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기침을 하면서, 지나간 생애의 어둔 골목길을
더듬더듬 걸어갔다.
분명히 근처에 있을 전철역을 찾지 못하고, 미국식 고층 건물들이 위압
적으로 늘어선 강남대로를 무작정 헤매기도 했다.
길을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 몇 명이 못 알아들을 말을
지껄이며, 지나갔을 뿐, 도대체 행인을 만나지 못했다.
하기야 지금까지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는 이들이었다. 아
니면 사투리가 반갑고 음식냄새가 구수해도, 경계해야 할 동포들이었
다. 사람들이 잠들고 돈만 깨어 있는 밤중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불도 켜지 않은 채, 모서리 창가에 앉아, 밤새도록 구시렁거리
는 저 노틀은 누구인가, 어느 집 어르신인가, 늙은 정년퇴직자인가,
한 겁많은 서민인가, 아니면 바로 나 자신인가, 그렇다면, 저 아래 어
둔 골목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 '전철역도 찾지 못'할 만큼 날로 낯설어 가는 서울,
'사람들은 잠들고, 돈만 깨어있는 밤중'인 환락의 불야성,
'밤새도록 구시렁거리는 저 노틀'이나 '저 아래 어둔 골목
길을 헤매고 있는사람'이나 적응력을 상실하고 차츰 이방
인이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겠지요.
첫댓글나무들은 서로 이름을 몰라도 숲을 이루는데 우리 사람이란 홀로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봐요. 이 시를 읽고나니 참으로 황량한 느낌을 받네요. 쓸쓸한 바람이 횡하니 지나가는 느낌 말이지요. 수고 많습니다. 힘떨어지시면 저가 또 몇 편 올리도록 하겟습니다. 늘 감사 감사!!
첫댓글 나무들은 서로 이름을 몰라도 숲을 이루는데 우리 사람이란 홀로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봐요. 이 시를 읽고나니 참으로 황량한 느낌을 받네요. 쓸쓸한 바람이 횡하니 지나가는 느낌 말이지요. 수고 많습니다. 힘떨어지시면 저가 또 몇 편 올리도록 하겟습니다. 늘 감사 감사!!
"--사람들이 잠들고 돈만 깨어있는 밤중에는===" "경계해야 할 동포들"이 반갑지도 않은 세상살이 속에 이방인이라기보다는 아웃사이더로 밀려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