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주도에 오후 1시쯤 도착하니 화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햇빛이 밝아서 장마철치고는 청쾌한 날씨입니다. 숲쪽으로는 안개가 스멀스멀 배어져있어 우기 특유의 습도높음이 여실하긴 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냈을지, 선생님들은 그만둔다고 하지는 않을지 제주살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만 걱정이 많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작업치료사 선생님은 치매노인 대상 재활작업치료 경험이 많은지라 그야말로 산전 수전 공중전 다 치뤄본터, 확실히 특수한 상황에 대한 탄력대가 아주 높습니다. 사회복지 전공했지만 상대적으로 장애아 특성 파악 기회가 크게 없지만 깔끔한 여자선생님은 아이들 뒷치닥거리에 거의 체력바닥 상태에 가있습니다.
두 녀석의 대소변 가리기는 너무나 큰 숙제라서 이것만 해도 자신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에게 엄청난 부담인데 근이의 계속되는 식판엎어버리기는 연속펀치 수준이었던 듯 합니다. 결국 근이는 다시 기저귀모드로 들어갔고 완이 역시 밤기저귀 필수라는 선생님들의 호소를 안된다고 했더니 매일 계속되는 이불빨래에 선생님의 탈진은 바닥 수준이 되었습니다.
대소변은 어릴 때 집에서 훈련이 꼭 필요하고 완전 자리잡힐 때까지 연속적으로 지켜보고 간섭하지 않으면 이런 모양새로 10살을 넘겨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습니다. 기회는 한정적이고 한정된 기회를 몇번 놓치고 나면 한탄과 고통만이 남는게 우리세계의 현실입니다.
다시 곧 시작될 비를 예상해서 제주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태워 섭지코지 바다로 직행, 간만에 완이의 환장파티를 지켜봅니다. 이렇게 신날 수가 있을까요? 마침 밀물 때라 바다풍경은 마치 준하와이급입니다. 요트에다 바다패러세일링 등 맑디맑은 바다가 파도로 일렁이면서 이국적인 풍경 그 자체가 됩니다. 이게 바로 제주이지요.
근이는 시각적 두려움이 너무 커서 물집착도 심하고 물을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바다와 같이 넓은 곳에는 감히 발조차 디디질 못합니다. 준이도 바다를 못들어 가는걸 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할 생각조차 안 갖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요. 근이의 바다입수 불안이 커지자 이식증 증세가 극에 달하고 땅바닥에 아무거나 마구 입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선 너무나 커져버린 불안부터 다스리면서 바다입수를 시도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근이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필요할 듯 해서 근이에게 자꾸 다가가봅니다. 저녁먹고 나선 산책길, 이거 하나만으로도 근이와 많이 가까와집니다. 잠들기 전에 뽀뽀를 해대고 편하게 잠드는 녀석을 보니 희망이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아직 수국이 힘을 완전히 잃기 전이라 가까운 수산한못 풍경이 근사합니다.
불안해소용으로 시작되었을 이식증은 근이에게는 너무 깊어졌고, 완이도 심하지만 근이가 아무거나 다 입으로 가져가는 반면 완이는 특정대상만 입으로 가져갑니다. 이러다 점점 커지기는 하겠지요. 모두 극단적 촉각적 둔감에서 비롯된 일들이고 두 녀석 모두 이런 단계에 진입하기 전 막아줄 수 있었던 기회들을 안타깝지만 조치받지 못했습니다.
이식증이 문제가 아닙니다. 두 녀석이 가진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문제입니다. 이걸 어떻게 깨느냐가 중요한데요, 완이는 3월부터 저와 생활하면서 많이 깨어나고 있는데 근이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서 마음이 급합니다. 양눈 외사시도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이 모든 것에의 반영을 필요로 하는 조치들이 단기간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침 일찍 근이와 다시 소통해가면서 더 큰 희망들을 보게 됩니다. 우선 살부터 찌워야 되겠습니다. 양치질은 안되나 물뱉기는 잘되는 녀석과 양치질은 잘되나 물뱉기가 안되는 극단의 두 녀석을 놓고 또다른 재밌는 실험적 중재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궁금해지는 제주도 생활 이틀째 이른 아침입니다.
첫댓글 아, 엄청난 일입니다. 제발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