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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가 열살이 되는 해 류수천 문화혁명은 고조에 올랐다.지원군의 명예에 먹칠한 과거가 있는 순이는 잡귀신으로 등분되여 붙잡혀 나왔다.볼품없이 아무렇게나 뭉청뭉청 가위질당한 머리에 타도하자는 글귀를 내리쓴 커다란 흰 꼬깔모자를 쓰고 잡귀신이라고 쓴 글자위에 벌건 잉크로 가위표를 친 수레마개를 가는 쇠줄에 꿰여 목에 걸고 저녘마다 투쟁받았다.
이튿날 아침이면 퉁퉁 부운 얼굴로 목에 헌신짝을 건채 집집의 변소를 찾아다니며 인분 치기를 하였다. 순이를 동네애들은 메데앞에서 똥푸개 엄마라했고 어른들은 퍼세 (破鞋) (바람둥이)라 했다.
순이가 광식이네 집에 인분 치려 갈적마다 광식이네 부부는 자기네 인분은 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줴기밥 한덩어리라도 헝겊에 싸서 먹으라고 주었다. 애들이 빙 둘러서서 “엘레리 꼴레리 메데는 아빠없는 애래요. 엘레리 꼴레리 메데는 다리 밑에서 주어 왔대요…”할때면 힘센 철구는 애들을 밀치고 들어가 울고 있는 메데를 데리고 함께 메데네 집에가 둘이 놀았다. 철구가 등곱은 아버지와 앉은뱅이 엄마에게서 태여날때 순이는 철구 태줄을 매주었다 이듬해에 메데가 태여났었다.
어랄때부터 가난한데다 부모마저 병신이라고 남들에게 업수임 당하며 자란 철구에게 메데는 둘도 없는 딱친구였다. 둘은 앞뒤 집에서 그렇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날 메데 엄마는 대들보에 첫날 이불안을 찢어 걸고 목을 맸다.
“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팔자, 이꼴저꼴 안 보고 일찌감치 죽는게 나으렸다…”
버둥거리는 엄마 다리를 안고 울부짖는 메데의 고함소리에 철구가 달려와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 순이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었다. 자살소동으로 순이는 생산대 외양간에 갖혔다. 혼자남은 메데를 앞집 광식이네 병신 부부가 거두어 주었다
넘자니 태산이요 갈수록 숭산이지만 순이는 죽고 싶어도 메데 때문에 죽을수 없었다. 죽지 못할바에야 승냥이한테 물린셈 이리한테 뜯긴셈치고 악착같이 살아야만 했다.메데가 열세살 나던 해 순이는 잡귀신에서 풀려나고 3년 인분치기에서 벗어났다. 열여덟살이되여 메데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남들이야 구데기 밑살같은 년에게서 막 생겨난 딸이라했지만 순이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였다.
순이는 메데를 데리고 동네에서 있는듯 없는듯 살아갔다. 순이를 보면 침 뱉고 싶지만 청초하게 피여난 련꽃 같은 메데를 보면 사람들은 저절로 누그러 들었다.
하나 둘 동네 처녀들이 도시로 떠날때 메데는 엄마 말대로 철구에게 시집갔다. 한평생 잔병치례로 비실비실 앓던 철구 부모들은 아들 잔치를 두어달 앞두고 겨꿈내기로 북망산에 가다나니 혼자사는 철구는 아예 메데네 집에와 살게 되였다 철구에게 메데는 목숨 같은 존재였다. 남들이 모두 출국길에 오를때 철구도 가족을 위해 나섰다.돈 벌어다 남들 앞에서 한번 보란듯이 떵떵 큰 소리치며 잘 살고 싶었고 메데란 소리에 억눌리여 사는 안해를 세상에 보란듯이 내세워 보고 싶었다.
그렇게 떠나는 철구를 위해 련화와 순이는 정성을 다해 느티나무에 고사를 지냈고 붉은끈을 맸으나 스므해가 되여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소식조차 없다.순화는 아빠얼굴도 못보고 스므해를 자랐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대를 이어 아빠없이 사는 순이네를 아주 메데네로 불렀다.고중을 졸업한 순화는 한국류학을 떠나기로 했다. 떠나면서 순화는 엄마와 말했다.
“엄마,인젠 아빠를 기다리지 말구 엄마 인생을 사세요. 아빠는 아마도 이 세상 분이 아닐거예요. 이 세상에 살아 계신다해도 엄마를 나무라지 않을거예요.난, 엄마가 이제라도 좋은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외할머니 처럼 살지말구…”
순화는 한국 류학을 떠나면서 아빠 실종신고를 했다. 그리고 반년만에 제마음에 꼭 아빠로 모시고 싶은분이 있다며 엄마에게 맞선보일 남자를 소개해 왔다. 메데는 딸이 주선하는 한국 남자와 재혼 하겠다고 했다. 메데는 이제 한국에 가서 딸을 만나면 20년전 철구가 도착했다던 속초 땅에 제일 먼저 찾아가 볼 예정이다. 그리고 엄마도 모셔다 60년전 남편이 와서 싸웠다는 땅을 밟아 보게 할것이다..
메데는 엄마와 같이 나란이 느티나무 밑에 앉았다. 붉은끈을 꺼내는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엄마는 말했다.
“이리다구 …”
메데는 말없이 붉은끈을 엄마에게 건네주며 저 멀리 산굽이를 돌아가는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붉은 끈을 손에 쥐고 메데 엄마는 한참이나 만지작 거렸다. “후!”바람결에 할미꽃 같은 하얀 머리발이 흩날리며 자글자글 주름진 그녀의 얼굴을 가리웠다.
세월은 그동안 참 많이도 빠르게 변했다. 남편과 사위는 저 기차역에서 울고불고하는 안해들을 세월속에 떠넘기고 갔었는데 외손녀는 혼자서도 비행기를 타고 갔다. 이제 딸까지 떠나면 그녀에게 기다림은 또 시작되는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시작이 인젠 그녀에게 부질없는 일로 될것이다.흘러가는 푸른 두만강을 보며 그녀는 딸에게 말했다.
“련화야,이 끈을 저 두만강에 띄워라!...”
“그건 왜?! 엄마…”
“인젠 한평생 해온 이 짓거리두 때려치울 때가 온것 같다 이 끈에 아무 미련두 없다. 니들은 앞만보구 가거라…”
모녀가 앉은 머리위에서 느티나무는 바람에 잉잉 소리내며 흐느끼듯 서 있다.메데는 붉은끈을 쥐고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두만강을 향했다.메데 엄마는 며칠전 준식의 동생 준호가 산에서 땔나무를 해 싣고 오다가 차가 고장나 느티나무를 의지해 부리워 놓은 나무가리에 고사를 지내려고 갖고왔던 도수 높은 술 한병을 골고루 쏟아 부었다. 그리고 나무에 불을 질렀다.
다난한 세월속에서 순이와 딸에게 이 느티나무는 신앙이였고 희망이였으며 기다림였고 미련이였으며 삶의 전부였다. 붉은끈은 그녀들 몸에 씌워진 삶의 멍에였고 가슴을 죄이는 동아줄이였으며 벗어날수 없는 굴레였다 그녀는 인젠 미련도, 희망도, 기다림도 다 끓어버리고 삶의 전부를 두만강에 띄워 보냈다.
마른 나무가리에 불이 확 당기더니 탁탁 소리나며 불이 붙었다. 뿌지직뿌지직 뜨거운 열기에 느티나무는 실실 소리를 내며 부글거리는 모진 세월의 진액을 바깥으로 내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를이어 류수천 사람들의 소망과 신앙에 받들리여 자란 나무는 마침내 마지막 붉은 끈마저 태우며.회오리 바람에 통채로 치솟는 불덩이가 되였다.
사람들은 불붙는 느티나무를 향해 아연실색하며 경황없이 뛰여 왔다.
“저런 ,이를 어쩌나.다 타네 무슨 천벌을 받자구 느티나무에 불질렀담”
“생고생하며 닷새나 한 나무인데… 어이쿠 내 땔 나무…”
준식의 동생 준호는 발을 동동 굴렀다.
바람을 타고 점점 거세차지는 불길에 놀란 사람들은 뜨거운 열기에 가까이에 다가서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아우성을 쳤다. 사람들의 경황없는 외침소리와 불길을 보고 메데는 기겁하여 “엄마아!!!”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불난강변에 덴소 뛰듯 종주먹을 쥐고 느티나무를 향해 달려왔다. 바람을 등지고 순이는 하얀 머리발을 날리며 세차게 번지는 느티나무의 불길을 회심에 찬 얼굴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숨차게 달려오는 딸과 마주치자 순이는 담담히 말했다
“놀랄것 없다.엄마 살아 있으니깐.
후두둑후두둑 뛰는 가슴을 붙안고 한참이나 말을 못하던 련화는 그제서야 눈물이 글썽하여 입을 열었다.
“엄마! 난 또 엄마가 자, 자살…”
“미친 소리. 내가 왜 그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데…”
“엄마,저, 저,불은?”
“ 내가 질렀다… 내가…인젠 다 끝났다.련화야, 엄마 잘했지?”
“엄마, 불지를 일이 따로 있지. 그게 어떤 느티나문데 불질렀어요?! …”
“글쎄다.우리 어미 딸에게 평생 저 느티나무는 뭐였니!... 뭐였나 말이다…”평생의 한으로 들리는 엄마의 물음에 련화는 그만 울컥하고 목이 메였다 사람들의 아우성소리 속에서 련화와 엄마는 손을 꼭 잡고 점점 세차게 타오르는 느티나무를 처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련화는 “흐윽!”흐느끼며 눈물을 흘리더니 갑삭한 엄마를 꼭 품에 그러 안았다. 느티나무는 이제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존재하지않는 느티나무에 사람들은 더는 존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것이다.
한참만에야 순이는 딸의 품속을 빠져나와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휘적휘적 산을 내리기 시작했다.
시대와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다르게 변하든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은 변함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쩔수 없이 부딛치는 한계에서 인간은 때때로 고뇌와 절망을 다는 털어버리지 못하고 사는가 보다 . 그럴 때면 내 삶의 신앙은 과연 무엇일가?! 산을 내려가던 엄마가 갑자기 휘청했다. 련화는 달려가 엄마를 부축했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산을 내리던 엄마는 나들이나 다녀 오듯이 조용히 말했다.
“련화야,이제 시집 가거든 애기 하나 낳으렴.애비 있는 아이를. 남들에게는 시집가서 아들딸 낳으며 사는 지당한 일이 우리에겐 어째서 그렇게도 힘든 일이니? 누구탓이냐 말이다. 내 잘못인지 네 잘못인지 후유! 세월이나 알겠는지…”
대답이나 하는듯 그녀들의 뒤에서 느티나무는 하늘을 향해 빨간 절규를 터뜨린다… ….
2011년. 발표.
저의 소설 <<빨간 느티나무>>를 끝까지 읽어 주시여 감사합니다.
첫댓글 너무나 잘 엮으셨네요.하늘나리님 수고하셨어요.앞으로 좋은글 많이 기대할께요.코스모스화원에서 머무시는동안 늘 즐거운기분 되세요.
지기님 소설 읽어주시고 댓글 주시여 고맙습니다. 코스모스 화원의 번영을 항상 기원합니다.
시대를 잘못만나 가슴이 저려나는 선량한 한모녀의 고달푼 인생살이를 엮은 글 을 잘보면서 그때 그시절 을 다시돌아보게 뒤였습니다.오늘날 시대와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많은 발전을 가져 왔습니다.앞으로는 이러한 비극이 있지않을것이라고 생각힙니다. 글을 너무나 현실적이고 잘다듬어지고 사람들의 심리도 잘 꿰둟어 실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글을 통해 사람들의 량심을 잘 반성하게 하였습니다.감사합니다.앞으로 많은 글 기대합니다.
옥돌님 긴소설 끝까지 읽어주시고 성의스레 달아준 댓글 참 감사합니다. 시다와 삶의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던지 인간이 원초적인 본능에는 변함이 없지요
인간이 사랑에대한 갈구는 영원한 주제지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일 잘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