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7 달날 날씨: 태풍이 올라와서 비가 많이 온다더니 비는 오지 않고 흐리기만 한다.
모두모여 아침열기-리코더불기-책읽기-글쓰기-자치기-점심-청소-텃밭-마침회
[심심해요. 같이 갈래요.]
아침열기 전에 규태랑 마당 옆 산에서 밤을 주웠습니다. 푸른샘 아이들은 층에서 노나 안 보이고 규태가 얼른 따라옵니다. 잠깐 주웠는데
들고간 바구니가 제법 찼어요. 아침열기 시간에 주운 밤을 까다가 마무리는 최명희 선생이 다 깠네요. 구울 준비가 된 셈이지요.
모두 모여 아침열기를 하는데 승민이가 유하 옷을 잡아당기고 있어 자세히 보니 유하가 들고 있던 은박지 뭉치를 갖고 싶었나 봅니다. 당황했을텐데 동생에게
은박지 뭉치를 주는 유하가 참 고맙습니다. 화가 났을법 한데 이해해주는 마음이 보입니다. 승민이도 유하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송순옥 선생이 유하랑 속내 이야기를 나눠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옷 잡아 당기기가 줄곧 나와서 아침나절 피리 불기와 책 읽기 공부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다행히
책 읽기 마치고 자치기때부터는 함께 놀고 혼자 놀고 편한 흐름입니다. 오늘도 부엌 쪽 쪽마루로 들어가 소금을 먹으려다 제지를 당했어요. 활동보조
교사 없이 지내는 달날, 모둠 선생이 살뜰하게 챙기지 못하는 방목형 수업이라 승민이도 모둠 선생도 흐름을 잡아가는데 조금 걸립니다. 책 읽는 중간에는 줄곧 힘들어해서 잠깐 교실 밖에 나가 송순옥 선생과 있기도 했어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옷을 잡기도 하지만 금세 푸른샘 흐름에 익숙해갑니다. 책읽기 하고
쉴 때는 쪽마루 바닥 깔개에 누워 승민이랑 둘이 장난도 치면서 놀다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승민이가 잘 부르는 까치집을 둘이 부르다가 진도아리랑을
배우는데 즐거운 한때입니다. 둘이 누워 노래를 부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뭐하고 있나 하는 표정으로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가요. 아침나절 공부를 모두 마치고 자치기를 하는데 승민이가 한 몫을 단단히 해줍니다. 첫 단계에서 멈추긴 하지만 셋씩 편을 나눠 노는 재미가 괜찮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몸놀이를 자주 해야지요.
오랜만에 박명랑 영화감독이 와서 6학년 아이들 영화수업을 해주시네요. 점심 때 봤는데 참 반갑습니다. 늘 잊지 않고 아이들 영화수업을 챙겨주십니다. 동엽아버지와 박명랑 감독이 있어 올해 배움잔치 때도 아이들 영화를 볼 수 있겠어요.
청소 시간에 유정이가 승민이 빗자루질하는 걸 돕고 이끄는데 참 잘합니다. 순돌이 청소를 맡은 윤영이와 종민이가 순돌이 산책을 시키러
나갔다가 윤영이가 뛰어와요.
"선생님 순돌이가 산책하다가 똥을 쌌어요. 어떻게 해요?"
"치워야지."
"어떻게요?"
"우리 마당에서 똥 치우는 것처럼 해야지. 여기 삽하고 빗자루 들고 가렴."
윤영이가 씩씩하게 똥을 치워서 학교 마당 쪽 나무 아래 묻습니다. 마당 청소하는 유정이랑 마당에 있는 감을 땄어요. 단감이 아주 맛있게
익어가는데 딸 때가 따로 없어 부지런히 따는데 현서도 와서 돕습니다. 스무 개 넘게 따니 얼추 익은 건 모두 땄습니다. 아이들 새참으로 먹기
좋아 보여요. 고구마도 있고 감자도 있고 밤이랑 감까지 정말 거두는 계절답습니다.
낮공부는 몸놀이인데 이번주 자연속학교를 가서 텃밭을 미리 돌보기로 했어요. 낮은샘 높은샘 나눠서 세 곳을 갈 계획이었는데 세 곳이라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나눠서 가는 제안이 있어 아이들이 잠깐 토론을 벌였어요. 잠깐이지만 뚜렷하게 의견을 발표하는 아이들 힘을
느낍니다. 세 곳으로 나눠 가기로 결정이 나서 1, 2학년은 열리는 어린이집 텃밭으로 가기로 했어요. 쪽파밭 풀을 뽑고 녹두랑 해바라기씨를 딴 뒤 텃밭 옆 공터에서 공놀이를 스스로 편을 짜서 합니다. 1학년 민주는 낮에 아이들이랑 도둑과 경찰
놀이하다가 엄지발가락을 위층에서 다쳤나 본데 기어이 텃밭에 오고 말았어요.
"민주야 발이 아프니까 교실에서 쉬어."
"선생님 혼자 있기 싫어요. 갈래요."
"걸을 때 아프잖아. 송선생님과 같이 있으면 되잖아."
"심심해요. 같이 갈래요."
"아 정말 안 갔으면 좋겠는데. 민주야 자연속학교 가기 전에 아프면 안 되잖아."
"천천히 가고 텃밭 옆에서 앉아있을게요."
민주 고집을 꺾지 못한 선생이 업고 가려고 하니 허리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세게 말할 걸 그랬나 싶은데 이미 민주 결심이 서서
그냥 가고 맙니다. 자꾸 민주 발가락이 떠올라 많이 미안합니다. 다행이 잘 다녀왔는데 발가락을 보니 많이 아프겠다 싶습니다. 부모님이 보면 많이 속상할텐데. 자연속학교 가기에 앞서 아프거나 다치지 말아야
하는데 온 힘을 다해 노는 아이들에게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많이 살펴야지요.
자연속학교 가기에 앞서 이것 저것 살필 게 많습니다. 학교 안팎으로 치우고 돌볼 것도 많아요. 장보고 짐 싸는 일도 부지런히 챙길
일입니다. 부안과 하동으로 길게 가는 자연속학교라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것도 많습니다. 자연속학교때 으뜸으로 살피는 건강과 안전 대책을
먼저로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마음입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잠을 자고 긴 기간 동안 집을 떠날 채비를 하도록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채원이와 수인이는 처음 가는 자연속학교라 걱정도 많고 도움 줘야 할 것도 많아요. 물론 집과 부모님을 떠나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어린이들과
살피고 나눌 것을 챙겨야 하지요. 아이들이 자연속학교에서 쓴 글을 두루 살펴보니 역시 부모와 집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눈에 띕니다.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아이들 삶을 가꾸는 자연 속 기숙학교 장점을 굳게 살리되 아이들 처지와 형편들을 모두 살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도
조화롭게 자연속학교를 가야지요. 아이들 몸 상태가 가장 먼저고 마음과 형편을 고려하는 일정과 계획을 잘 세워야겠습니다. 자연속학교 역사에서
나오는 과제를 다시 살피고 현재 아이들이 꿈꾸는 자연속학교를 채워갈 준비를 해야지요. 늘 부족하지만 귀한 아이들을 선생들 믿고 멀리 떠나보내는
부모님들 마음을 오롯이 받아 안습니다. 자연속학교에서 선생이 부모가 되는 구조이기에 우리 자식들 잘 먹이고 잘 재워서 튼튼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와야지요. 자연속학교 때면 초인이 되어 긴장을 달고 사는 선생들 역시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깊은 성찰로 훌쩍 자라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