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유항의 모친은 성이 박(薄)씨이다.
역사에 이름은 남기지 않아서, 젊었을 때는 모두 박희(薄姬)라고 불렀고,
나이가 들어서는 박태후(薄太后)로 불리웠다.
그녀의 부친은 오(吳)의 사람인데,
진나라말기의 난리때 위왕(魏王)의 종실여자인 위씨와 사이에서 박희를 낳았다.
모친인 위씨도 이름이 없어 젊었을 때는 위희(魏姬)라고 부르고,
나이 들어서는 위온(魏媼)이라고 불렀다.
당시 젊은 여인에게는 성에다 희를, 나이든 여인에게는 성에다 온을 붙여서 불렀다.
나중에 위표(魏豹)가 스스로 위왕을 칭하게 된다.
그 때 위온은 자기의 딸인 박씨를 위표에게 주어 그의 첩으로 삼게 한다.
당시 허(許)씨성의 한 여인이 박희의 관상을 보고는 "놀랍다 놀랍다.
이 상은 고귀한 상이다. 장래 반드시 천자를 낳을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당시 위표는 유방과 서로 결탁하고 있었으며,
항우와 한창 싸우던 중이었다. 허씨여인의
말을 듣고는 매우 기뻐했다.
박희가 천자를 낳는다면 결국 자기가 천자가 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유방을 배반하고 항후와 강화한다.
그러나, 그는 금방 전투에서 패전하여 한신, 조참에게 포로로 잡히게 되고,
할 수 없이 다시 유방에게 항복한다.
나중에 항우가 다시 공격을 개시하자,
유방은 자신의 어사대부인 주가(周苛)와 위표로 하여금 함께 성을 방어하게 지시한다.
이 때 주가는 위표가 여러번 배반하여
그와 함께 성을 지키게 되면 안전을 보장할수 없다고 보고 사람을 보내어 그를 죽여버렸다.
위표가 죽자 그의 처첩들은 전리품이 되어 유방의 후궁에 보내어진다.
박희는 아마도 그다지 예쁘지 못했던지 유방의 후궁이 되지 못하고,
겨우 "직실(織室)"에 보내어진다. 이곳은 베를 짜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한번은 명절이었는데, 유방이 신하들을 가득 이끌고 직실을 순시하게 된다.
그런데, 박희는 거기에서 일하는 궁녀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였고,
그것이 유방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서 박희를 후궁으로 발탁하게 된다.
박희는 당연히 기뻤다.
그러나, 유방의 주변에는 여인들이 너무 많았고,
유방은 박희를 잘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직실 내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는지 몰라도,
다른 후궁들과 비교하자면 그다지 뛰어나지는 못했던 듯하다.
1년이 지나도록 유방은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매우 조급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와 가까이 지내던 두 여인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도 평생을 독수공방했을지도 모른다.
박희를 도와준 두 여인은 관부인(管夫人)과 조자아(趙子兒)였다.
모두 유방의 첩이었다.
박희가 젊었을 때,
관부인, 조자아와 매우 친하게 지냈고, 자매처럼 가까웠다.
그녀들은 진승처럼 맹세를 한 바 있다.
"누가 먼저 부귀하게 되면, 다른 사람도 같이 끌어주자"
나중에 관부인과 조자아는 선후로 유방의 첩이 되었다.
그러나 박희만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유방은 항우의 화살을 맞고 하남군의 성고현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봄날의 어느 날, 그는 성고의 영대에서 술마시고 놀고 있었는데,
관부인과 조자아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서로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들 세명이 맹세한 이야기를 했고 ,
현재 박희만 외롭게 지낸다는 점을 얘기했다.
유방은 정이 많은 자여서 즉석에서 박희를 불러 시침들게 한다.
박희는 유방에게 "대왕, 어제 저녁 첩은 꿈을 꾸었는데,
용 한 마리가 가슴을 감쌌습니다"라고 한다.
유방은 이를 듣고 고개를 들고 가가대소를 했다.
"네가 아느냐. 내가 바로 용이다.
오늘 내가 네 꿈이 이루어지도록 해주겠다"
오래지 않아, 박희는 회임을 하고, 10달이 지난 후 유항을 낳았다.
유항이 8살이 되던해, 대왕으로 책봉된다.
아마도 박희의 인물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던지
이후 유방은 그녀를 거의 찾지 않는다.
그러나, 새옹지마라고
유방이 죽은 후 유방이 총애하던 여인들은 모두 여후에게 죽임을 당한다.
박희는 유방의 총애를 받지 못했었으므로 여후도 질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대국으로 가서 왕태후가 되도록 해준다.
박희는 출신이 미천하고,
부친이 요절했고, 모친은 망국인 위나라출신이어서, 처지는 비참하였다.
형제라고는 박소(薄昭)밖에 없으니 세력을 이룰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공신들도 유항을 황제로 삼으면 외척이 득세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결국 황제에 앉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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