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일: 2007년 11월 1일(목)
장소: 아카데미 상담실
상담자: 단비 님
피상담자: 이00 (36세/ 불교/ 동성애.게임중독)
상담을 통해 얻고 싶은 것: 性에 대한 무념, 수행자처럼 살고 싶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 두근거림이라는 말로는 다 포괄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강의실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내 눈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마치 수백 마리의 오골계들 중에서 아픈 오골계에게 시선이 꽂히듯,
상담을 배우고 있는 내게 어쩌면 그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었는지 모른다.
첫눈에... 그는 환자였다.
실습시간. 규칙상 청강생은 실습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교수님의 허락을 얻어 상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직 최면수업을 듣지 않은 나는 기록을 맡기로 하고, 상담고수인 단비 님에게 환자를 부탁했다.
상담카드를 작성하기 위해 신상에 관해 이것저것 묻는 과정에서 나는 전율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단어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근친상간, 게이, 파트너 헌팅...
어렸을 적... 친누나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며 "너는 바람둥이가 될 거야." 했다... 어린 마음에 바람둥이가
되지 않으려고 여자들을 멀리 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친형한테 자위하는 법을 배웠다... 성인잡지에서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흥분한 적이 있다... 친형과도... 했다... 지금 게이다... 파트너가 유부남이라 자주 만나지 못해
불만이다... 다른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사우나, 찜질방, PC방을 기웃거리며 밤을 지새기도 한다... 두 번 성병에
걸렸다... 지금은 완쾌됐다... 섹스를 하지 못할 때는 게임에 열중한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 때를 놓칠 때가 많다...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끊을 수가 없다... 性과 무관하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다.
오후 4시35분.
임상최면에 대해 설명한 후 곧바로 최면 유도에 들어갔다.
약 5분 후, 그는 얕은 최면상태에 들었다.
단: 당신의 무의식에게 묻습니다. 무의식을 열어주시고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손가락을 움직여 주세요.
치료받기를 원하시면 손가락을 움직여 주세요.
이: (반응없음)
단: 네, 좋아요. 기분이 어때요?
이: 말똥말똥한데요.
단: 그럴 수 있어요. 무의식은 00씨를 도와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자~ 몸의 긴장을 풀고... 지금은 기분이 어때요?
이: 아까보다 좀 나아요.
단: 좋아요. 무의식은 100% 당신 편이에요. 무의식을 믿어주세요. 왜냐하면 무의식은 나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크게 심호흡을 하세요. 더 깊게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어떻죠?
이: 몽롱해지는 것 같아요.
단: 무의식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왜 게임중독이 됐는지 말해 줄 수 있으면 손가락 반응을 보여주세요.
싫으면 반대편 손가락을 움직여 주세요.
이: (반응없음)
단: 00씨 안에 다른 존재가 있으면 손가락 반응을 보여주세요.
이: (반응없음)
단: 기분이 어떻죠?
이: 그저 그래요. 말이 잘 안 나와요. 너무 가까이 계시니까 입냄새가 날까봐... 최면이 잘 안 돼요.
단: 왜 최면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이: 너무 의식이 또렷해서요. (최면상태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공존하며, 현재 최면상태임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떡임)
단: 언제 처음 게임을 하게 됐나요?
이: 초등학교 때요.
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 그냥 읍내에 친구들과 놀러가서... 갤러그 게임을 했어요.
단: 끝나고 나서 뭘 느꼈나요?
이: 더 하고 싶다...
단: 누나가 알몸을 보여주던 그 시점으로 가봅니다. 보이는 대로 말씀하세요.
이: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하기 싫은데요... 창피해요...
단: 잊고싶은가요?
이: 네.
단: 천장 위로 올라가봐요. 뭐가 보이죠?
이: 누워있는 누나와 제가 보여요.
단: 기분이 어때요?
이: 그때는 호기심 때문에 몰랐는데... 지금은 사회통념상... 기분이 나빠요.
단: 아파트 20층 높이로 올라가세요. 그 방안의 장면이 어떤 크기로 보이나요?
이: 손바닥 크기...
단: 좋아요. 이제 비행기 높이로 갑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이: 안 보여요.
단: 대기권 밖으로 나가보세요. 지금은요?
이: 안 보여요.
단: 좋아요. 혹시 좋아하는 노래나 꽃이 있나요?
이: 없어요... 생각이 안 나요.
단: 엄마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떤가요?
이: 흐뭇해요.
단: 엄마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모습, 그 모습을 상상하며 쭈욱 빨아들여 보세요. 심호흡을 하며...
엄마의 미소를 쭈~욱 가슴 깊이 빨아들이세요.
이: (심호흡을 깊게 하며 지시대로 따름. 두 눈에 눈물이 고임)
단: 왜 눈물이 나죠?
이: 안 흘렸는데요.
단: 왜 눈물이 나죠?
이: 모르겠어요.
단: 엄마를 생각해서 그런가요?
이: 모르겠어요... 형과 오럴을 한 경험이 있어요...
단: 우선 누나와의 그 장면부터 없애기로 하죠.
엄마를 생각하면 흐뭇해져요. 부처님의 따뜻한 미소를 느껴보세요. 가슴으로 뜨겁게 느껴보세요.
우주의 에너지를 깊이 받아들이세요. 그 에너지를 가지고 비행기 자리로 가세요. 무슨 느낌이 있나요?
이: 아니요.
단: 아파트 20층 높이로 가세요.
이: 손바닥 크기만 보여요.
단: 누나와 같이 있던 그 사랑방 지붕으로 가세요. 뭐가 보이죠?
이: 생각이 안나요.
단: 우주에서 봤던 엄마의 미소와 부처님의 따뜻한 미소를 느껴보세요. 이제 사랑방의 그 현장을 봅니다.
이: 그냥 무덤덤합니다.
단: 아까 느꼈던 감정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 전에는 수치스럽고 창피했는데 지금은 무덤덤해요.
단: 좋아요... 이제 형님과의 그 장면으로 가세요. 언제인가요?
이: 잘 기억이 안 나요.
단: 어디인가요?
이: 방안
단: 00씨 키가 얼마쯤?
이: 기억 안 나요.
단: 형이 먼저 요구했나요?
이: 형이 자고 있는데... 제가 했어요.
단: 어떤 장면이 보이나요?
이: 오럴을 하고 있는데 형이 발기가 됐어요.
단: 기분이 어땠어요?
이: 제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게... 가슴이 벅찼어요.
단: 형이 몇 살 때인가요? 본인과는 몇 살 차이인가요?
이: 중학생... 잘 기억 안 나요. 저랑은 네 살 차이예요.
단: 자~ 그 장면을 천장에 올라가서 보세요. 지금도 흥분되나요?
이: 그저 그래요.
단: 아파트 20층 높이로 가세요. 얼마만 하게 보이죠?
이: 손가락 크기...
단: 우주밖으로 나가보세요. 뭐가 보이죠?
이: 안 보여요.
단: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세요. 크기가 어때요?
이: 주먹 만해요.
단: 은행알 만하게 만드세요. 심호흡을 하며 우주의 에너지를 쭈~욱 빨아들이세요. 기분이 어때요?
이: 그저 그래요.
단: 우리 좋아하는 노래 하나 해볼까요? 무슨 노래 좋아해요?
이: 팝페라... 외국 가수가 부르는 노랜데... 갑자기 물으시니까 잘 생각이 안 나요.
단: 좋아요. 그래도 어떤 노랜지는 알죠? 그 노래 생각하면서 우주의 에너지를, 좋은 느낌을 깊이 빨아들이세요.
충분히 채워지면 말씀하세요... 자~ 지구로 돌아갑니다. 지구 안으로 들어갑니다. 뭐가 보이나요?
이: 구름이 보여요.
단: 비행기 높이에서 방안을 내려다 봅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이: 아무 것도 안 보여요.
단: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방안을 봅니다. 느껴지는 게 있나요?
이: 없어요.
단: 방 천장에서 봅니다.
이: 일부러 (그 장면을) 연상하려고 해도 생각이 안 나네요. 웃겨요.
단: 팝페라 음악 들을 때의 행복감을 느껴보세요.
이: (입가에 미소가 번짐)
단: 앞으로는 이 장면이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수호령이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우주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당신을 가득 채울 거예요.
오후 5시.
주어진 실습시간이 끝났다.
우선 급한 대로 친누나, 친형과의 사이에 있었던 '수치스럽고 창피한' 기억을 지우는데는 성공했다.
그 사건들이 지금 현재 그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문제- 동성애와 섹스.게임 중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친누나, 친형과는 또 어떤 카르마로 얽힌 관계인지, 그 안에 어떤 다른 존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것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제 발로 아카데미에 걸어들어온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NLP와 전생, 빙의치료에 관한 책 몇 권을 추천해주며 자신의 아픔과 직면해보기를 당부했다.
그 고통이 주는 의미를 깨닫게 되면 마침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라고... 희망이 있다고...
참 자아를 찾기 위해 아름다운 모험을 시작한 그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첫댓글 그랬었군요. 사람이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내면이라는 세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수시로 느낍니다. 상담에 참여했던 그분도 일상의 소중함과 일반적인 세상의 기준이 편안해진다면 참 좋겠다 싶네요. 계모님, 기록 참 잘 하셨네여. 역쉬.... 전직을 의심케 하는... 오랫만의 마음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오골이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해 주세요.
상담이 얼마나 福 짓는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상담을 통해 참 자아를 찾고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감동스토리를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박사님, 국장님, 그리고 아카데미의 상담자 님님님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아주 꼼꼼하게 기록을 잘 하셨네요.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실습시간에 이런 역사를 만들었군요. 상담을 맡으신 단비님도 수고하셨고 기록을 하느라 수고많으셨네요. 그 내담자도 크게 도움되었기를 기대해봅니다. 알게 모르게 남다른 경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가 많은데, 마땅한 도움받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NLP와 최면공부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를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께서 허락해주신 덕분입니다. 많은 사연들을 만나지만 흔치 않은 사례였어요. 박사님 같은 제자분들이 많이 배출돼서 더 많은 환자들이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박사님, 존경합니다. ^^
계모님 수고하셨어요~^^그날 함께했던 시간이 느껴집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너무 행복하지요... 내게 생명이 공급됨을 느끼는 감사함이 샘물처럼 솟아 오르는 감격도 있구요.... 제게도 좋은 사례가 된 상담이었습니다.....감사^^*
단비님... 참 닮고 싶은 상담자 모델이십니다. 특히 절제된 목소리와 언어의 강약이 환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위엄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짧았던 게 좀 아쉽습니다만, 환자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뵈어요.^^
정말 훌륭한 상담을 해내셨군요...멋진 팀이세요. 상담을 계기로 내담자에게 행복한 삶이 펼쳐지시길 간절히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