥 반만한 낡은 액자 하나를 꺼내 옆에 턱! 놓는다.
그 액자안에 대여섯살쯤으로 보이는 어린 사내아이가 어색한 느낌으로 찍은 사진이 들어있다. 그 어린 남자아이 얼굴에서..
36. S# 동재의 방. N
탁! 소리나게 서류를 덮는 동재, 왠지 집중이 안되는 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누르다가 한쪽에 놓여져 있는 은혜의 핸드폰을 다시 본다. 집어든다. 만지작거린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37. S# 이층 복도. N
빠꼼히 문을 열고 나타나는 하루, 외출복 차림에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살곰살곰 밖으로 나와 조용히 문을 닫는다.
그러더니 소리안나게 성큼성큼 발을 옮겨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38. S# 저택 현관앞. N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온 하루, 후유! 성공이다! 계단을 내려와 막 달리려고 하는데
바로 그 때 그 앞으로 와서 끼익! 멈춰서는 동재의 차. 유리창을 내리고 보면
하루,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놀라서 빤히 쳐다본다. 보는데.
동재 : 타.
하루 : 네? (보면)
동재 : 같이 가자구.
하루 : (? 본다. 보다가 순간 표정 밝아지면서) 네! (활짝 웃는 얼굴에서)
39. S# 섬 전경. (또는 은혜네 집 전경) N.
40. S# 은혜네 집, 방안. N.
부감으로 잔뜩 웅크린채 벽에 기대 누워있는 은혜의 모습, 그 옆으로 보이는 엄마의 관..
dis. D. (아침이 되면서)
엄마의 관은 조용히 사라지고 (시간경과, 장례 이후)
은혜, 여전히 웅크린채 그대로 벽에 기대 누워있다. 머리에 흰핀을 꽂고 있다.
dis. 오후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때즈음)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멍하니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그러더니 삼단 옷장이며 벽장속에 있던 얼마 안되는 엄마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마구마구 방바닥에 꺼내놓기 시작한다.
41. S# 은혜네 집 마당 일각.
우르르 소지품이며 옷가지들을 내동댕이 쳐버리는 은혜, 댓돌위에 놓여진 한 켤레뿐인 엄마 신발을 노려본다.
그것도 집어들어 옷가지들 위에 내동댕이 친다. 치더니
은혜 : 기다리라 그랬잖어! 내가 수술시켜준다구! 아파두 쫌만 참구 기다리랬잖어, 내가 수술시켜준다구!
어떻게.. 그걸 못기다려주냐? 이러는거 아니지 엄마.. 나한테 이러는거 아니지이!!
하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꾹 누르는데 그럴수록 치미는 눈물.. 더 꾹 누르더니
각성냥을 찾아내 불을 붙이더니 옷가지와 소지품들위로 던져버린다.
화르르 타들어가는 엄마의 옷가지와 소지품들.. 신발들..
은혜, 여전히 원망어린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채 노려본다.
그제서야 순간 엄마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힘없이 툴썩.. 주저앉고 만다. 점점 일그러져 오는 얼굴..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여온다. 꾹 누르고 또 누르는데
그 때 저벅.. 마당안으로 들어서는 구둣발..
은혜, 고개돌려 본다. 구둣발을 따라 천천히 시선 올리다가 멈칫..! 눈물 고인채 빤히 쳐다보는 은혜의 시선에서.
42. S# 매물도 아주매2네 집.
현관문을 열며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아주매2.
아주매2 : 누꼬? (내다보면)
마당에 서 있는 하루와 그 뒤쪽으로 동재의 모습.
하루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루입니다. 은혜선생님을 찾으러 왔는데요. (씩 웃으면)
43. S# 은혜네 집 마당.
아주매2 : (대문 열고 들어서며) 은혜야! 느그 뭐하노? 뭍에서 손님 오셨다!
그 뒤로 따라 들어서는 동재와 하루.
아주매2, 방문을 열어제끼고 부엌쪽도 살펴보지만 은혜가 없다.
하루, 아주매2를 따라 방문안도 기웃거려보고, 부엌쪽도 기웃거려보지만 역시 은혜를 발견하지 못한다.
아주매2 : 우델 갔노? 즈그 어메 묻고와가 내동 집에만 박혀있드마..
하루 : (동재를 돌아보면)
동재, 마당 한쪽에 재가 되버린 자국을 본다. 아직, 연기가 오르고 있다.
동재, 쳐다보는 시선에서.
44. S# 등대 일각.
퍽! 사내1에게 밀쳐져서 표사장앞으로 다가서는 은혜, 표정없이 표사장을 빤히 쳐다본다.
표사장, 거만해 보이려고 일부러 턱을 있는대로 쳐든채 은혜를 본다.
표사장 : 아야, 내뺐다간 뒤질줄 알라고 혔냐, 안혔냐?
은혜 : (표정없이 본다)
표사장 : 혔냐, 안혔냐! 확! (금방이라고 때릴 기세로 손을 치켜드는데)
은혜 : 죽여. (표정도, 감정도 아무것도 없이 담담하다)
표사장 : (멈칫! 보며) 뭐시여?
은혜 : 여러소리 귀찮다. 죽이라구 그냥.
표사장 : 음마야? 이거시 훼까닥 돌아뿐졌냐? 시방 뭐다는 소리다냐 요거시?
은혜 : 왜? 못하겠어? 내가 하까? 그러지 뭐. 못할것두 없지. (하더니 절벽쪽으로 돌아서서 뛰어내릴 기세다)
표사장 : (얼른 후다닥 잡는다) 아야, 뭐더는 짓이다냐 너 시방! 죽고잡냐!
은혜 : 어차피 살아봤자 별볼일두 없는 인생이야. 사기치구, 거짓말하구, 도망다니구.. 그렇게 사는거 나두 이제 지쳤그든?
놔 이거! 이 참에 콱 죽어버리게 그냥! 놔아!!
표사장 : 음마야! 아그들아 뭐더냐! 언능 와서 붙잡어야!
사내들 : 예! 형님! (얼른 은혜를 잡는다)
떨어지겠다는 은혜 “놔! 놔아아!!!” 완강하게 저항하는걸
표사장과 사내들, 질겁팔겁해서 은혜를 붙잡고 실강이하는데서.
45. S# 국밥집.
탁.. 은혜앞으로 놓여지는 국밥.
표사장,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것을 국밥그릇을 은혜쪽으로 밀어준다.
표사장 : 아나, 뜨걸라. 후후 불어가면서 먹어라 이? (숟가락 쥐어준다)
은혜 : (숟가락 받는다. 국물을 떠먹는다. 훌쩍.. 콧물땜에 휴지를 찾는데)
표사장 : (얼른 티슈통 가져다 은혜앞에 내민다)
은혜 : (티슈 하나 뽑아서 콧물을 닦고 다시 국물을 떠먹는다)
그 앞에 쪼르르 앉아서 은혜를 지켜보는 표사장과 사내들.
표사장 : 세상천지에 안힘들고 안죽고자픈 놈 워디 있간디? 그래두 다 참구 살어가는겨. 그런 노래두 있잖냐, (시조 읊듯)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죽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죽긴 왜 죽어.
막말루다 죽고자플때마다 다 죽어불면 시상천지 살아있을 인간이 몇놈이나 되겄냐? 발써 씨가 말라부렀제, 안그냐?
사내들 : 예 형님!
표사장 : 긍께 힘내불고 힘차게 살자 그말이여. 살면서 내 돈도 갚고, 이? (하는데)
은혜 :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식탁위에 턱! 내려놓는다) 내 전 재산이예요. 먹고 죽을래도 그것밖에 없어요.
표사장 : (? 보더니 일단 돈을 확인한다. 천만원) 긍께 시방 이걸로 입 싹 씻겄다고? 2억을 사기쳐 묵고 딸랑 천만원으로 싹?
으따, 이거슨 쪼까 곤란헌디, 암만 못혀도 반까이는 해줘야.. (보면)
은혜 : (표사장을 빤히 보고 있다)
표사장 : (보다가 쩝.. 입을 다시더니) 그리여, 시방은 상중이고 헌께 담에 다시 야그 허자고. (천만원 집어넣고 일어서면서)
고연히 힘들게 도망댕길 생각 말어. 니가 워딜 가든지간에, 그거시 지구끝이래두 우덜은 쫓아갈텐게.
(돌아서서 가려다가 멈칫.. 돌아보더니 몇만원 꺼내 식탁에 올려놓는다) 체헐라. 꼭꼭 씹어묵어라. (나간다)
사내들 : (우르르 따라 나간다)
은혜, 본다. 보다가 식탁위에 올려진 몇만원을 집어든다. 잠시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찔러넣고 국밥을 먹기 시작한다.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진다. 누가 볼까봐 얼른 손등으로 훔치며 또 떠 먹는다.
점점 설움이 밀려온다. 계속해서 손등으로 닦아내고 또 닦아내는데 그 때 드륵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온다.
은혜, 얼른 휴지로 코를 흥! 풀며 흘끗 본다. 보다가 멈칫..! 쳐다보면
그 앞에 서서 은혜를 쳐다보고 있는 하루.
은혜E : 왜.. 니가 거기 있는거니?
하루 : (은혜를 본다. 반가움과 따뜻한 미소로 웃어준다)
은혜E : 왜.. 니가 또 거기서 웃고 있는거니..?
하루 : (본다. 따뜻한 미소로) 괜찮아요?
은혜 : 여긴.. (목이 메이는걸 누르고) 여긴 어떻게 왔어?
하루 : 같이 왔어요.
은혜 : (? 보는데)
그 때 열린 문이 조금 더 옆으로 열리며 나타나는 동재, 들어오지는 않은채 문앞에 서서 은혜를 본다.
은혜 : ...! (본다. 시선에서)
46. S# 은혜네 집 부엌.
불을 때고 밥을 지어주고 있는 아주매2.
그 안으로 파, 마늘 담은 바가지를 들고 들어오는 하루.
아주매2 : 하이고, 총각이 찬찬도 해라, 깨끗이도 씻궈왔네.
하루 : 총각이요?
아주매2 : 총각이제, 그라모 츠녀가?
하루 : (본다. 재밌다는 듯 픽 웃는데)
아주매2 : 근데 은혜하고는 으떤 사이고? 애인사이가?
하루 : (? 보면)
아주매2 : 서로 좋아하는 사이냐 그 말이다.
하루 : 네. 좋아하죠, 많이 좋아하죠. (하면서도 괜히 쑥스러운데)
아주매2 : 잘됐다. 이제사 맴이 좀 놓이네. 은혜 갸가 승깔이 좀 까칠해가 지랄맞긴해도 속은 골골한기라.
즈그 어매 보내놓코 이 흠한 세상 우째 혼자 살아갈꼬 했드이마, 저래 번듯한 남자가 있는거 보이
참말로 내 마음이 다 놓인다. (보며) 무신 의사슨생이라카든데? 그자?
하루 : (? 본다) 네..?
아주매2 : 그 남자 말이다. 은혜 애인.
하루 : 아..! (동재를 말하는거였구나)
아주매2 : 의사모 돈도 잘벌겠네. 그라모 됐제 머..
하루 : (아.. 내가 아니라 동재 얘길 한거였구나. 슬쩍 당황하는데)
아주매2 : 그란데 총각은 우리 은혜하고는 우째 아는 사이고? 은혜보고 슨생님 어쩌구카는거 같드마.. (보며) 우떤 사이고?
하루, 그 질문에 애매하게 피식 웃으며 시선 돌린다. 우린 어떤 사이지?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다.. 생각해보는 시선에서.
47. S# 섬 일각. (저녁)
은혜 : 여긴.. 왜 왔어요? 어떻게 알구..
동재 : (돌아본다. 보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민다)
은혜, ? 본다. 핸드폰을 받아서 열어보면, 화면창 가득 받지 못한 엄마의 전화가 십수통..
그걸 보는 순간 또 콧끝이 짠해져오는데.
동재 : 괜찮다고 하셨어요.
은혜 : ? (고개들어 동재를 본다)
동재 : 은혜씨한테 그렇게 전해달라더군요. 엄만 괜찮다구... 그러니까 너무 애쓰지 말라구..
은혜 : ...! (빤히 동재를 본다)
동재 : 마지막 말인거 같아서... (보며) 그 말 전해주러 왔어요.
은혜 : (순간 핑그르르 눈물이 고인다. 보여주기 싫어 얼른 고개 돌리면)
동재 : 내일 아침 첫 배로 갈거예요. 일곱시.. (본다. 보며) 같이 갑시다.
은혜 : ...!
동재 : 거래가 연장된거라고 해두죠 뭐. 하루도 은혜씨가 있는게 더 좋은거 같으니까.. (하는데)
은혜 : (OL) 그러지 말아요.
동재 : (? 본다)
은혜 :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구!
동재 : (본다)
은혜 : 책임도 못질거면서 자꾸 희망갖게 하지마. 올라가지도 못할 나무 자꾸 쳐다보게 하지마.
나 같은 사람한텐.. 그런 오해마저두 희망이 된단 말예요. 떨어질줄 뻔히 알면서 자꾸 올라가구 싶어진다구!
그러니까 잘해주지 마! 그런 말로 자꾸 마음 약하게 만들지 말란 말야 이 자식아!!! (노려보면)
동재 : (본다. 조용한 시선으로 보더니) 울고 싶으면 울어요. 참지 말구.
은혜 : (울컥! 그래도 끝까지 입 꾹 다문채 참으면)
동재 : (본다. 보더니 한쪽 팔을 뻗어 은혜를 안아주며) 안볼께요. 안볼테니까.. 맘놓고 울어요.
순간 은혜, 참고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소리없이 흐느끼기 시작하는 은혜.
동재, 말없이 먼 바다만 바라본다. 보고 있지도 듣고 있지도 않는다.
은혜, 그의 품에 기대 맘껏 흐느껴 운다. 모습에서.
48. S# 그 일각. N
한쪽 일각에서 그 두사람을 바라보는 하루, 하루의 시선으로 보이는 은혜와 동재, 서로 꼭 끌어안은 모습..
하루, 묘한 기분으로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을 본다. 시선에서.
49. S# 매물도 부둣가. (아침)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하루의 옆모습, 흘끗 돌아보면
동재, 한쪽에 앉아 학술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루,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슬그머니 두어걸음 다가서더니
하루 : 저기.. 어떤 사이예요?
동재 : (시선 학술지에 둔채 대답만) 뭐가.
하루 : 은혜선생님하구 동재선생님..
동재 : (? 고개 돌려 하루를 본다)
하루 : 어떤 사이예요? (제법 진지하다)
동재 :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일 때문에 서로 필요한 사이.
하루 : 안아줬잖아요.
동재 : (멈칫.. 다시 하루를 본다)
하루 : 나.. 봤어요 어제. 은혜선생님 안아주는거..
동재 : 신경쓰지마. 아무 의미 없었으니까.
하루 : (? 보는데 그 때)
선장E : “곧 배가 출발합니다. 승객여러분들은 승선해주십시오!”
동재 : (그 소리에 한번 돌아보더니) 가자 그만. (학술지 접어드는데)
하루 : 은혜선생님은요?
동재 : 안올지도 몰라.
하루 : 올지도 모르잖아요.
동재 : 확신없는 약속은 기다리는게 아니야. 기다리는쪽만 손해니까.
확신없는 상대한테 마음같은것도 주지마. 주는쪽만 다쳐. 그게 인간관계의 공식이야. (미련없이 돌아서려는데)
하루 : 올거예요.
동재 : (? 본다)
하루 : 안와두.. 올때까지 기다릴래요.
동재 : (하루를 본다)
하루 : (동재를 똑바로 쳐다본다. 보는데 그 때)
은혜E : 잠깐만요오!!!
하루 : (멈칫..! 돌아본다)
동재 : (? 돌아본다)
부둣가 저편에서부터 커다란 가방 하나를 멘채 허겁지겁 달려오는 은혜. “잠깐만요! 같이가요오!!!”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다.
하루 : (순간 표정 밝아지며) 봐요! 기다리니까 오잖아요! (은혜를 향해 손 흔들며) 빨리요! 빨리 와요오!!!
은혜 : (달려온다)
동재 : (은혜를 본다)
하루 : (밝은 미소로 은혜를 본다)
은혜 : (뱃머리까지 와서 일단 숨을 몰아쉬며 하루를 본다. 그리고 동재를 본다)
은혜Na : 결국 나는 그 두사람에게로 돌아왔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숨을 몰아쉬며 쳐다본다. 멎적게, 그러나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50. S# 레스토랑 일각.
허원장 : 그래서, 그 여잘 다시 쓰기로 했다구?
허원장과 동재, 함께 식사중이다.
허원장 : 괜찮겠어? 벌써 문제를 두 번씩이나 일으킨 여잔데.
동재 : 저한테 맡겨두기로 하셨잖습니까.
허원장 : 그러니까 귀찮게 간섭하지 말어라?
동재 : (대답 대신) 학회발표 디데이를 40일뒤로 잡아뒀습니다. 그 때 1차 임상실험결과를 발표한 뒤,
2개월뒤에 2차 임상실험결과를 발표하도록 하죠.
허원장 : 그렇게 허지. (보며) 항경련제 부작용은 어때?
동재 : 없습니다. 구토증상이나 신경마비 증상같은것도 안보이구 있구요. 생각보다 훨씬 진행이 좋습니다.
허원장 : 몇백억짜리 몸이야, 잘 간수해.
동재 : 물론입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민주가 보인다.
허원장, 문쪽을 보다가 민주를 보더니 손을 들어 알린다.
동재, ? 돌아보면 민주, 하원장과 동재의 자리로 다가온다.
(오면서 테이블에 부딪히고, 손님 포크 채뜨려 떨어뜨려가면서 허둥지둥)
허원장, 못마땅한 시선으로 슬쩍 쏘아본다.
허원장 : 늦었구나.
민주 : 네에, 오는길에 책방에 들려서 책 좀 보다가..
허원장 : (말자르며) 인사해 박동재선생. 내 딸이야. 민주.
동재 : (자리에서 일어서며 민주를 본다. 순간 멈칫..)
짧은 flash-back> 화장실안에서 음식 가득 먹고 있던 그 여자!
민주 : (동재의 얼굴을 못알아봤는지 아무 반응없이) 첨뵙겠습니다. 허민줍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동재 : 박동잽니다. 앉으시죠.
민주 : (앉는다)
동재 : (앉는다)
허원장 : 파리에서 첼로를 공부했어. 뭐 소질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지가 좋아하니까.
연말파티때 소개하려구 했는데 기회가 안되서 말야. 오늘 따로 자리 마련했지.
동재 : (그 말에 민주를 한번 본다)
민주 : (도저히 표정을 읽을수 없는 사차원의 표정으로 물을 마신다)
허원장 : (일부러 시계를 한번 보더니) 난 모임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봐야겠는데.. 둘이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 좀 나눠.
(동재를 보며) 괜찮지?
동재 : 네, 그러겠습니다.
허원장 : 일어날거 없어. (그러면서 민주에게 잘하라는 무언의 시선 던진 뒤 일어나 나가면)
민주 : (허원장이 나가는걸 본 뒤 동재를 본다) 고맙습니다. 모른척 해주셔서.
동재 : (? 보면)
민주 : 파티장 화장실에서 본거요. 엄마 그거 아시면 저 또 불벼락이거든요. 제가 불벼락 맞는건 상관없는데..
엄마가 혈압이 높으셔서 자꾸 화내시면 건강에 안좋거든요.
동재 : 아.. (본다. 보다가 짐짓 웃는다)
민주 : (이제 할 말 다 했다.)
동재 : (그 역시 뭐라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렇게 썰렁한 분위기로 마주앉은 두 사람.. 동시에 물을 마시는데서.
51. S# 염교장네 거실.
이층위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아래층을 살피는 봉평댁.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여기저기 뒤적뒤적 뒤지기 시작하는 그녀, 그러나 영 쓸만한게 없다.
52. S# 장필구의 방.
쓱 문을 열고 들어서는 봉평댁, 안으로 들어와 뒤적거려본다.
봉평댁 : 워메.. 홀애비냄시야.. (하면서 서랍도 열어보고 뒤적뒤적거려보면서)
뭔노무 집안이 동전땡푼 하나 굴러댕기는게 없냐 그래애? (하면서 한쪽에 쌓아놓은 책장쪽을 뒤적이는데)
장필구 : 뭐하십니까?
봉평댁 : (순간 놀라서 쌓아둔것들을 건드린다. 동시에 와르르 머리위로 무너지며)
아이구 엄니!! 어이구 내 대갈통 다 뽀개지겄네에!!
장필구 : 괜찮습니까? (재빨리 다가서는데)
봉평댁 : (손을 떼서 보는데, 피다!) 어메 피네! 어이구 고신자 죽네에!!!! (지르면)
장필구 : 좀 봅시다. (살펴 보려는데)
봉평댁 : (퍽! 밀쳐내며) 아이구 저리가요! 뭘 안다구 본대 보기를! (하는데)
장필구 : (버럭) 가만히 좀 있어봐요!
봉평댁 : (일성에 멈칫.. 장필구를 보면)
장필구 : (익숙한 솜씨로 상처를 처치하기 시작한다)
봉평댁 : (흘끔 그런 장필구를 쳐다본다. 시선에서)
53. S# 병원 처치 실 안.
의사1 : (봉평댁의 상처에 반창고 붙여주며) 바깥양반께서 응급처치를 아주 깨끗하게 하셨네요.
봉평댁 : 예?
의사1 : 저희가 따로 손을 안대도 될것같습니다. 상처부위에 아침 저녁으로 소독 잘하시면 수일내로 아물겁니다.
봉평댁 : 그라믄 흉터는 안남겄남유?
의사1 : 글쎄, 바깥양반이 워낙 처치를 잘해놔서 흉터없이 깨끗이 낫겠어요.
(보며) 근데 뭐하시는 분입니까? 솜씨가 의사뺨치는데요?
봉평댁 : (그 말에 슬쩍 바깥쪽 돌아보면)
저쪽으로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채 기다려주고 있는 장필구, 슬쩍 봉평댁쪽을 돌아보는데서.
54. S# 병원복도.
나란히 걸어나오는 장필구와 봉평댁.
봉평댁 왠지 좀 다른 기분으로 장필구를 흘끗흘끗 쳐다보는데.
장필구 : 그러게 남에 방엔 뭐하러 들어가구 그래요? 허락두 없이.
봉평댁 : 하두 심심해서유, 읽을 책이라두 있나허구 들어가봤슈. 왜유! (순간 머리가 울리는 듯 감싸쥐며) 어메에..
장필구 : (얼른 부축하며) 악쓰지 마세요. 상처 벌어집니다.
봉평댁 : 어메 어지런거.. (하면서 싫지 않은 듯 슬쩍 장필구에게 기대는데)
바로 그 앞으로 지나쳐가던 허원장, 멈칫..! 봉평댁을 부축하고 서 있는 장필구와 맞닥드린다.
허원장 : ...! (장필구와 봉평댁을 번갈아 본다)
장필구 : ...! (역시 멈칫하는 표정으로 허원장을 본다)
봉평댁 : ...? (뭐랴? 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
장필구 : (시선으로 허원장과 일별한 뒤 봉평댁을 데리고 지나쳐오는데)
허원장 : (돌아보며) 그 날 파티장에선 그냥 가셨더군요.
장필구 : (멈칫..)
봉평댁 : (? 돌아본다. 뭔 소리랴? 쳐다보면)
허원장 : 하두 경황이 없어서 가는지 어떤지도 몰랐네요. 그래, 하루는 만나보셨나요?
장필구 : 그냥 먼발치서만 잠깐 봤습니다. 좋아보입디다.
허원장 : 그러셨군요. (그러면서 봉평댁을 의식하듯 한번 보면)
봉평댁 : (왠지 그녀들까리 찌리리 통하는 묘한 기싸움, 아래위로 훑어보면)
장필구 :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봉평댁에게) 가십시다. (돌아서서 가버리면)
봉평댁 : (계속 그 자리에서 서서 허원장을 아래위로 훑어본다) 의사신게뷰? 근디 장선상님하군 워찌 아는 사이래유?
허원장 : (어이없다) 그러는 아주머닌 장선생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신데요?
봉평댁 : 나유? 나는 장선상님하구 한집에 사는 사인데유, 왜유?
허원장 : (순간 멈칫..! 뭐? 한집에 살어?)
봉평댁 : 얼레? 방금 스쳐지나간 그 섬뜩한 눈빛의 정체는 뭐래유?
허원장 : 뭐요? (어이없는듯)
봉평댁 : 아녀, 고것은 필시 감정이 있는 눈빛이여, 틀림없어. 내 눈은 못속이니께.
허원장 : 이 아줌마가 진짜.. 허..! (왠지 정곡을 찔린 당황스러움과 기막힘으로 쳐다보는데)
장필구 : (되돌아 오더니) 가십시다 좀! (하면서 봉평댁의 팔을 홱! 잡아당긴다)
봉평댁 : (아이구 좀 놔봐유! 하면서 끌려가는 모습, 사라지면)
허원장 : (허..! 보다가) 장선생! 당신 여자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되니? (그러면서도 왠지 신경쓰이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55. S# 저택 전경. N
56. S# 주방 안. N
식탁위에 토스트와 커피잔을 놓은채 노트북이며 서류들을 한가득 쌓아놓은채 일하고 있는 동재,
은혜, 주방으로 들어와 동재를 한번 보더니 냉장고문을 연다. 쥬스병을 꺼내 컵에 따르며 한번 더 흘끗 동재를 본다.
은혜 : 바쁘세요?
동재 : 네. (건성으로, 신경은 온통 일에 쏠려있으면서) 왜요.
은혜 : (흘끗 한번 보더니) 저기.. 어제말인데요, 섬에서.. (어렵게 말을 꺼내는데)
동재 : 신경쓸거 없어요. 벌써 다 잊었으니까.
은혜 : (? 본다. 보다가 잠시 썰렁해지는 그녀)
은혜, 쥬스병 도로 냉장고에 넣는다. 넣다가 갑자기 탁! 소리나게 냉장고문을 닫더니 돌아본다. 보더니
은혜 : 나두 알거든요? 내 주제가 어떻다는거?
동재 : (? 그 말에 은혜를 보면)
은혜 : 안되고 딱해보여서.. 그래서 그냥 한번 안아주고 위로해준거 다 안다구요.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그런일땜에 동재씨 넘볼생각 감히 안할테니까..
동재 : (OL)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구, 받아요. (옆에 있던 스케쥴표 훽! 민다)
은혜 : (턱! 식탁끝으로 떨어지기 직전 그 종이를 잡는다. 쓱 쳐다보면)
동재 : 내일부터 두시간씩 사회적응훈련을 하기로 했어요. 서은혜씨가 그 두시간을 맡아주면 됩니다.
은혜 : (본다. 보더니) 이번엔 얼마나 줄건데요?
동재 : 숙식 제공에 한달에 이백오십. (커피 한모금 마시면)
은혜 : 에게? 왜 갑자기 이백오십이예요? 저번엔 천만원이었잖아요.
동재 : 그건 그 때 얘기고.
은혜 : 그래두 이건 너무 박하네. 내가 이런 말까진 안할라 그랬는데.. 사실은 나요, 지금 협박받고 있어요 깡패들한테.
동업자랑 같이 사기친 돈 안갚으면 죽여버리겠대요.
동재 : 이백오십. 거기서 한푼도 더 안돼요. (여전히 시선은 노트북에 준채)
은혜 : 그러지 말구 쫌만 더 쓰죠? 삼백! 삼백 좋다. 예?
동재 : 그만 방해하구 올라가줄래요?
은혜 : 진짜 안돼요?
동재 : 안돼요.
은혜 : (체.. 한번 흘긴다. 그러더니 무심한척 툭 던지듯) 고마워요 어쨌든.
동재 : (? 흘끗 보면)
은혜 : 우리 엄마 마지막 말 들어준거요. (보며) 그거.. 고맙다구요. (말 끝내자마자 괜히 민망한 듯 쓱 돌아서서 나간다)
동재, 본다. 보다가 한쪽에 덩그라니 놓여진 쥬스잔을 본다. 고맙단 얘길 하려고 왔던거였구나.
동재, 은혜가 나간쪽을 본다. 조용한 시선에서.
57. S# 저택, 하루의 방. N
한쪽에 누워있는 하루의 얼굴. 그 얼굴에서
짧은 플랫쉬 백> 섬에서 서로 꼭 끌어안는 동재와 은혜.
하루, 머리를 잠시 흔들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한다. 그래도 안되겠는지, 리모콘을 찾아들고 TV를 켠다.
마침 화면에 디리리~ 흘러나오는 타이타닉 음악. 그 유명한 디카프리오와 여주인공의 뱃머리씬이 흐르고 있다.
드디어 시작되는 디카프리오와 여주인공의 키스씬. 그 위로.
은혜E : 저런 남자랑 키스 한번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하루 : (두근..! 괜히 떨리는 기분으로 화면속의 키스씬에 몰입해가는데)
은혜 :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며) 하루야!!
소리에 하루, 잘못한 사람처럼 놀라서 재빨리 리모콘 찾아 들더니 닥치는대로 아무번호나 누른 뒤 벌떡 일어나 돌아본다.
은혜 : 내일부터 두시간씩 바깥 외출이야. 가고 싶은데 있음 생각했다가 내일 아침에 얘기해.
없으면 나 가구싶은데 아무데나 가버린다. 알았지?
하루 : (왠지 시선 못마주친채..) 네.. 네에.. (잘못한것도 없는데 괜히 어설프게 이마의 식은땀 닦아낸다)
은혜 : (? 그런 하루를 본다) 너, 왜 그래?
하루 : 네? (뜨끔해서 본다. 보더니) 아닌데요. 아무것도 안봤는데요.
은혜 : ? (순간 스치는 의심. 하루뒤로 고개를 빼고 본다 순간 허걱!)
19세 이하 관람불가용 영화가 한참 진행중이다. (이상한 여자와 남자의 모습들이 화면위로 스쳐가고)
하루, ? 같이 돌아보다가 허걱! 놀라서 그 화면을 보면.
은혜 : 하루 너어.. (하루를 보면)
하루 : 아니예요! 내가 보던건 저게 아니구요..! (하는데)
은혜 : 어이그으!! (퍽! 머리통을 날려버리더니 홱! 돌아서서 나가버리면)
하루 : (으으!! 아프다 그게 아닌데..! 하면서도 시선 흘끔 화면으로 간다)
TV에서 나는 소리 점점 심상치 않아지면서 순간 하루의 표정도 우와..! 점점 놀라움으로 변해간다.
하루Na : 갑자기 왜 그런걸까요? 섬에 다녀온 이후로 나는.. 갑자기 궁금한게 많아졌습니다.
순간 화면속 여자의 괴성과 함께 허걱! 하루의 표정, 충격과 경악으로 변하는데서.
58. S# 궁금 몽타쥬.
1. 거리.
은혜와 하루, 시내구경을 나온 듯.
은혜 이것저것 구경도 시켜주고, 사주기도 하고. 그러나 하루의 시선은 온통 지나가는 연인들에게로 향한다.
팔짱끼고, 끌어안고, 아무데서나 애정행각을 벌이는 그들, “호준아!” “유미야!” 서로를 부르며 부둥켜 안는 연인들..
하루E : 왜 갑자기 이 세상엔 연인들로만 가득해 보이는걸까요?
2. 버스.
은혜와 나란히 서서 버스를 타는 하루, 앞좌석에 앉은 여자의 깊이 패인 가슴부분을 시야에 들어온다.
하루, 시선 어디 둘지 몰라 어쩔줄 모르면서도 흘끔 쳐다보는위로
하루E : 왜 예전엔 안보이던것들이 자꾸만 이렇게 신경이 쓰일까요?
3. 저택, 은혜의 방.
동시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던 하루, 마침 옷을 갈아입느라 웃옷을 위로 올리던 은혜와 시선 딱 마주친다.
은혜, 놀라서 빤히 쳐다보면 하루의 시선 쓱... 가슴쪽으로 내려간다. 가더니
하루 : (작게) 와.. 작다!
은혜 : (순간 불끈!) 이야아아!!!! (퍽! 걷어차면)
4. 영화관 안.
한쪽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하루, 은혜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데
그 옆자리에서 서로 뽀뽀하고, 가슴만지고 하는 남녀커플..
하루, 영화보다는 그 두남녀가 더 신경쓰인다.
하루E : 왜 남자하고 여자는 좋아하면 뽀뽀를 하는걸까요?
하루, 점점 고개를 길게 빼고 그 두사람 뽀뽀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위로.
하루E : 뽀뽀를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순간 여자1, 구경하던 하루의 시선과 마주치고 꺅! 소리 지른다.
은혜, 놀라서 쳐다보는데서.
5. 영화관 일각.
은혜, 극장남녀에게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고, 양해를 구하고, 벌쭘히 서 있는 하루의 머리를 손으로 눌러 같이 사과를 한다.
그러나 하루의 시선 어느새 지나가는 다른 연인들에게로 꽂힌다. (여자의 허리에 손을 얹은 남자의 손..?)
은혜, 기막혀 쳐다보는데서.
59. S# 스케이트 장. N
동재 : (대수롭지 않은 듯) 사춘기예요.
은혜 : (어이없다) 저번엔 미운 일곱 살이라면서요. 근데 이젠 또 사춘기예요? 아니이, 하루 머릿속이 무슨 속성학원이예요?
일주일만에 미운 일곱 살에서 사춘기로 건너뛰게?
동재 : 놀라지 말아요. 그러다 곧 남자도 될테니까.
은혜 : (에엥? 보면)
동재 : 궁금하지 않아요? 맨날 아이처럼 소년처럼 은혜씨를 대하던 하루가 어느 순간 남자로 다가선다면 기분이 어떨지..
(은혜를 본다. 보며) 어떨거 같아요?
은혜 : (본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빤히 쳐다보는데)
사르르르, 턱! 난간에 기대서며 동재와 은혜 사이에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하루의 얼굴.
(은혜와 동재, 스케이트장 난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 : 뭐하구 있어요? 빨랑 나와서 타봐요! 이거 진짜 재밌어요! 배우는것도 금방 배워요, 되게 쉬워요.
(하면서 스르르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사람들틈에 섞여 신나게 스케이트를 즐기는 하루, 은혜쪽을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은혜 : (보며) 뇌수술하면 운동신경도 좋아지나보죠? 수영에다, 헬스에다, 이젠 스케이트까지..
저러다 올림픽에 나간다구 안하나 몰라.
동재 : (픽 웃음. 일어서며) 일어나죠.
은혜 : (엉거주춤 따라 일어나가다 엄마야! 균형을 잃으면서 휘청!)
동재 : (재빨리 은혜의 허리를 탁! 잡아준다)
은혜 : (순간 멈칫.. 괜히 벌쭘한 기분으로 무마하듯) 이러다 뒷통수 깨지면 산재처리 해주나요?
동재 : 나 신경외과의산거 잊었어요? 뒷통수 깨진거 전문이예요.
은혜 : 하나도 안웃겼어요. (그러면서 혼자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서보는데)
동재 : 잡아줘요?
은혜 : 됐어요. (하는 순간 휘청! 넘어질뻔한걸 겨우 난간 붙잡고 선다. 서서) 잡아주세요. (손을 내민다)
동재 : (본다. 픽.. 웃더니 은혜의 손을 잡는다)
은혜 : (동재를 의지해 스르르 빙판으로 나온다, 잔뜩 겁먹은채) 으아아.. 나 놓지 말아요. 나 놓지 말아요!
동재 : (그런 은혜를 본다)
은혜 : 손 놓으면 안돼요! 절대 놓지 말아요! (계속 쩔쩔매는 그녀)
동재 : (그 모습이 왠지 귀엽다. 픽 웃더니) 안심해요. 꼭 붙잡고 있을테니까.
은혜 : (믿음직스러운 그 말에 흘끗.. 동재를 쳐다 보는데)
하루 : (천천히 스케이트 속력을 늦추며 그 두 사람 옆으로 온다) 둘이 서서 뭐해요? 안타구..
은혜 : 어? 어어.. 타. 타야지. (하는데 또 미끌!) 으아!
동재 : (순간 끌어안듯이 은혜를 잡아준다)
하루 : (? 본다. 짐짓 웃고는 있지만 은혜를 끌어안은 동재의 손이 신경쓰인다)
은혜 : 아.. 이 나이에 내가 뭔 고생인지 모르겠네..
그러면서 은혜, 동재에게 완전 의지한채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다.
하루도 슬슬 그 옆을 따라온다.
미끌거릴때마다 동재에게 의지하는 은혜, 하루도 한번쯤 손을 내밀어 잡아주려고 하지만 타이밍이 영 안맞는다.
그럴때마다 멎적은 미소.. 멎적은 기분..
결국 그러다 슬쩍 두 사람을 떠나 링크위를 혼자 달리는 하루, 달리면서 계속 동재와 은혜를 돌아본다.
휘청거리고 미끄러지는 은혜를 잡아주고 일으켜주는 동재, 그러면서 즐거운 듯 웃는 그 두사람의 모습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결국 스케이트를 타던걸 멈추고 은혜를 바라보는 하루.
은혜가 하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웃어주고 있다.
하루, 그게 고마워 활짝 같이 웃어주지만 곧바로 은혜옆에 있는 동재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케이트 주변의 아름다운 불빛들..
동재와 함께 즐겁게 웃는 은혜의 얼굴.. 그럴수록 점점 재미없어지는 하루의 표정에서.
하루Na :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그 숱한 궁금증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모든게 재미없어져 버렸습니다. 스케이트도..
60. S# 저택, 하루의 방.
공부하고 있는 하루, 뒤를 돌아보면 은혜가 없다.
별로 재미가 없는 듯.. 턱을 괸채 딴생각에 빠지는 표정위로.
하루Na : 공부도..
61. S# 헬스장.
하루, 자전거를 굴리면서 옆을 돌아본다. 은혜가 없다.
순간 자전거 패달 밟던걸 멈춰버린채 멍한 표정으로,
하루Na : 운동도..
62. S# 저택 거실.
하루 : 나 아무래도 병에 걸린거 같아요. 가슴도 답답하고, (명치끝 가리키며) 계속 여기가 꽉 막혀있는거 같구..
밥두 안먹히구 자꾸만 울렁울렁거려요.
은혜 : (잡지책을 뒤적이며) 체했나보네. 소화제 먹어.
하루 : (성의 없는 대답에 뚱해져서 쳐다보면)
은혜 : (보며) 많이 않좋아? 그럼 박동재선생한테 가보든가, 어?
하루 : (됐어요! 홱! 일어나 나간다)
은혜 : 아 참! 이따 저녁때 회식있다 그랬는데! 갈수는 있겠니?
하루 : (쿵! 문닫고 나가버린다)
은혜 : (? 본다. 왜 저러지? 쳐다보는 시선에서)
63. S# 재즈 바 같은곳. N
(음악 연주도 하고, 춤도 출수 있는 그런 곳)
한쪽으로 초가 세 개쯤 꽂힌 케익을 가져오는 웨이터.
동재와 은혜, 연구원1.2.3. 주인턴, 그리고 하루가 앉아있는 테이블위로 가져온다.
주인턴 : 자! 오늘은 바로 하루가 수술을 받은지 삼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을 축하! 축하하며!
(보며) 하루씨, 뭐해요? 어서 불어요!
하루 : (본다. 겸연쩍게 보다가 훅! 분다)
일제히 : 와아아! (박수치고 좋아한다)
은혜 : (웃으며 하루를 본다, 입모양으로만 축하해! 웃어주면)
하루 : (그제야 겸연쩍게 피식 한번 웃을뿐)
동재 : 다음달에 있을 1차 학회발표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다들 계속 분발하자. 마시자! (술잔을 들면)
다같이 : (술잔을 들고 건배하며) 마시자!!
하루 : (혼자만 콜라병 들고 건배하며 엇박자로) 마시자!!
그리고 다같이 마신다. 은혜도, 동재도 오늘만큼은 기분좋은 듯.. 다들 기분좋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는데
그 때 플로어에 흐르는 음악.
은혜, 그 음악에 어? 하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은혜 : 이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데..
주인턴 : (보며) 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그냥 넘어갈수 없죠! 뭐하십니까 박동재선생님!
그 동안 수고하신 우리 서은혜씨를 위해 한곡 땡겨주십쇼! 예?
연구원들 : (우와아아!!! 박수 쳐가며) 한곡! 땡겨! 한곡! 땡겨!
하루 : (뭐지 이건? 연구원들을 돌아보면)
은혜 : (괜히 민망해서) 어우 왜 이래요, 난 원래 초보랑은 춤 안춰요.
동재 : 초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춰보지도 않구.
일제히 : (그 말에 다같이 오오오오...! 몰아주는 분위기)
은혜 : (피.. 웃어넘기려는데)
동재 : (일어선다. 손을 내민다) 춰봅시다 한번.
은혜 : (? 본다)
하루 : (어? 하는 표정으로 본다. 시선에서)
짧은 경과> 플로어에서 블루스를 추는 두서너쌍의 사람들.
그 한쪽으로 동재를 따라 어색하게 따라 나서는 은혜. 은혜, 굉장히 어색해하며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민망해하자
동재, 은혜의 허리에 손을 얹고 끌어안 듯 당기며 리드하기 시작한다.
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연구원들, 주인턴, 우와와! 환호성 보내고.
그 한쪽에 앉아 있던 하루, 그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는 그 두사람, 너무나 잘 어울려 보인다.
순간 E. 두근..! 하루의 심장이 뛴다. 뭐지..? 이 기분은? 다들 즐거워하고 있는데 하루만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고 있다.
하루, 생각을 쫓아내려는듯 옆에 있던 맥주캔을 들어 꿀꺽꿀꺽 마신다.
(주인턴과 연구원들 은혜와 동재의 춤을 구경하느라 넋을 빼고 있고..)
다 마셔버린뒤 탁! 내려놓는 하루, 다시 동재와 춤을 추는 은혜를 본다. 오늘따라 그녀는.. 참으로 이쁘다.
하루, 다시 옆에 있는 맥주캔을 또 하나 집어들어 꿀꺽꿀꺽 마신다. 그리고 다시 은혜를 본다. 여전히 그녀는.. 예쁘다.
하루, 두 눈 가득 은혜에 대한 감정을 담은채 바라보는 시선위로.
하루Na : 그리고 그 순간 알게 됐습니다. 그 동안 내 마음이.. 왜 그랬었는지..
64. S# 저택 전경위로 N.
“안녕히 주무십쇼” “쉬세요!” “즐거웠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연구원들, 주인턴의 목소리..
65. S# 저택, 하루의 방. N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은혜,
은혜 : 하루야, 너 속은 좀 어때? 박동재선생한테 얘기해서 소화제 좀 가져왔는데..
(하면서 보는데 어? 하루가 없다. 어디갔지? 돌아보는데서)
66. S# 실내 수영장. N
어두컴컴한 가운데 군데 군데 미등만 켜져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
그 한쪽으로 쭉 걸어들어오는 은혜, 두리번거리며 찾다가 걸음을 멈추면 저쪽 풀 사이드 한쪽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하루.
은혜 : (다가서며) 하루야, 너 거기서 뭐해?
하루 : ...
은혜 : 뭐하냐니까?
하루 : 생각이요.
은혜 : (? 보면)
하루 : (픽 웃으며) 이 생각이라는게 말이예요, 되게 웃긴거 있죠. 생각하면 할수록..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생각이 나요. 그래서.. 생각을 멈출수가 없어요. (보며) 재밌죠?
은혜 : 너 술 마셨니?
하루 : (손가락을 다섯 개 펼쳐보인다)
은혜 : 다섯잔이나?
하루 : (그 옆으로 손가락 하나 더 펼쳐보인다) 여섯캔이요. 맥주..
은혜 : 안되겠다. 그만 들어가서 자라. (잡아당기는데)
하루 :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었는지 안 물어봐요?
은혜 : (본다. 할수 없이 물어봐준다) 무슨 생각했는데?
하루 : 우리요.
은혜 : ?
하루 : 은혜선생님하구 나.. 우리 생각 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어떤 사일까 하구.. (보며) 우린.. 어떤 사이죠?
은혜 : (본다)
하루 : 어떤.. 사이죠?
은혜 : 궁금해? 말해줘?
하루 : 궁금해요. 말해줘요.
은혜 : 니가 날 뭐라구 부르니?
하루 : 은혜 선생님.
은혜 : 답 나왔네. 나는 선생님, 그리구 너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우린 그런 사이야. 됐지? 들어가자 그만.
(돌아서는데, 순간)
하루 : 은혜야..!
은혜 : (멈칫..! 걸음을 멈춘다)
하루 : (한번 더, 감정담아 조용히) 은혜야...
은혜 : (조금은 놀란 듯 하루를 돌아보면)
하루 : ...그러면요? 내가 은혜야.. 하고 부르면 우린 어떤 사이가 되는데요?
은혜 : (본다. 보다가 픽 웃으며) 너 취하니까 진짜 귀엽다. 근데 거기까지만 하자. 더 하면 주정이거든?
그만하구 들어가서 자자구. (하면서 하루의 팔을 잡아당기려는데)
하루 : (뿌리친다) 그런식으로 애 다루듯이 얼르구 달래지 말아요! 나 어린애 아니예요! 이젠 더 이상 바보가 아니라구우!
은혜 : 하루야..!
하루 : 나두 이제 생각할줄 알아! 나두 이제 느낄줄 알아! 나두 이제 좋아할줄 알아! 나두우우!! (순간 말을 잇지 못한채 본다)
은혜 : ! (보면)
하루 : (보더니 기분에 못이겨 그대로 키스해버린다)
은혜 : ...!!! (놀라는 시선..)
천장 한쪽에 매달려 있는 폐쇄회로 카메라.
INSERT> 모니터 룸.
서류를 집어들고 나가다 말고 ? 돌아보는 동재, 순간 멈칫.. 모니터안에 키스하고 있는 은혜와 하루를 본다.
빤히 쳐다보는 표정위로,
다시 은혜와 하루의 키스하는 모습 오버랩 되면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