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입부터 바로 가파른 오르막~~야생화 보며 쉬엄 쉬엄
무던히 늦게까지 추위가 산행길을 힘들게 했지만 역시 시간의 흐름은 당할 수 없다. 근교의 산들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겨우내 잎을 떨구고 있던 나무에도 하나둘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진달래 구경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한그루씩 있는 진달래가 오히려 운치를 더한다. 분홍 진달래에 더해 노란색 생강나무 꽃도 산꾼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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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병산마을 회관 앞 삼거리를 지나 해운대CC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석은덤이다. |
진달래나 생강나무의 화려한 꽃보다 더 산꾼들의 발걸음을 봄의 근교산으로 이끄는 것은 키 작은 야생화들이다. 두꺼운 낙엽을 뚫고 올라오는 야생화들은 찾기 어려운데다 산에 따라 보름 안팎의 꽃 피는 시기를 잘 맞춰야 볼 수 있어 때를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부담 없이 야생화 산행을 할 수 있는 기장 석은덤(543m)을 찾았다. 석은덤은 '근교산'에서 처음 소개하는 산은 아니다. 2005년 근교산 456회에서 부산 기장군 정관면 내덕마을을 출발해 함박산과 석은덤을 오른 뒤 장안읍 장안사로 내려서는 코스를 소개했고 지역 산꾼들에도 잘 알려진 산이다.
당시엔 석은덤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억새 군락과 단풍 명소로 소개했지만 봄의 석은덤은 또 다른 정취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병산마을에서 바로 치고 올라가 용소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출발하면서부터 진달래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바로 발아래 살짝 핀 야생화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꺼운 낙엽 사이로 노루귀·노랑제비꽃 등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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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육산인 석은덤 정상은 탁 트인 바위 봉우리다. 뒤로 해운대CC와 멀리 천성산이 보인다. |
석은덤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유래는 불명확하다. 다만 석은덤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정상 부분만 바위 절벽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기장군지에는 예전부터 정관면 병산리에서 바라보는 석은덤을 큰덤산 또는 대둔산(大屯山)으로 불렀다고 나와 있다. 이번 산행은 기장군 정관면 병산마을을 출발해 석은덤 정상까지 가파른 길을 바로 치고 올라간다.
병산마을회관 앞~해운대CC 갈림길·이정표~삼거리~석은덤 정상~철쭉산책로 이정표~억새 군락지~능선~질매재~용소계곡~보호수 팽나무를 지나 용소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한다. 총 산행거리는 10㎞ 정도로 순수한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이지만 휴식과 야생화 감상을 더하면 6시간 정도로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이번 산행은 병산마을이 기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중교통편이 닿는 정관 산막 입구에서 시작한다. 노포동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산막 입구' 정류장에 내린 뒤 길을 건너 '산막마을' 표지석과 '기장 장애인복지관' 표지판을 따라 산막길로 들어선다. 길을 따라 해운대CC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30분 정도 걸으면 병산저수지를 지난다. 오른쪽 위로 석은덤 바위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내 병산1교를 건너 200m 정도 더 올라가면 병산마을회관 앞 삼거리다. 계속 해운대CC 쪽으로 계곡 옆 큰길을 따라 100m가량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다리를 건넌다. 골목길로 들어서 30m쯤 가면 가로등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이다. 10m 앞에서 왼쪽 계단으로 올라선 뒤 다시 왼쪽으로 꺾어 대나무 숲을 지나간다. 10여m 가서 전봇대가 서 있는 곳에서 대나무 숲 사이로 난 왼쪽 길로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 산행길이 시작된다.
■정관 병산마을에서 정상 가는 최단거리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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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골 하산길 끝무렵에 수령 340년 팽나무를 지나면 곧 계곡의 이름이 유래한 용소가 나타난다. |
4~5분 오르면 무덤을 지나 넓은 흙길이 이어진다. 갈색의 숲에 분홍빛 진달래가 점점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른다는 느낌으로 오르면 된다. 20~30m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길이 왼쪽으로 살짝 휘어져 올라간다. 초반에는 길이 좀 희미하지만 30m 정도 오르면 거의 일직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10분 정도 가면 길이 조금 평탄해진다. 왼쪽에 무덤이 하나 보이고, 이내 10시 방향으로 꺾여 올라간 뒤 다시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오른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 좌우로는 진달래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5~6분 오르면 작은 봉우리를 앞두고 갈림길이다. 정면으로 오르는 길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이내 서로 만난다. 두 길의 합류 지점에서 길은 잠시 평탄해지지만 곧 가파른 오르막이다. 차츰 고도를 높이다가 뒤돌아보면 가까이에서 멀리 해운대CC, 덕계 시가지, 천성산 능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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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제비꽃 |
10여 분 더 오르면 경사가 잠시 누그러지는 지점에 무덤이 하나 있고 길은 그 위로 이어진다. 능선 따라 가파른 길이다. 15분가량 오르면 이정표가 서 있고 해운대CC 가는 길이 왼쪽으로 갈라진다. 직진해서 계속 오르면 이내 소나무 숲 사이로 완만한 사면을 가로질러 간다.
100m 정도 가면 평탄해지며 길이 왼쪽으로 꺾인다.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으로 20~30m 간 뒤 오른쪽 사면으로 길이 이어진다. 7~8분 가면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으면 정상 방향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경사가 누그러지고 평탄한 길이다. 오른쪽으로 멀리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편안한 길을 2~3분만 걸으면 불쑥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는 바위 봉우리가 나타난다. 석은덤 정상이다.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해운대CC와 동부산CC가 보이고 그 뒤로 용천산, 덕계 시가지, 천성산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부산 시계길 답사에서 걸었던 능선과 시명산, 불광산, 대운산, 삼각산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를 잡고 있다. 더 오른쪽으로 보면 고리원전과 바다, 달음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질매재서 긴 하산길… 용소골 계류가 심심함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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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노루귀 |
답사로는 정상 오르기 직전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의 삼거리에서 이어진다. 넓은 내리막길을 200m가량 가면 이정표(석은덤 0.2㎞, 철쭉 산책로)가 있다. 여기서 넓은 길을 벗어나 왼쪽 내리막길로 가거나 정면 넓은 길로 계속해서 조금만 내려가면 철망 담장에 길이 막혀 있다. 왼쪽으로 가다가 철망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올라서야 한다. 문을 통과해 능선 따라 넓은 길을 100m 정도 가다가 왼쪽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서야 한다. 여기서부터 100m 정도 억새밭이 펼쳐진다.
억새밭이 끝나는 지점서 2시 방향 소나무 사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20~30m 가면 멋진 반송 두 그루가 있고 길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인다. 50m 정도 가면 다시 넓은 길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꺾어 3~4분 가면 입산통제 표지판 앞에 Y자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로 능선을 따른다.
길은 이내 다시 만난다. 15분 정도 가면 다시 철망 담장이 나타난다. 여기엔 출입문이 없어 우회해야 한다. 담장 앞 삼거리에서 왼쪽 내리막길은 상어령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능선 길로 간다. 이내 정면에 삼각산이 보인다. 10분 정도 내리막길을 가면 질매재다. 정면은 삼각산, 왼쪽은 장안사 방향이다. 용소골 방향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길이 묵은 데다 낙엽이 두껍지만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여기서부터는 내내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몇 차례 계곡을 건너 40분 정도 내려가면 임도에 올라선다. 흙길을 200m 걸으면 콘크리트 포장로로 바뀐다. 여기서부터 날머리인 용소 버스정류장까지는 지루한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용소골 계류를 바라보는 재미가 하산길의 심심함을 달래준다. 25분 정도 내려가면 길가에 수령 340년의 보호수 팽나무가 서 있다.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는 용소를 지나 20분 정도 더 내려가 용소마을을 지나면 다시 수령 300년의 보호수 팽나무가 있다. 3~4분만 더 걸으면 부산-울산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14번 국도의 용소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봄의 야생화 산행 때 도감 갖춰 가면 즐거움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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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 |
봄의 근교산 어딘들 야생화가 만발하지 않을까. 석은덤 산행을 야생화 산행으로 소개했지만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더라도 이맘때면 지역에 따라 특색있는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난다. 석은덤 답사에서는 병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현호색과 꿩의바람꽃 등을 볼 수 있고 산행 중에는 지천으로 핀 노랑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루귀, 양지꽃과 만난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낙엽 사이에 잘 숨어 있는 보춘화를 찾을 수도 있다.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은 산에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익숙하다.
하지만 거듭 산에 다니더라도 야생화 이름을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철 피어날 때 잠깐 관심을 갖지만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나고 관심도 철 따라 바뀐다. 그러다 보면 매번 볼 때마다 기억이 가물하고 이름도 알 듯 말 듯하다. 아는 만큼 애정이 생긴다고 하는데 우리 산과 자연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야생화나 나무도감 한 권 정도는 갖춰두고 산행 중 찍어온 사진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겠다. 요즘은 자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도감류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휴대하기 간편하게 포켓사이즈로 된 것도 많다.
◆ 교통편
- 정관 산막 입구 내려 병산마을까지 도보 이동
이번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산행 들머리인 병산마을로 가려면 도시철도 노포역 앞에서 37번 시내버스를 타고 정관 '산막 입구' 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30~40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병산마을까지는 해운대컨트리클럽 방향으로 30분가량 걸어가야 한다.
날머리인 용소마을 정류장에서는 장안사를 출발해 기장읍으로 들어가는 '기장9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후 시간대엔 3시25분, 4시25분, 5시25분, 6시5분 등에 장안사를 출발한다. 기장읍에서는 해운대나 동래 방면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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