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 충에 가장 특별했던 기억은 중국 유학생 제자를 만난 일입니다.
현재 한국 대학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대학원 법학과의 경우 중국 유학생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한국에는 일반 대학원의 법학 과정과 로스쿨의 법학 과정이 병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많은 법학도들은 로스쿨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또 추가적인 학업이 필요한 경우 로스쿨에 설치된 박사(JSD) 과정을 밟게 됩니다. 반면에 깊은 학문적 연구를 위한 학생들은 일반 대학원 석사 박사(PhD)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일반 대학원 법학과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서울대를 비롯하여 서울의 주요한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대학의 일반 대학원 법학과정은 점점 침체되고 있습니다.
인하대의 경우도 그와 같은 상황이고, 대신 중국 유학생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인하대에 일반 대학원 법학과정에는 11명의 유학생이 있고, 그 중 10명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이미 학위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인하대에서 박사를 하고 중국에서 전임강사가 된 졸업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 이름은 류이더(유의덕: 劉懿德; 刘懿德)라고 하는데, 인하대 정영진 교수님 지도반이었고, 상법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중국에 돌아가 정저우의 하남재경금융학원 법학원의 전임강사로 임용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미처 몰랐는데, 코로나 시기 제 인터넷 수업도 청강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인하대 졸업 중국 유학생으로 한국어 교육 등 다른 전공에서는 중국에 돌아가 교수가 된 예를 알고 있지만, 법학으로 중국에 돌아가 교수가 된 경우는 처음 접한 케이스였습니다.
7월 1일 정영진 교수와 제가 하남사범대와 교류를 위하여 신샹에 가 있었는데, 이 졸업생이 밤에 신샹 저희 숙소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였습니다. 정저우로부터 고속철을 타고 선물도 사 들고 일부러 온 것이었습니다. 정영진 교수는 중국인 제자가 하도 많아서 특별한 일은 아닐 수 있는데, 저로서는 무척 감동적인 일이었습니다. 정영진 교수가 이후 칭다오 행사가 있어 정저우로 돌아가지 않고 산동반도로 가게 되어 아마 바로 찾아 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7월 13일 제가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날 이 졸업생이 다시 제 숙소로 찾아 왔습니다. 유의덕 선생이 근무하는 하남재경금융학원은 정저우의 동쪽에 있고, 내가 있는 하남공업대는 서쪽에 있어 거리가 30킬로 떨어져 있습니다. 정저우는 하남성 수도로서 면적이 매우 넓습니다. 서울의 1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선생이 귀국한다고, 학기말 바쁜 와중에 또 선물을 사들고 부득불 찾아와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자가 거의 없는 저로서는 아주 감동이었습니다. 유의덕 선생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공산당과 일반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남공업대 캠퍼스에 다니면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가로등마다 달린 국가장학금 수상자들을 배너였습니다. 수십명의 장학금 수혜자들의 이름과 이력 그리고 지도교수가 소개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이력에 거의 대부분 공산당원 혹은 공산청년단원이라고 밝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아주 희소하게 그런 당계열 소속을 밝히지 않거나 단지 '군중'이라고 소개한 수상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공산당원-군중의 구분을 공개적으로 밝혀 놓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공산당 계열 연관성이 없이 그냥 '군중'으로 소개한 학생의 용기가 가상하면서도 또 한편 얼마나 쓸쓸할까 하는 개인적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유의덕 선생에게 그 부분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그 자신도 공산당원이고, 공산당원은 어떤 특혜를 받는 특권계층이 아니라 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봉사하는 지위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는 일찍이 중국 공산당체제가 유교 사대부 리더십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유의덕 선생에게 북송대의 사대부 성리학자 범중엄(范仲淹)의 명문이 떠오른다고 하니까, 그는 바로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의 구절을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세상의 걱정에 앞서 걱정하고, 세상의 즐거움 뒤에 즐거워한다'라는 뜻으로 송대 성리학자들의 책임감과 리더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편으로 매우 반갑고 또 기뻤습니다. 제가 기대하던 중국 정통의 공산당원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재 시진핑 중국 공산당 체제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모택동-등소평의 사상, 그리고 중국 전통 사상의 융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쩌면 중국 전통의 현대화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중국의 공산당이 과연 성리학 사대부의 이상인 청렴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득권의 아집과 부패로 떨어질지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한국의 정관계에서도 말은 국민에 대한 봉사를 늘 내세우지만, 실제는 과거 강직하고 헌신적인 선비들에 미치지 못하는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한편 또 한 명의 하남공업대 법학과 출신 인하대 유학생이 방학이 되어 잠깐 중국 현지에 들어와 있었고, 그래서 그 학생도 불러 세 사람이 함께 모일 수 있었습니다. 더욱 뜻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