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_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 2016.4.20~8. 28 DDP
혜원_미인도(美人圖), 18세기 중엽 ~ 19세기 초, 족자 비단에 채색, 114.2 x 45.7cm, 간송미술관 소장
‘평민의 노동과 휴식부터 문인의 공부와 풍류까지’
선조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이 한자리에 모인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4월 20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_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을 연다. 인물을 주제로 하는 풍속인물화는 그림을 넘어 옛 시대상을 전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등 유명 화가의 작품 80여 점이 출품된다. 이 중 대표작 3편을 ‘지상 갤러리’로 미리 만나 보자.
1. 단오풍정(단오날의 풍속 정경): 신윤복(1758~?), 지본에 채색, 28.2×35.6cm
음력 5월 5일 단오날의 풍경이다. 여인들은 그네를 타거나, 인적이 끊긴 계곡에서 마음을 놓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바위틈에 숨어든 동자승이 기막힌 풍경에 희희낙락거리며 이들을 훔쳐본다. 그네 뛰는 여인의 화려한 의상, 머리 손질하는 여인의 풀어 놓은 다리 머리(땋은 머리), 다홍치마와 노랑 저고리 등 화폭에 생동감이 넘친다.
2. 미인도 : 신윤복(1758~?), 견본에 채색, 114×45.5cm
아리따운 여인의 초상화다. 당시 사회 제도상 여염집 규수는 외간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으니, 초상화의 주인공은 기생으로 짐작된다. 탐스런 얹은 머리, 젖가슴이 드러날 만큼 기장이 짧은 저고리,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치마 등의 차림새에서 여성미가 느껴진다. ‘화가의 가슴속에 만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내 준다’는 제화시(그림 제목과 관련된 시를 지어 적은 글)도 적혀 있다.
3. 야묘도추(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 김득신(1754~1822), 지본에 채색, 22.4×27cm
살구나무에 꽃망울이 움트는 봄날,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잽싸게 낚아채 달아나자 놀란 어미닭이 무섭게 뒤를 쫓는다. 마루 위에서 동동걸음을 치는 아내의 동작과 탕건(벼슬아치가 갓 아래 받쳐 쓰던 관)이 굴러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장죽으로 고양이를 후려치는 남편의 동작이 그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한순간에 벌어진 소동을 정확하게 포착해 그렸다.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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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http://www.koreanart21.com/review/antiques/view?id=5810&page=1
전시명 : 간송문화전 제6부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
장 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2층 디자인박물관
기 간 : 2016.04.20(수)~2016.08.28(일)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아저씨의 얼굴. 복숭아를 들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굴까.
이 인물은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閬苑偸桃)에 그려진 것으로, 서왕모에게서 복숭아를 훔쳐 먹는 동방삭이다. 김홍도는 중국풍의 도석화도 잘 그렸지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도석화에 슬쩍 넣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김홍도 <낭원투도閬苑偸桃-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 지본담채 102.1x49.8cm
<호귀응렵豪貴鷹獵-호탕한 귀인의 매사냥> 지본담채 28.0x34.2cm
여러 풍속화들 속에 있으면 김홍도의 그림이 더 돋보인다. 연풍현감 시절 매사냥을 즐겼다고 하는 그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으로 여겨지고 있다.
간송의 소장품 전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관심과 인기를 많이 끄는 주제가 풍속화이다. 조선 후반 르네상스라 불리는, 영정조~순조 시기에 위대한 풍속인물화가 쏟아져나온다. 관아재 조영석,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윤덕희, 단원 김홍도, 신한평,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 등 사대부 가문의 선비화가에서 화원화가까지 그 시기의 시대 정신과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귀하고도 또 귀한 그림들이다. 안견의 제자 석경(1440~?)부터 춘곡 고희동(1886~1965)까지 500여년에 걸친 풍속화, 고사인물화 도석인물화의 대표작 8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석경(1440~?) <마고채지麻姑採芝-마고 선녀가 지초를 캐다> 견본채색 21.9x19.0cm
김홍도 <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지본담채 117.2x52.0cm
도판과는 달리 실제 그림은 두루마리의 접힌 자국이 강하게 남아 있어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예전 보화각에서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관람 환경이 제공되어 좋다. 전시장에는 마상청앵과 미인도 등의 그림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해석한 이이남의 미디어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고희동(1886-1965) <청계표백淸溪漂白-맑은 시냇가의 빨래> 견본담채 23.0x27.5cm
고희동이 서른 살 때 위창 오세창에게 그려 보낸 그림으로, 서양화의 느낌이 많이 배어 있다.
성북동 보화각을 벗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간송문화전을 시작한지 만으로 2년이 넘었다. 그간의 간송문화전 시리즈는 ‘간송 전형필’, ‘보화각’, ‘진경산수화’, ‘매난국죽’, ‘화훼영모’를 지나 ‘풍속인물화’에 이르렀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DDP의 계약이 3년이라 8부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간송소장품만으로 구성되는 전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신윤복 <연소답청年少踏靑-젊은이들의 봄나들이> 지본담채 28.2x35.6cm
많이 보아도 신윤복의 풍속도는 언제나 눈을 즐겁게 한다. 장안 귀족 자제들의 놀이가 어지간히 극성스러웠나보다. 봄놀이를 가면서 허벅지에 대님 매고 기생이 탄 말고삐 잡은 폼이나, 다른 길로 오는 기생의 초록 장옷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참으로 다이나믹하다.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그린 풍속화와 그 사람들이 소망하는 정신성을 담아낸 도석인물화 둘 다를 다룬 전시이다 보니, 당시의 생활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 화가의 특징, 풍속화와 도석인물화에서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표현 등 다양한 시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인의 일상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술먹고 취한 선비, 절벽에서 달을 쳐다보는 고사... 우리 그림의 고유색이 짙게 배어나는 이 그림들에서 한자문화권 그림에서 특히 우리의 그림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나 특징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감상할 수도 있다. 간송이 소장한 가장 대표적인 그림들이 중심이 되어 있어 특별하고 새로운 맛은 적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명작이라고 할 만한 그림 속 인물과 하나하나 눈맞춰보며 세세히 관찰할 만한 좋은 기회이다.
윤두서 <의암관월倚岩觀月-바위에 기대 달을 보다> 견본수묵 24.0x21.5cm
바위와 고사는 왼쪽 하단에 몰아 놓고 대각선 끝에 홍운탁월(烘雲托月)로 달을 그려 놓았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흐릿한 선염으로 우렸다.
이인문 <목양취소牧羊吹簫-양 치며 단소불다> 지본채색 30.8x41.5cm
저 멀리 소치는 소년은 낚시질에 여념이 없고, 전면 바위에 앉은 소년은 양이 풀을 뜯는 동안 단소를 부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황초평이 15세 모습으로 양을 치고 있었다는 고사를 그린 고사인물도이지만 일상 풍경을 나타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득신 <복양상선-대복과 길상을 상징하는 두 신선> 지본담채 22.5x24.0cm
황초평과 장과로를 한 화면에 그린 신선도. 황초평은 진(晉)대 사람으로 양을 치던 중 금화산 석실로 가서 신선이 된 인물이고, 장과로는 당 현종때의 도사로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신선이다. 흰 당나귀를 거꾸로 타는 모습으로 주로 그려지고, 흰 박쥐가 같이 그려지는 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간 간송미술관에 아침부터 찾아가 줄 서서 몇 번을 보아 왔던 사람이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전시 환경이어서 새로운 눈으로 그림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룽덜룽한 유리나 보기에 편치 않은 작품 디스플레이, 앞뒤옆 사람이 주는 눈치, 웅성거림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작품과 마주 대할 수 있는 조용하고 귀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준다.
신윤복 <미인도> 견본채색 114.0x45.5cm 부분
전시의 마무리는 미인도이다. 작품 보존을 위해서인지 조명이 다소 어둡게 느껴졌다. 가슴께의 마노 노리개는 그래도 고혹적으로 빛난다.
미인도와 아트샵 사이에 곰돌이들이 있다. 학생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좋지만 포토존이 테디베어여야 하는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미술관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별로 달갑지 않을 때가 많다. 관심도 없는 아이들 억지로 데려와서 시끄럽게만 만든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전시만은 학생들에게 특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환경에서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쏙쏙 받아들인다면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런 우리의 미감을 이어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