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핵무기 수준에 가까운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며칠 만에 이란 관리들과 회담을 갖고,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핵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경종을 울렸다.
[테헤란=AP/뉴시스]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3.03.04.© 뉴시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핵 프로그램 책임자와의 기자회견에서 IAEA대표단의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회담 논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날 테헤란에 도착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과 두 차례 회담을 가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회담 내용에 대해 "솔직하고 협력적인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이곳 테헤란에서 IAEA가 이란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나중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의 핵시설 감시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이 부족하다는 질문에 대해 "IAEA의 국가 및 핵 시설 사찰은 양측의 법적 합의에 기초한다"며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회원국이며 이 조약의 가입국들은 IAEA와 세이프가드 협정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란이 우리가 이러한 협정과 안보를 바탕으로 자체 사찰을 실시하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물론 NPT 회원국이 아닌 국가도 있고, 이란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협정을 맺고 있다"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란의 핵 프로그램 책임자인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장은 IAEA에 협정의 틀 안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임무를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에슬라미 청장은 "이란의 핵 성과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란은 자국의 안보를 다른 어떤 것과도 교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 초 IAEA는 무기 등급에 조금 못 미치는 83.7%까지 농축된 우라늄 입자가 이란의 지하 포르도 핵시설에서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최근 회원국들에 배포된 IAEA의 분기별 기밀 보고서는 이란의 수개월간의 반정부 시위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용 드론(무인기)의 수출에 대한 서방의 분노 속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테헤란=AP/뉴시스]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 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과 회담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2023.03.04.© 뉴시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조사관들은 이란 포르도 시설의 IR-6 원심분리기 두 개가 이전에 선언되었던 것과 "실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IAEA는 다음 날 샘플을 채취했는데, 이는 최대 83.7%의 순도를 가진 입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IAEA 보고서는 "입자"에 대해서만 언급했는데, 이는 이란이 한동안 농축해 온 수준인 60% 이상으로 농축된 우라늄 비축량을 구축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IAEA는 또 보고서에서 포르도 핵시설에서의 "검증 활동의 빈도와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에슬라미 청장은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IAEA 보고서의 결과를 인정했지만 84% 농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 결과의 "모호성"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민간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기에 필요한 수준인 90%까지 농축된 물질 비축량은 이란의 선택여하에 따라 원자폭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2015년 이란과 세계 강대국들과의 핵 협정은 이란의 우라늄 비축량을 제한하고 원전에 연료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농축을 3.67%로 제한했다. 미국은 2018년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해 이란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다시 가했고, 이후 협정의 제한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 이란의 협상 노력은 지난 여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은 오랫동안 핵무기 개발을 부인해 왔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2003년까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마지막 이란 방문은 2022년 3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