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기
귀향여로(歸鄕旅路)
정법인연 수행(正法因緣 修行)의 길을 찾아
무념 김영일
1. 토요철야정진
“수고들 하셨습니다”
“성불하십시오”
6월26일 새벽 4시. 토요일 밤을 가르고 일요일 새벽. 어제 토요철야정진을 하고 막 회향하고 흠뻑 젖은 땀을 훔치고 나누는 덕담이다.
철야정진 참가자는 광륜사 대웅전에 20여 명, 금강선원 선방에 20여 명 정도 된다.
나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철야정진은 이번이 일곱 번째인 것 같다. 토요일마다 별시수행別時修行이다. 지난달 5월 넷째주는 다른 모임 전민동(전북민주동우회)회원들과 금강산 세존봉을 등반하느라 동참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30일 광륜사에 첫 인사를 올린 후 토요일마다 철야정진徹夜精進에 동참한다.
매달 오시는 낯익은 분들과 함께 철야3000배 정진하는게 큰 행복이고 깊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훌륭한 수행자들이다.
2. 병고病苦를 넘어
“영일처사님, 그때 출가를 하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아프지 않았을텐데...“
천태사 대성大成스님 말씀이었다. 작년여름 나는 고향 부안 우반동 굴바위 천태사에서 쉬었다. 작년에 나는 병고에 쓰러졌다. 처음엔 이명현상,설근염으로 병원을 찾다가 현기증으로 이어졌다. 머리도 어지럽고 귀도 울리고 걷기도 힘들었다.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해져서 쉬어야 했다. 업무폭주,민원도 큰요인으로 작용한 것같다. 회사를 못나가고 병가를 냈다. 병가 약 2개월 휴가를 냈다.
친구이며 도반인 고향친구 ‘보월행(保月行:김영신)’의 안내로 중병을 치료하는 기침치료로 유명한 분이라고 소개받았다. 정작 친구도 허리병으로 고생하다가 스님의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고 했다.
스님은 치료와 기도지도를 해주셨다. 나를 전생에 닦았던 수행자로 보시고 정진하지 않은 내 인생의 과보라 보시는 듯했다. 지장보살 정근 기도를 권했다.
친구의 헌신적인 도움은 큰 위로가 되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중에서 불법인연으로 가장 훌륭한 도반으로 공감하는 바가 큰 친구다. 천태사는 반계 유형원 선생이 우거하며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던 우반동 반계초당 옆에 있다. 아직 번듯한 절은 아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코끼리바위상인 굴바위엔 부처님상-동소불, 3불, 약사유리광여래불이 보인다. 수행신심에 따라 보이는 게 각각 다르다. 굴안에는 다자란 태아의 엄마뱃속에 있는 모습의 바위(모태바위)가 있기도 하여 가끔 기도하는 분들이 있는 바위다. 이곳 지명이 우반동 감불이다.
나는 천태사에서 참회기도하며 적정휴식을 취하며 친구의 보살핌과 스님의 원력을 받았다. 스님은 나 스스로 자성불을 일깨워주셨다.
모친의 급작스런 별세로 어머님을 향한 불효와 그리움 그리고 참담함도 작용했던 것 같다. 내 몸은 휘어지고 있었다. 2003년 5월5일 저녁 어느때인지 모를 시각에 돌아가셨다. 정정하신 분이 갑자기 그냥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은 서서히 나에게 깊은 애착으로 다가와 있었다. 막걸리한잔으로 제반사를 주고받았던 모친이 부재한 사실은 너무나 허전하고 큰 무상함을 안겨주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얼마나 업장이 무거우면 1980년에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어 어머님까지 이렇게 가셔야 하는가. 술에 의존하고 술에 쓰러지곤 했던 나날들. 그리고 일터에서 누적된 박탈감과 피해의식, 찢겨진 일들.... 민주노조간부-지부장-이력이 회사에서 지내는데 늘 소외되고 불리하게 작용해왔던 것이다. 오랫동안 피해의식이 쌓여졌다. 2002년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폭 인원 감축에 따른 업무 폭주, 집중민원은 큰 태풍이었고 허약해진 나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동지들 모임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고 흥에 겨워 쓰러지곤 했다.
많은 걸 ‘너’로 돌리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술로 몸을 혹사시킨 것이다. 모든게 나의 업장으로 되새겨 참회하고 있었다. 주범은 바로 탐貪, 진嗔, 치痴, 삼독三毒이었음을 절감했다. 주범은 무명無明이었음을 절감했다.
참제업장십이존불 나무참제업장보승장불 보광왕화염조불 일체향화자재력왕불 백억항하사결정불 진위덕불... 22배를 4회하고 마지막 20회를 하면 108배다.
오전 오후 108배씩 했다. 이어 지장보살 정근을 했다.
6월초에서 7월초까지 한달을 우반동 굴바위 아래 천태사 콘테이너박스법당에서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5월 말에 남원 흥부골부근-복성골 기도굿당에서 4박5일을 쉬고 나온 후다. 그 이전해에 전민동모임의 이병길형님이 쇠진한 기력을 거기서 회복했다고 해서 함께 묵었다. 여러 신장님에게 청수도 올렸다.
마지막날 꿈을 꾸었다.
<칼국수꿈이었다. 칼국수를 사러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잘라진 나머지도 다 주었다. 어머님이 내 옆에 나타났다. 어머니를 부르며 다가가서 만졌으나 홀연히 사라졌다. ...어머니를 부르며 울면서 뒹굴다가 헤매다가 두갈래 길에 섰다. 경찰이 있어 가는 길을 묻고는 가는 길을 알고 꿈이 깼다>
일어나보니 목에 상처가 있었다. 악신과 싸워 이긴 것으로 생각했다. 길을 보인 것은 정법으로 인도하는 제불 보살님의 원력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했다. 놀랍고 신비롭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속인의 기도처에서 정법 수행기도도량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3. 참회기도와 염불정근
- 부안 천태사 대성스님의 치료와 지도
6월1일 굴바위 대성스님을 뵈었다. 친구 영신이와 함께 갔다. 저녁식사하고 스님이 진맥을 하였다. 현기증,이명,혈액순환...
“우선 머리부터 잡읍시다”
전신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보시고 머리에 침을 놓았다.
“그때 스님 하시지 그랬어요”
친구가 옆에서 과거 나의 행장을 얘기하니 답하신다.
밤에 지장보살 기도를 했다. 나와 인연있는 모든 이에게 축원기도를 했다. 나와 연관된 영가 천도기도도 했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다음날 새벽 꿈에 마군이 퇴각하는 꿈을 꾸었다.
대성스님은 나의 몸을 보시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가슴, 단전, 심장,...너무 깊게 막혀있다고 했다. 영가들의 영향이라고 했다.
“업장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어지는 거요”
“해탈하지 않으면, 천도하지 않으면 영가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요”
“치료받으러 내려와.”
............
친구 영신이 전화다.
“스님이 그러시는데, 영일이 너 나을 수 있대. 치료할 수 있대”
“넌 전생에 스님이래”
“전에 굿도 해서 악화되었대”
그 전해에 나는 무속인 동창-고대화의 안내로 먼저 세상을 떠난(무안땅 어느곳) 내 동생의 영혼을 풀어주고 싶어서 늘 마음에 걸리던 천도재를 북한산 아래 굿당에서 하루 철야 기도를 한적이 있다. 그러나 묘하게도 어머님이 갑자기 별세하시게 되었다. 어머님이 나 대신 먼저 가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쓰러진 나의 몸과 마음이 이제 회복될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에 가서 병가진단서 1개월을 끊었다. 그 이후에도 호전 없으면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변성완선생의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붓과 화선지를 챙겨 부안으로 다시 친구집으로 내려왔다.
앞으로 난 바로 살고 싶었다. 본원이 생겼다.
- 수행자의 길을 갈 것이고
- 힘이 닿으면 절을 지을 것이고
- 광도중생하리라
친구집 보안면 월천리에서 천태사로 왕래하였다. 친구는 나의 가장 가까운 지원자였다.
대성스님의 기침치료를 받았다. 췌장혈, 중완옆,기해,단전..시침시 통증은 대단했다. 머리에도 귀에도 침을 맞았다. 매일 받았다. 스님은 특별히 나에게 원력을 주셨다.
목탁을 치면서 지장보살정근을 했다. 주위 보살들이 내 목청이 좋아졌다고 했다. 기력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주위분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영일 처사님 처음 내려올 때보다 참 좋아졌어요”
대성스님으로부터 ‘와단전호흡臥丹田呼吸법’을 지도받고는 짬짬이 심호흡을 하곤 했다.
이렇듯 자생력을 키웠다. 스님을 믿고 지도에 따랐다.
스님은 56일 단식기도를 마치고 약사유리광여래부처님의 원력을 받은 분이다.
대성스님은 일반인들뿐만아니라 수행하다가 몸이 편찮아서 오신 스님들도 치료해주신다.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기침치료의 대가로 인정받는 분이라고 친구 영신이가 알려주었다.
6월11일. 관음재일. 스님이 정한 날을 잡아 천도재薦度齋를 올렸다.
천도재를 지낸후 11일 지난 6.22일 새벽에 어머니 꿈을 꾸었다.
어머니의 밝은 모습, 평안한 모습으로 얘기를 나누었다.
스님께 꿈 얘기를 전했다.
“처사님 기도에 응답했어요. 어머님 무슨 옷을 입었던가요?”
“환한 옷. 밝은 옷을 입었어요”
“영일처사님, 불교서적 어떤 책을 보았나요?”
“청허휴정선사의 선가귀감, 선의 황금시대, 경허, 만공, 전강, 탄허, 청화. 해안, 구산, 성철, 틱낫한...등 선사의 법어집, 선사들의 오도송등 보았습니다. 한문 오도송을 음미하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요.. 육조단경, 보조국사 지눌대사의 수심결, 원효대사 대승기신론을 읽어보세요. 스님들이 육조단경을 보고 출가하신분들이 많아요....그리고 책을 보다 수행하다 보면 나중에 책이 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영일처사님,
선악이 있는거요?“
“............”
스님은 내몸이 아픈 영향에는 선악시비분별이 작용했다고 보시는 것 같았다. 정의,개혁,민주의 화두에 따른 강한 물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선악이 따로 없습니다. 악이 없으면 세상 종말입니다. 선악을 잘 운용해야 합니다. 선악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처사님은 차분하고 좋은 성품입니다. 그러나 보살들을 잘 다룰줄 알아야 합니다”
천태사에서 한달여를 지내고 바라보는 7월의 산야의 모습은 한달전보다 선명했다. 조금 맑아진듯하다. 들판을 보면서도 눈물겨웠다. 그저 고마운 마음이 일어났다. 좌절에서 재활의 기간이었다. 온누리가 환히 보인다. 맑고 청정하게 보였다.
心靜安而心眼明
마음 편안하니 마음의 눈도 맑아져
山河大地廓然淸
산하대지 더욱 또렷해졌네
何負累業我身苦
오랜세월 업장 그 얼마나 짓눌러 왔던고
病亦藥無本來淨
병도 약도 본래 없나니
본래 병이 어디에 있었던가? 누구나 청정한 법신인 바에야 어디 병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단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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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병도약도본래없나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