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운동화를 주문해봤더니
나흘 정도가 걸리길래
그렇다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시골집을 살피는 게 낫겠다싶어
서울에 머물기로 한 계획을 틀어서
시골로 갔는데
이 번에는 단 하루만에 통영에서
서울로 배달이 되었습니다.
이틀차에 서둘러 상경해야했습니다.
주문을 할 때에 가격을 보니
같은 양인데도
생굴보다는 냉동굴이 조금 더 비싸더군요.
의아했지만 냉동굴을 시켰는데
괜찮은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녹인 후에는 다시 얼리지 말라고 써놓았길래
구젓ㅡ굴젓ㅡ을 담고 저녁먹을거리는
양념을 약하게 버무려 장만했는데
정말 싱싱하더군요.
이 건 간을 덜해서 그냥 먹기에 좋도록 한 것으로 저녁 한 끼 반찬으로 곁들였습니다.
나머진 모두 조금 세게 소금과 전통간장으로 간을 해서 유리병으로
모셨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
봉화는 5일장이 2,7입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괜히 기분이 들떠서
기웃기웃합니다.
아래 사진을 찍는데 전동의자차 탄 할머니가 후진하다가 제게 쿵하고
부딪힙니다.
속도가 없어서 별 탈은 없었습니다.
"아이고 클날 뻔 했네요."
하시는 할머니한테 너털웃음드렸습니다.
송명섭막걸리, 느린마을,지평생막걸리,
소백산영주막걸리 등
나름대로 괜찮다는 것 다 마셔봤는데
제겐 춘양에서 만드는 태백산생막걸리ㅡ춘양막걸리ㅡ가
제일 좋더군요.
서울장수는 사이다에 옛날막걸리를 탄 맛인데
나쁘진 않으나 전통주의 느낌보단
그야말로 서울깍쟁이의 세련됨이 더 강해
촌놈의 고집이 툭 나서서
우선순위의 꼭대기에 올리지 말랍니다.
느린마을도 첫잔에는 눈이 번쩍 뜨이고
시골에서 접했던 그 맛을 상기시켜주는
포천이동막걸리와 비슷한데 한 통을
넘어가면 쓴맛이 돌더군요.
송명섭막걸리는,
전통 평양냉면과는 완전히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변질된 맹탕 평양냉면같고
맛이 너무 없습니다.
마포의 유명 평양냉면집에 늘어선 줄을
보며 도무지 희한한 사람들의 심리에
새삼 신기했습니다.
맛이 없으면 없는 거지 무슨ㅡㅡ
남들이 좋다하니 이상타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며 마침내 자기뇌를
속이는 데에 성공을 하는 거 같아서
싫습니다.
남들이 줄을 서니까 외로움을 기피하는
인간의 방어기제가 발동한 거겠지요.
지코라는 가수가 평양공연을 갔다와서
방송에서 옥류관냉면먹은 얘기를
하더군요.
평양냉면을 너무 좋아해서
평양행을 앞두고 자기가 먹은 평양냉면맛의 극성을 경험하겠구나 하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전혀 딴판이어서
충격이라고 했습니다.
간이 세더라고.
저는 그 전에 평양근처에 살았다는
탈북자분을 모시고 마포 그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갔다가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이 게 무슨 평양냉면이냐고
소금과 후추 뿌려넣고 맛보더니
결국 젓가락 놓더군요.
역시 그러면 그렇지 맛이 없는 건 없는 거라고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을지면옥의 단골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혹시나 싶어
김일성종합대학 나온 분한테
카톡을 보내서는 마포의 유명 평양냉면집
아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답하기를 한번 가본 적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은 전국의 평양냉면식당을 다녀보고선
부산의 원산면옥을 제일로 쳤고
서울에서는 육수는 을지면옥
면발은 우래옥이 평양냉면과 비슷하다고
평했습니다.
그 후 그 분은 자기가 주제넘게 맛을
고정화했다고 반성은 하셨지만.
어느 날 우연히 서초동 설눈 이라는
진짜배기 평양냉면집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그 분께 소식을 전했더니
이미 거기의 단골이시더군요.
좀 흥분해서 길게 쓴 이유는
부화뇌동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춘양막걸리는
송명섭막걸리와 이동막걸리를 섞어놓은 듯한 맛인데 많이 마셔도 덜 질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취기에 바라본 내성천변의 풍경이
너무 시원했습니다.
고향마을에도 곧 가을걷이가
시작될 겁니다.
제주해송길을 걸어 산아랫마을 고향집으로 들어갑니다.
황토방에도 오랜만에 온기를 채우고
시골저녁의 추위도 떨칠 겸 아궁이에
불을 넣습니다.
너무 뜨거워서 자다가 방을 옮겼습니다.
장작더미를 뒤덮은 담쟁이덩굴과
가지친 나무를 며칠 놔두면 잘 마르겠지요?
저 이파리들이 돌아다니면 골치아픕니다.
다음에는 철 지난 들깨,고추,가지.토마토.
화초 등을 걷어내야 합니다.
담위를 덮은 검불 구기자넝쿨도 정리를 해야하고.
틈봐서 마당에 펼쳐둔 가지들도 땔감으로
잘라야 하고ㅡㅡ
앞밭의 콩대도 꺾어 말려야하고.
일이 자꾸 밀립니다.
점심막걸리에 뺏기는 시간과 정신을
되찾는 게 시급합니다.
첫댓글 한참을 보고 비교하며 외우고~
근데 하나도 기억이 안되니
참 나이 무시하면 안된다는거~~ㅎㅎ
그 게 또 순리라더군요. ㅎ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