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여! 차라리 펑펑 쏟아지렴, 내 마음이나 후련하게.
(전북 장수군 장안산 산행이 비로 순연되다.)
다음 불 로그;-kims1102@
처서(處暑)! 그 한마디에,
지겹던 불볕더위와 잠 못 이루던 열대야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멀리 줄행랑을
쳐버렸다.
한낮의 더위가 약간 덥기는 해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시원하고 정겹다.
한밤중에는 살며시 얇은 이불도 내려 덮어야 할 정도이니,
옛 선인들은 “그래서 절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처서 날 내린 비로 목말랐던 대지는 갈증을 풀었고 생기를 되찾은 나무들은
잎으로 햇살을 가리며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다.
처서 뒤로도 한두 차례 비가 더 내렸고 서늘한 날씨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산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 친절하고 좋은데 산에서 내려만 가면 달라진다.”는
말을 우리는 산행 중에 가끔 농담거리로 말한다.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서로를 돕는 마음이 산행이 끝나면 모두 잊어버린다는
얘기 같다.
며칠 전에 재미있는 통계 하나가 신문에 보도되었다.
지난해 3대 강력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발표되었는데
(살인=충남), (강도=부산), (성범죄=광주)로 나타났다.
신시가지 조성으로 공동화(空洞化)됐던 광역시 구도심과 산업단지조성으로
인구 유입 등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는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빈발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도시화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는 지역은 주민간의 연결망이 붕괴돼 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에 맞춘 치안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1964년 8월-1973년 3월)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3년
베트남에서 실종됐던 주민이 40년 만에 밀림지대에서 발견됐다.
베트남 일간지는 베트남전 당시 마을에서 행적을 감춘 호반타인(82세)씨가
중부밀림지대에서 아들인 호반론(41세)과 함께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당시 호반타인 씨는 밀림 안쪽으로 40km정도 들어간 곳에서 약 6m높이의
나무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으며 아들 호반론 씨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
“타잔”처럼 나무껍질로 만든 팬티 차림이었다.
그들은 너무 오랜 시간 사회에서 떨어져 지낸 탓에
현재 소수 민족인 “코르”족의 언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아들은 태어난 직후
계속 밀림생활을 했기 때문에 언어소통이 여의치 못했다.
이들 부자(父子)는 그동안 외부 세계와 아무접촉 없이 사냥과 식물재배 등으로
연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는 호반타인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시 밀림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사회의 이기적인 범죄발생과 원시자연생활의 자유로움이 비교되는 흥미 있는
기사(記事)거리였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항상 기상예보에 민감해진다.
그 이유는 금요산행 때문이다.
지난주 함양 기백산 산행 때도 빗속에 갇혀 산행도 못하고 하루를 허비했었다.
아침엔 날씨가 멀쩡한데도 기상예보에서는 남부지방엔 오늘과 내일까지 많은 양의
비가 하루 종일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산행이사한테서 아침에 전화가 왔었는데,
“요즘은 일기예보가 정확하니 내일 산행을 취소하자.”는 것이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일기예보만 믿고 취소할 수야 없지 않느냐?”
내일 새벽 4시에 기상상태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오전 11시에 아내와 함께 “매월건강랜드”에 들려 헬스도하고, 찜질과 사우나를
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하던 비가 뇌성번개를 치며 하늘이 무너지듯 억수로 쏟아진다.
오후 5시가 넘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 비는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문뜩, 회원들의 마음속에는 내일 산행에 대한 결정이 이미 내려진 것 같은 느낌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산행을 하지 못하면 각 회원들에게 취소통보도 해야 하고,
하산酒 준비도 미리 중단시켜야한다.
오후6시,
“아무래도 산행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으로 산행이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산행이사와 총무가 바쁘게 생겼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전어 철이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인데 “가을전어”란 입에 밴 말처럼 가을이
제철인 전어가 낮 기온 30도가 넘는 여름철에 한창 팔리고 있는 것이다.
높은 기온 때문에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서 전어들의 먹잇감(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해져 성장이 빨라지고 수량도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많이 나는 전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 뼈까지 먹으면 칼슘,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어 피로해소와 피부미용에
좋다.
제철에 싸고 맛있는 전어를 맘껏 먹어보자.
오늘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오지 않은데 구름만 잔뜩 끼었다.
차라리 비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해는 미안해서 나오지도 못하고 구름 뒤에 숨어만 있다.
누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것이 기상예보”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초 입력단계의 자료부터 “절대 값”이 아닌 “평균 값” 이기
때문에 기상통계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3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