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
아시아 도시문화 연구의 일환으로 해항도시의 혼합문화를 주제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어울림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전시
2023.12.22.(금) ~ 2024.6.16.(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
(화-일)10:00 ~ 18:00
(수,토)10:00 ~ 20:00
※ 매주 월요일 휴관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한 바닷길이 열리면서 해로를 따라간 아시아 주변의 바다는 지구가 아닌 수구(水球)상에서의 세상을 잇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게 되었다. 각지의 상인들이 해상교역로 상에 위치한 국제적 해항도시들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문명의 교류와 문화의 융합이 이루어졌다.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부는 바람은 후추를 포함한 향신료, 비단, 도자기와 같은 다양한 교역품들이 해상 루트를 통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조력하였다. 사람들의 희망을 실은 바램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바닷길에 대한 역사를 끝없이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는 인류문명이 바다 위에서 만들어 낸 한편의 장대한 대서사시와도 같다. 무역품을 따라 사람들도 함께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문명의 교류와 문화의 융합도 이루어졌다. 동‧서양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내에서도 다양한 문화의 만남과 어울림이 이루어졌다. 역사적으로 교역을 위한 많은 도시들이 있었지만 특히 과거 해상무역의 주요 거점이자, 기항지들에서는 자국과 타 지역의 서로 다른 문화요소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융합 문화가 기운차게 번성하였다.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곳들은 잊혀진 해상왕국의 모습을 간직한 유적이자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바바뇨냐(Baba-Nyonya)’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소개하고자 하는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바바뇨냐는 중국에서 이주해 온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의 남성(Baba)과 여성(Nyonya)을 합쳐서 일컫는 말에서 기인한다. 어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바바뇨냐는 기존의 토착문화를 바탕으로 인도‧중국‧유럽 등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혼합문화(Cross-Culture)를 의미한다.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핵심 주제는 ‘아시아의 도시문화’이다. 전시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아시아 해항도시 중 인도의 코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의 취안저우를 선정하였다. 바닷길에서 만난 이들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혼합문화적 특징들을 심미적으로 표현한 융복합 콘텐츠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모습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또 다른 바바뇨냐는 아닌지를 물어보고 있다.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전시를 통하여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어울림의 가치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도시소개 코치, 향료로 빚은 해항고도
인도 서남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코치는 인도양과 접해있는 항구도시이다. 육류의 맛과 보존성을 높이는 향신료의 대표주자인 후추 원산지이기도 한 코치에는 기원전부터 교역을 위한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어 문화의 전파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힌두교는 전통적 관습과 신앙이 결합된 형태로 인도인의 생활양식 자체를 규정한다. 이상적 삶의 방식인 다르마를 표현하는 전통무용극 카타칼리와 거리 곳곳에 자리한 힌두 사원은 모든 곳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인도인의 개방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아시아의 서쪽 끝인 코치에는 동쪽 끝 중국에서 전래된 흔적이 남아 있다. 커다란 그물을 물에 담갔다가 들어올리는 고기잡이 방법인 ‘중국식 어망’이 그것이다. 정작 중국에서도 찾기 힘든 모습이 3,000km의 시공간을 넘어 코치의 대표 볼거리가 되었다. 유럽은 아시아를 향한 항해의 출발지로 코치를 이용하고자 했다. 인도로의 직항로를 발견한 바스쿠 다 가마 이후 포르투갈은 코치의 왕과 협력 관계를 맺고 항구에 요새를 세워 무역요지로 삼았다. 또한 케랄라의 전통 건축 외형에 유럽식 내부 장식을 가미해 만든 마탄체리 궁전을 세웠는데, 이후 진출한 유럽 세력의 변화에 따라 네덜란드 궁전이라고도 불렸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물자를 지닌 코치의 지리조건이 불러일으킨 변화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 프란시스 성당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포르투갈의 진출과 함께 만들어져 한때 바스쿠 다 가마가 묻혀 있었던 이 가톨릭 성당은 네덜란드 시기에 개신교회로, 영국 지배 때에는 성공회당으로 쓰인 과거가 있다.
거센 역사의 흐름 안에서 작은 공동체들도 존재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유대인들은 교역지였던 코치에 정착하였지만, ‘파라데시 시나고그’라는 회당을 세워 그들의 믿음을 지켜나갔다. 인근 스리랑카 현지 여성들과 유럽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버거(Burgher)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예술로 풀어낸 독특한 거리를 조성해 그들의 자취를 남겼다. 오늘날 코치의 모습은 인도의 혼합 향신료인 마살라와 닮아 있다. 마살라는 여러 재료가 쓰인다는 보편적 원칙 외에 정해진 규칙이 없기에 섞는 사람에 따라 수없이 많은 향과 맛을 낸다. 향신료를 매개로 외부 세계에 열린 코치에는 수많은 시간과 함께 쌓여 온 혼합문화의 여운이 남아 있다.
작가소개 <황금빛 여정> Golden Journey
더 자세히 보기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전시 - 현재전시(상세) (ac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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