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언덕’을 오르며 계성 48회 손 영 복 오늘도 박태준 작곡인 ‘동무 생각’ 가사에 나오는 ‘청라 언덕‘을 오른다. 파란 하늘에는 바람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이 언덕길은 내가 고등학교때 청운의 뜻을 펴기 위해 오르내렸던 추억 어린 길이기도 하고, 또 대구근대예술의 중심지이자, 작곡가 박태준님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기도하다. 나는 ‘동무 생각’을 초등학교 6학년때 배웠다. 내가 다녔던 청천초등학교는 꽃피는 ‘남하리’의 동구 밖에 있었고, 학교앞에는 금호강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강변에 앉아 하얀꽃이 활짝 핀 사과 나무와 마을 뒤에 우뚝 솟은 초례봉 허리를 바라 보면서 ‘동무 생각’을 불렀다. 그 후 계성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청천역에서 대구선 기차를 타고 통학을 했다. 대구역에 내려 걸어서 북성로를 지나 학교에 갔다. 교문에 들어서서 50계단을 오르면, 앞에는 비슬산이요, 뒤에는 팔공산이 둘렀고. 푸른 언덕에 학교는 동산에 우뚝히 솟아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신명학교와 미국인 선교사의 집들은 푸른 담쟁이 덩굴에 둘러 싸여 있었고, 반공에 우뚝 솟은 계성학교의 핸드슨관도 그 위용을 자랑하면서 푸른 담쟁이 덩굴에 둘러 싸여 있었다. 이 곳 아름다운 ‘청라 언덕’동산에서 동요, 가곡, 합창음악의 선구자였고, 계성학교 동문이자 선배인 박태준님이 ‘청라 언덕’길을 산책하면서 우리 겨레의 가슴에 꿈과 용기를 주었던 불멸의 가곡 ‘동무 생각’을 작곡한 것이다. 그는 신명학교가 있는 ‘청라 언덕’동산을 너무나 좋아했고, ‘청라 언덕’의 등굣길에서 만난 여학생을 짝사랑하면서, 그 애틋한 사랑을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으로 불후의 가곡 ‘동무 생각’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나는 그 여학생이 신명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들도 신명학교와 신명이 있는 ‘청라언덕’동산을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남학교인 계성과 여학교인 신명사이에 구름 다리를 놓아 연결하여 서로 만나자고 했다. 구름다리는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두 학교간에는 그것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가슴 설레는 학창 시절의 즐거움이었고 추억이었다. 그 때, 하교 시간이 늦어서 대구역에서 경주로 가는 통학기차를 놓치고 나면 나는 곧장 대봉동에 있는 누님댁에 가서 자고 학교에 갔다. 그 이튼날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종이에 적어 외우면서, 골목길을 걸어 향교와 남문 시장을 지나 옛 동산호텔 옆 골목길에 접어들면 ‘청라 언덕’을 오르는 입구가 나온다. 나는 그 때는 그 언덕길이 ‘청라 언덕’길인 줄도 모르고 그냥 학교 가는 길이니까 걸어갔고, 그저 좋아서 그 길을 걸었던 것이다. 봄이면 언덕길 양편 나무 숲에서는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과 풀벌레 소리가 귓전을 스치면서 지나갔고, 가을이 오면 온 동산이 울긋불긋 물든 단풍들이 맑은 바람 소리와 함께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부터 50년도 더 지난 오늘, ‘동무 생각’을 부르며, 푸른 담쟁이 덩굴인 ’청라 언덕‘을 또 올라 본다. 지하철을 타고 반월당역에 내려 동아 쇼핑을 지나 남산동 네거리에서 골목길을 접어 들면서 ’청라 언덕‘ 골목길에 이른다. 계단 양쪽에 동산의 역사를 말해 주는 각종 안내문들이 전시 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동산에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계성학교와 신명학교가 있고, 3.1운동길,제일 교회, 선교사의 집, 동산 의료원 등이 있으며, 그 주위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 시인 이상화의 고택과 유서 깊은 대구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계산 성당도 있고, 안중근 의사가 강연을 한 가옥도 있다. 마침 어느 고등학교 교사의 인솔하에 남녀 고등학생들이 노래비 앞에 모여 ‘동무 생각’을 부르고 있다. “봄의 교향악이 울러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께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나도 그들과 같이 노래를 불러 본다. 지금까지 내가 부른 노래 중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다.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다. 그래서 시간만 있으면 부른다. 그리고 그 노랫말과 멜로디가 항상 나의 가슴에 고요히 다가 오면서 나에게 한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나는 평소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이……” 하면서 ‘동무 생각’을 흥얼거리며 부르곤 한다. ‘동무 생각’을 부르면 아름답고, 가슴설레는 추억이 한없이 떠 오르지만, 그 중 다음 두 가지는 더욱 더 그렇다. 그 중 한가지는 복사꽃 피는 남하리에서 불렀던 ‘동무 생각’이고, 또 하나는 ‘청라 언덕’을 걸어면서 불렀던 ‘동무 생각’이다. 그래서 나에겐 ‘동무 생각’을 불렀던 꽃피는 ‘남하리’와 푸른담쟁이 덩굴인 ‘청라 언덕’이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지난 나의 진갑연때도 아내, 딸들, 사위들, 손자 손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동무 생각’을 불렀다. 노랫말에 손자 손녀들의 이름을 넣어 불렀더니 손자 손녀들이 무척 좋아했다. ‘동무 생각‘은 참 좋은 노래이면서 항상 나와 같이 함께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담쟁이 덩굴이 우거진 ‘청라 언덕‘길을 걸어면서 다음과 같이 외쳐 본다. 계성아, 신명아, 청라 언덕아, 그리고 이들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동산아! 영원 무궁하여라. 나는 계속해서 ‘동무 생각’을 부르리라. 또 ‘청라 언덕’도 계속 오르리라.
손 영 복 / 48회, 월간 모던 포엠 수필 부문 등단 (2010년), 수필집 「내가 걸어 온 교직의 길」, 전 중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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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주 하는 나그네 원문보기 글쓴이: 정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