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추파춥스
송 기 영
영원한 달콤함은 없다. 우리 동네 제철소에서는 방학을
맞아 철 추파춥스를 할인 판매한다. 달콤이 달콤인 것은
아달달한 맛과 기분이 한순간 녹아 사라진다는 특성 때문
이다. 순철 제품은 그 맛을 정련했다. 혓바닥이 1538도씨
이상 되지 않는 한, 당신의 사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혀로 굴려 보라. 왕사탕 천 개분의 중량 덕에 입안 가득한
포만감도 느낄 수 있다.
본 제품은 철 함량을 99.9%로 높임으로써 임산부와 골
다공증 환자, 수험생들에게 그만이다. 뼈에는 좋지만 급한
마음에 씹어 먹으면 뼈가 나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
다. 사탕을 다 먹으면 풍선껌도 씹을 수 있다. 벌써부터 녹
여 먹는 것들에 볼이 부푸는 당신. 사탕을 다 녹여 먹은
후에 당신의 사랑도 후, 후 불어 보자. 끈적거리지 않는 달
콤함, 철 추파춥스
혹 달콤함에 서투르다면, 아침저녁으로 한두 개씩 지옥-철
을 권한다. 장마-철은 녹슬기 쉬우니 개봉 후 바로 입에 넣
어야 한다. 삼켰을 경우엔 고물상 주인과 상담하거나 가까운
제철소로 문의 바란다, 대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아달달'녹아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저마다 한 철, 막
대에 꽂힌--
얼굴들은 모두
--송기영시집<<.zip>>/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