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凌霄花]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 옵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이해인-
능소화[凌霄花]
옛날에는 양반집에만 심는 귀한꽃.
임금님눈에 들어 하룻밤을 보낸 후
후궁들의 시기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임금을
기다림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궁녀를 묻은 자리에서 피어난 이꽃
귀를 활짝 열어 님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는 듯
나팔처럼 활짝 피었다는 슬픈 전설의 꽃
구중 궁궐의 꽃 능소화의 슬픈 전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한 둘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 하게 되었는데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이제 능소화가 피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능소화의 이야기를
임금님 대신 주님을 바라보며
묵상하신 이해인 수녀님은
평생 주님 바라기이십니다.
이해인 수녀님
건강하게 오래 오래
우리에게 좋은 시를 많이 많이
남겨주시도록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구중궁궐의 꽃이
형제님 담장에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