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형님이 주신 『수필문학전집』 이야기, 손자에게 이메일로 보내다.
【윤승원 삶의 이야기】
두 질(帙)의 『수필문학전집』에 얽힌 이야기
― 가문의 전통을 이어갈 손자도 읽어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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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형님이 주신 『수필문학전집』 이야기, 손자에게 이메일로 보내다.
【윤승원 추억의 수필】
두 질(帙)의 『수필문학전집』에 얽힌 이야기
― 가문의 전통을 이어갈 손자도 읽어 봤으면....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이른 아침, 카카오스토리 알림음이 울렸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들》(2017.10.26.) 【공유】 글이 떴다. 돌아가신 두 형님을 몹시 그립게 하는 글이었다.
두 형님의 따뜻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내 서재에 꽂혀 있는 두 질의 한국수필문학전집은 두 형님이 주신 각각 다른 전집이다.
30여 년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 다시 펼쳐 봐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운 두 형님의 진한 사랑을 느끼면서 수필문학전집에 얽힌 이야기를 다시 올린다.
※ 사랑하는 손자에게도 이메일로 보낸다. (할아버지는 초등학생 손자와 이메일로 소통한다. 손자는 아직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학습용 태블릿 PC로 할아버지 수필을 읽는다.
- 2024. 10. 26. 필자 윤승원
작가 노트
문장 원칙
윤승원
문단의장(文短意長, 글은 짧고 뜻은 깊어야)
의현사명(義玄詞明, 뜻은 깊어도 말은 쉬워야)
간결, 평이, 정밀, 솔직. --- 尹五榮, 『수필문학입문』
훌륭한 옛 문장가가 남긴 이 네 가지 문장 원칙을 뇌리에 두고 글을 쓴다면 독자에게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써 왔다.
나는 본시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힘든 직업에 종사했다. 주경야독, 독학 위주로 공부했다. 독학이란 어떤 방식의 공부인가. 책방에 자주 가는 일이다.
책방에 가면 닥치는 대로 읽는다. 가슴에 와닿는 한 줄의 문장이라도 눈에 띄면 그 책은 반드시 돈을 주고 사서 읽는다.
건성으로 한 번 읽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밑줄을 그으면서 꼼꼼히 읽고 나중에 다시 읽어본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책 속에서 수많은 스승을 만났다.
사람들은 흔히 ‘책방을 가까이하는 것은 만 명의 스승을 가까이 모시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책을 재미로 읽거나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읽고 덮어 두면 내 것이 안 된다. 직접 써 보고, 고쳐 보고, 성에 안 차면 박박 찢어도 보아야 한다. 다습(多習)의 첫걸음이다.
충남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지도교수가 내주신 과제라면서 매년 인터뷰하러 왔다. 이 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은 2인 1조로 찾아왔다.
▲ 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필자를 찾아와 ‘인터뷰’하고 쓴 리포트
찾아와 준 것이 고마워서 점심은 늘 내가 대접했다.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인터뷰 대상을 하필이면 나를 택했을까.
저명 문사들도 이 지역엔 얼마든지 있는데, 왜 글쓰기와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 나를 찾아왔을까.
대학생들에겐 오히려 그런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의 인터뷰가 지도 교수의 점수(?)를 후하게 얻으리라는 계산을 한 지도 모르겠다.
‘수필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주제넘게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은 두 가지였다.
먼저 좋은 책을 많이 읽어라. 글쓰기 기초 길잡이인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에서부터 윤오영, 피천득, 김태길, 윤모촌, 김진섭, 조지훈, 김용준, 이양하, 박연구 등 수필문학으로 한평생 명성을 떨친 대가들의 작품은 빠짐없이 다 읽어야 한다.
『한국수필문학대전집』(汎潮社, 전 20권)과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을유문화사, 전 12권) 두 질(帙) 정도는 기본으로 읽어야 한다.
▲ 공직 생활 중에 틈만 나면 읽었던 『수필문학대전집』
수필을 쓰려면 이론부터 공부하지 말고 ‘구체적인 체험의 의미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 수필을 남긴 대가들의 글을 탐독해라. 그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필을 섣불리 정의하거나 논하지 말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인상적인 글을 많이 남긴 훌륭한 인품의 문사들, 그분들의 감명 깊은 글을 자주 읽다 보면 수필공부가 저절로 된다는 뜻이었다.
좋은 글을 읽는 것 못지않게 ‘진솔한 체험’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체험이 무르녹지 않고 어찌 좋은 글이 나오는가. 좋은 글은 진실한 체험에서 나온다.
부끄럽지만 진솔한 자기 고백에서 좋은 글이 싹튼다.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인생에 대한 자기 해석, 자기 철학이 들어가야 한다.
‘수필은 재(才)로 쓰는 것이 아니고 정(情)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수필의 대가인 윤오영(尹五榮, 1907~76) 선생이다. 윤오영 수필의 대가가 남긴 말은 어느 한 마디도 건성으로 지나칠 수가 없다.
공직 퇴임 후 지방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사설과 칼럼을 썼다. 이때 몇몇 기자들과 술좌석에서 이런 기초적인 ‘글쓰기 잡설(雜說)’을 주제넘게 언급했더니,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일 년 내내 비상근무가 계속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런 ‘문장 훈련’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가지게 됐느냐?”는 기자다운 질문이 이어졌다.
‘경찰관은 몸으로 뛰는 직업이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이다. 사건 사고 현장의 상황 보고에서부터 이 세상의 크고 작은 특이 견문(見聞)을 글로 써야 한다.
더구나 국가기관 ‘정보관은 직관력과 상황 판단이 뛰어난 보고서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줬더니, 술잔이 여기저기서 연거푸 날아왔다.
그러고 보면 밤낮으로 촌각을 다투며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기자나 정보관이나 공통점이 있다. 활자[문장]의 정교함이 문제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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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늘의 문학》 1994년 봄호
두 질(帙)의 「수필문학전집」
윤승원
▲ 두 형님이 주신 『수필문학전집』
『한국수필문학대전집』(전20권)과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전12권). 나는 요즘 책장에 꽂혀 있는 이 두 전집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한 권씩 빼 보는 것도 기쁨이지만, 읽지 않고 바라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 옴을 느낀다. 이 전집은 멀리 계신 두 형님께서 간직하고 계시던 책인데, 내게 주신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수필문학대전집』 은 교육자인 장형이 나의 첫 수필집이 출간되던 날 - 그날은 마침 선친 기일(忌日)이었다 - 기념으로 주셨다.
▲ 필자의 장형(윤길원 / 교육자, 전 옥천향토전시관장) ※ 초상화 = 서양화가 윤종운
“동생의 문집을 받고 보니, 이 책들은 나보다 동생에게 더 필요할 것 같구나.”
형님은 20권이나 되는 묵직한 책을 권순(卷順)에 맞게 일일이 끈으로 묶어 주셨다.
또 한 질의 전집인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 은 해경(海警)에 몸담고 계신 넷째 형님이 주셨다. 여름휴가 중에 형님댁을 찾아갔는데 이 많은 책을 내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실어 주시면서, 역시 동생의 수필집 발간을 축하해 주었다.
▲ 필자의 넷째 형님(윤지원 / 전 해경 함장) ※사진= H 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형님은 외롭고 힘든 바다 생활을 하면서 이 책을 벗 삼으셨을 것이다. 그런 귀한 책을 내게 선뜻 주시다니… 이렇게 나는 늘 형님들한테 무엇을 받기만 한다. 무엇 한 가지 보답도 못하면서.
사실 그동안 나는 이 두 문학전집을 구하기 위하여 서점에 여러 차례 문의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해 보지 못했다.
전집이 나온 지 적어도 10년이 넘었고( 『한국대표수필문학전집』은 20여 년 가까이 되었다) 요즘은 그런 책이 나와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으니 서점에 비치해 놓을 리 없다.
나의 요청에 의하여 서점 주인은 출판사로 특별 주문을 해 보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뒤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어쨌든, 구해보고 싶었던 책이 수중에 들어왔으니 나에겐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내가 갖고 싶었던 책을 그동안 형님들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출판사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전집을 형님들이 소장하고 계셨다는 사실도 매우 공교로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멀리 계신 두 형님께서 이 책을 동생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갈망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이 책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동생이지만 자신의 손때가 묻은 책을 선뜻 내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별한 사랑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 책의 소유자가 된 나는 형님의 따뜻한 정을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구한말 최익현, 유길준의 글로부터 최근에 빛나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나는 수필의 진수와 향훈을 느낀다.
참다운 인생의 본을 보여주신 수많은 분들의 이 같은 수필을 읽어 보면, 수필은 결코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여기(餘技)의 문학이 아님을 느낀다.
수필의 토양은 현실 부정이 아니라 긍정(肯定)이요, 애착(愛着)이다. 따뜻한 눈으로 대상을 바라다보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보석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삶의 모습을 담은 수많은 분들의 진솔한 글을 읽으면서 진정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해석해 보고, 인생의 거울로 삼고 있다. 귀한 책을 주신 두 분 형님께 좋은 글을 써서 보답하고 싶다. ■ - 《오늘의 문학》 199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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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수필문학회 카페 / 댓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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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황토 화단에서 자주 뵙는 목사님 문자
필자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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