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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마음은 부러움을 참아야 하고 발은 걸음에
무거움을 담아야 하며, 입은 진중함으로 침묵을
지켜야 했으나, 마음과 발과 입이 모두 깃털처럼
가벼워서 실패한 화대종주 두 번째 도전기입니다..
길고 별 내용 없습니다..
실패이야기 일 뿐 입니다..
총대장님께서 쏘아 올리셨던 공룡능선과
와이투님께서 쏘아 올렸던 화대종주는
저를 흔들었습니다..
올해 하고 싶던 일 중 하나였던 화대종주..
아니 그게 저리 쉽게 휘리릭 갈 수 있는거였어??
그때부터 마음은 온통 지리로 뛰어갔고
과감하게 혼자 단독산행 준비를 합니다..
버스표 예매를 마치고 대피소 예약도 끝내고...
드디어 지리를 간다는 신나고 들뜬 마음에,
천마지맥 1구간 때 따라가서 빠른 나불거림으로 블라블라 떠들고 여러 의견들을 감안해
당초 벽소령대피소예약을 세석으로 바꿉니다...
그러나,
버스시간 06:30분 남부터미널.. 출발...
구례도착 11:00분 예상... 산행시작 11:30분..
세석까지 7시전에 도착이 가능할까?.... 27.4km를??
그리하여,
기차를 타고 용산(9/13... 저녁.. 7:14)에서 출발
구례구역(11:45)으로 밤에 도착하는 계획을
잡고 대피소예약도 취소해 버립니다..
밤 12시면 작년으로 생각해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무모함은 엄청난 폭풍을 가져옵니다...
산행 내내 떠오른 말..
"준비 없이 돌을 들췄다간 뱀을 만날 것이다"...
이 말을 떠올리며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후회했고
가고 싶고 하고 싶다고 모두 다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간단한 삶의 진리를 극한의 개고생 끝에 깨닫습니다....
여기서부터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 5시 6분..5시면 밝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 짙은 어둠 속입니다..
좀 더 가서 삼도봉 300m 표지를 보고 진행했으나,
걷다 보니 이상하게 밧줄을 붙잡고 바위를 건넙니다.. 무심코 건너다 , 어... 이게.. 아닌데...
다시 건너오려 했으나, 갈 때와 다르게 바위가
무서워 못 내려갑니다...
그렇담.. 위로 올라가 능선에 접속해야지...
그 생각으로 위로 위로 올라가지만,
커단 바위.. 가시오갈피나무군락.. 잔돌지대.. 또 가시덤불지대로 기어 올라고,
바위, 가시나무, 잔돌들을 3단 콤보 시리즈로
세 번을 올라가도 능선접속은 못합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바위를 기어오르다 삼도봉에 가서
마시려던 포카리가 바위밑으로 떨어지고..
날이 밝아지면 상황이 좋아지리라 기대했지만,
위로 가도 가도 길이 안 나오고
고립이라는 상황에 두려워지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른다는 사실에
멘붕상태에 빠져 두려움은 극대화되어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설상가상 렘블러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심각해져 버린 상황에, 덜덜 떨며
긴급전화를 6:55분에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혼자 다시 할 수 있다 용기를 내보며 일어섭니다...
당차게 일어서 몇 발짝 떼자마자
썩은 나무에 걸려 넘어지고, 죽은 나무 따위에
살아있는 내가 꺾이겠냐 생각하며 스틱으로 나무를 내리쳐 파괴력에 스스로가 깜짝 놀라지만,
강하게 마음먹자 다잡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주 심한 과몰입 행태였지만 당시
저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사실 이러다 구조되면 뉴스에 나오거나,
벌금 왕창 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 와중에도 들었고, 그러다 왼쪽 편에 길인 듯 보이고
그리 가니,
이 구조물이 보여 넘어갑니다..
그리고 계단이 보이고 위에 봉우리가 있어
드디어 살았다 하며 도착한 곳은,
화대종주와 상관없어 패스하려던 반야봉...
기쁨에 가방까지 던져버리고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나는 살았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은 182m의 고도편차라는데
장장 두 시간 가까이 걸려 올라간 겁니다..
그리고 찍은 셀카,
반야봉에서 대간 2차 단체 문자를 7시 9분에 발송하고
남은 물한병을 쉬지 않고 단숨에 마셔버립니다...
회원님들께서 받으셨던 수요일 문자는
반야봉에 간신히 살아 올라와서 보낸 문자였습니다..
그리고 쉬며 들었던 생각..
삼도봉 300m 지점에서 어째 뒤에 있는 반야봉으로 왔을까?... 구조물을 만나기 전 오른쪽으로 갔더라면..
아직도 개고생 중이었겠지?
반야봉이 나를 불렀을까??
그래.. 어쨌든... 난.. 정말 운이 좋아.. 아직 힘도 있고,
물은 다 마셨지만 연하천 가면 또 있을 거고...
자.. 가자.. 할 수 있다...
반야봉에서 내려와 삼도봉으로 향하며
어디서 밧줄을 잡았나 살펴봤지만,
그럴만한 곳이 없었고..
뭐에 홀렸나 싶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전 어제의 극한 개고생은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신나고 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은 제가 좋아하는 산의 모습임으로 실망스럽지도 않았고,
사람도 없어 뛰어가다가 음악 틀어놓고 춤도 추고
지리 능선길에서 쌩~~ 쑈를 해대며 혼자
무한의 행복함을 맛봅니다... 좋아 미쳐 날뛰었던
올 2월 소백에서처럼 좋아서 신났었습니다..
아... 혼산의 매력이란 이런 건가?
이 산을 온통 나 혼자 차지한 듯한 이 고요함 속의
행복이라니.. 점점 신났고 더더 즐거워지고
생각해 보니 먹은 게 별로 없는데도 후 달리지도 않고..
와~~~ 난... 무쇠 황금인간인가 보다.. ㅋㅋ
되살아난 웃음 속에 행복감속에 완주를 해버릴까 생각하다, 천왕봉에 가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드디어.. 두 번째로 마주한 천왕봉......
정말 오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인사한 뒤....
아무도 없음을 틈타, 왜 그랬는지,
급 미친 듯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봤습니다...
뭔가 짜릿하게 아주 통쾌~~!!!...
한바탕 웃고 소리도 질러보고 음악도 틀고
춤도 추고 놀아본 뒤,
이 마음에 드는 셀카를 찍고...
난.. 화대종주를 실패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운이 좋아 살았지만,
오늘 대원사로 내려가 종주를 성공한다면
나의 어리석음, 무모함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종주를 성공했다는 자만.. 교만에.. 빠져.. 겁 없이
또 어떤 우매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두고두고 갖기 위해서라도 실패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무모함은 겁도 없이 야간산행 6시간을 잡은 거였고, 해뜨기직전 5시의 어둠의 무서움을 미처 몰랐다는 것과 지리산을
작년 대간길에 한 번과 화엄사에서 세석까지
한 번..... 이 두 번의 경험으로 종주를 한다고 혼자 나섰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헤드랜턴 세 개면 충분하리라는 판단착오까지 더불어서였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는 지리산에서
제가 얻어 갈 것은 그거였습니다. 겸손을 잃었던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임을 깨달았고 늘 체크체크를 외쳤지만, 준비가 부족했음을 깨닫지 못한 우둔함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가고자 마음먹었다면 갈 수 있었던 대원사를
포기하고 중산리로 향합니다..
개선문을 조금 지나 하산길에 정말 뜬금없이 예전 직장동기를 만납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저와 오르던 친구는 혹시 아무개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얼굴을 들고
그제야 알아봤을 정도였습니다...
친하지도 않았고.. 전혀 접점이 없던 사이...
서로가 당황, 황당에 웃음이 났습니다...
정상은 곰탕이었지만,
지금 올라가면 운해가 멋질 거다라고
하얀 거짓말도 해버립니다...ㅋㅋ...
그렇게 굿바이를 하고
대간길에 올라왔었던 법계사 그 길을
추억하며 내려갑니다.
중산리로 내려와 올려 본 하늘은 맑았고, 아마도 그 친구는 진짜로 운해를 보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급 배가 아파 왔고..ㅋㅋ... 저는,
여기 전화번호로 콜택시를 부르고 15분 정도 기다려 택시를 탑니다.. 택시비 4만 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택시기사님께서 친절하게도 원지터미널에 전화하셔 남부터미널 가는 2시 40분 버스를 예매해 주십니다... 그리고 40분 걸려 원지터미널에 도착했고 시간은 2시 10분이었습니다... 따뜻한 갈비탕을 먹고 싶었지만 버스시간이 촉박해 간단한 쌀국수를 먹습니다..
이 이야기는 무모하고 어리석었음에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회장님과 총대장님께 말씀드리고.... 곧 너무도
쉽게 블라블라.... 한 번 터져버린 봇물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새털처럼 가볍게 팔랑거렸고....🤐
대간산행에서 몇 분께 말씀드릴 땐 별스럽지
않은 듯,말했지만 지금도 새벽 5시면 밖을 내다봅니다.. 저렇게 깜깜한데 지리산 반야봉 비탐을
기어오르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때보다 무서움은 더 크게 몸으로 번져 옵니다...
어둠 속을 혼자 걸었을 내가 새삼 가엾기도 합니다....
누가 등 떠민 거 아니고 저가 갔음에도 그 어리석음에 어둠을 꿋꿋하게 견디던 제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허나, 다른 한편으론 등로도 험한 지리 제2봉 반야봉을 비탐으로 올랐으니 앞으로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리산 화대종주를 내년에도 갈 겁니다..
다행히도 섬언니도 다리만 괜찮으면 간다 하셨고 짱대장님께서도 종주에 관심은 없지만, 피람이랑
불수사도북멤버끼리 한번 팀을 꾸려 가자 하셨고,
저를 딱히 여겨 건네주셨던 말씀에 표현은 못 했지만 마음은 뭉클해졌고 햇빛이 쏟아지는 듯 따뜻해졌습니다.....
그러나, 뒤이은 짱대장님의 한 말씀...
".... 근데요.. 총무님.. 지는 가면 무조건 직진입니다..도중에 옆으로 빠지는거 없습니다.."...
헐~~~ ㅋㅋ... ...지가 경험 했잖아요~~
눈 내리던 마패봉에서의 직진을욥~~ ㅋㅋ
짱대장님~ 최고~~~👍...바라는 바입니다....
지는 내년이믄 세 번째 도전입니다..
나가 떨어지더라도 삼 세번은 해보고 포기를
해야겠기에 저도 다부지게 마음먹고 가겠습니다..
아~~ 말해뭐할까요?...
반야봉을 비탐으로 올랐는디요~~..음... 여전히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 입니다..켁~~ㅋㅋ
이번에 느낀 점 하나는... 선두팀 오지산행에서의 경험이 저를 견딜 수 있게 힘을 주었다는 겁니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도 패닉상태로 뉴스에 나왔을거 같습니다.... 그래서 선두대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실은 생각을 못 했지만,
총대장님께서 언질을 주셔서 깨달았습니다..
어리석고 무모했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눈동자가 좀 더 깊어졌기를 바라며
그래도 화대는 실패했어도 지리 천왕봉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또, 능선길에서 미쳐 날뛰며 춤추었던 거 그 기억으로 지리에 혼자 또 갈 겁니다...
흐린 날 골라 일부러요.. ㅋㅋ
추석 한가위 잘~ 보내시고,
주왕산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죽은나무와 싸울게 아니라 표고붙었있나봐야죠 ㅎ
와이투님~~ ㅎㅎ....
그걸 생각못했네요...
나무 때려 주느라..ㅋ...
주왕산에서 뵙겠습니다요~
물어볼 이야기가 꽤 있습니다~~^^
총무님~~~
예전에...
지지베베님께서 해 주신 좋은 말씀이 있습니다.
실패가 아니고...
가신 만큼, 경험 하신 만큼 성공이었다고...
화이팅!
총대장님~ 잠시 지지베님 온화하신 모습 생각나 웃어 봤습니다...
네...실패라 생각하면서도 살아 돌아온게 감사하고 지리능선에서 행복했어서
작년처럼 분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ㅋㅋ
늘 용기를 주시는 총대장님..
감사합니다~~^^
헉 반야봉 신령님이 도우셨습니다 총무님 나는 도저히 혼자 도전 못할듯요 대단 하달밖에요 나는 도전 조차 못하겠지만 다음번 화대 종주 성공 하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잔치 잔치 벌려 드릴 께요 실패기 파이팅입니다.
고문님~ 신령님께서 도우셨나 그 생각도 해봤습니다.. 왜냐하면 문자발송 타이밍에 맞춰 반야봉에 올랐거든요...
반야봉이 아무래도 너는 할 일이 있으니 건져주마~~ 하셨던거 같습니다~~^^..
내년엔 꼭 성공하겠습니다~~!!..
잔치 잔치 생각하며 꾹 참겠습니다~~♡
총무님 대단하십니다!
실패가 아니고 성공 아닌가요??
암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화이팅!
내발대장님~~대원사를 못가서 성공은 아닙니다~~ㅎㅎ.....
화이팅 감사합니다~~^^.
총무님 멋져부려요 다음 종주때는 저좀 꼭대리고 가주세요
산나그네님~ 대환영 입니다~~^^....
내년에 꼭 화대 성공기를 함께 만들었음 좋겠습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총무님 요즘 반야봉 근처에 반달곰 많다 합니다 곰과 조우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입니다 ㆍㅋ 산에대한 열정과열망 최고입니다 화이팅입니다~^^👍
헉... 곰과의 조우...😨...정말 천만다행입니다~~ ㅎㅎ..
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아니 아무리 가고 싶어도 그렇지 거기를 어디라고, 혼자 산행을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하마트면 탑에 보물 한분을 잃을뻔 했읍니다.
고생 하셨읍니다.
고문님~ 야단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은 깊어야하고 행동은 신중해야함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걱정어린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즐거운 점심 시간 보내세요~~^^
화대종주"
마음 가짐은 이미 성공 하셨습니다.
화대 구간은 내년에도 그자리 그 모습 그대로 총무님을 반길 겁니다.
그래서 지리산 이지요.
많은 분은 총무님을 부러워 합니다.
대단 하다고~~
회장님~~^^
가면 갈수록, 보면 볼수록 지리산이 좋아 집니다....늘 산으로 향한 발들이 저를 여기까지 만들어 왔을테지만, 이번 2차도전은 정말 무모했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몰랐음을 된통 고생하고 깨달은 산행이었습니다..
좋은 편안한 점심시간 보내세요~~^^
아~위험했는데 다행이네요~~무서운 뱜이 나올뻔~암튼 축하드려요~새벽 2시쯤 구례에 도착하는 기차가 패스된게 아쉽네요~~ㅠㅠ
산여행님~~ 지는 산으로 여행을 가는게 아니라 개고생하러 다니는거 같습니다~ ㅋㅋ
암튼 축하.. 무튼 감사합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새벽2시쯤 구례에 도착하는기차는 없어진거 같습니다..ㅜㅠ
아이고야~ 친구님 멋지네요
어느산!
어느산행!
사연없는 산행기는 없다지만
울친구님 산행기 끝짱!!이네요
너무 리얼해서 상상이상 아찔,짜릿,소름!!!!!
너무 부럽고 대단하단 말밖에...♡♡♡
완전부럽습니다~
안산을 왕창 축하드려요~.^
설마 반야봉 비탐 오름이 부러운건 아뉘지??... ㅋㅋ
안산 왕창 축하~~ 넘나리 고맙....
대단은 머.. 생각이 없음 저리 되는거지..ㅋ
@하늘바라기 그랴~ 지난번에 지리산 산행기
입으로 듣고싶었는데 아쉬웠거든~
말로다 할수없었음을 이제 알겠네요
대단하시내요~ 총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