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 언제인가?
어느 한 순간이 그대의 눈앞에 어른거렸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복 받은 사람이다. 지나간 인생 어느 한 편에 자신 있게 떠올릴 수 있는 전성기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
만약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래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놀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좋은 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의 마음으로 인생에 한 번은 반드시 찾아올 최고의 순간을 기다려라. 당신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여러분이 부럽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 나는 거짓말쟁이였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어린 투사. 정의롭고 깨어 있는 연설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말 하나는 청산유수. 어떤 타이밍에 무슨 말을 해야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오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무대에 서서 독재자를 규탄하는 어린 내 모습은 마치 병사와 같았다.
나는 빅브라더를 타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소년병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학교를 뛰쳐나온 자신을 멋지게 포장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태어난 세상은 <1984> 속 오세아니아가 아니었다. 나는 비열한 군대의 나팔수. 위선의 길잡이이자 한 명의 선동가였을 뿐이었다. 대중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 내가 사는 곳은 <멋진 신세계>였다.
나는 이제야 부끄러운 고백을 해보려 한다. 나의 뒤늦은 고백은 역사라는 판사님에게 감형받기 위한 5장짜리 반성문이요. 아직도 거리에서 선동을 일삼으며 시민들로부터 광장을 빼앗고 있는 소년병들을 향한 경고이다. 나의 고백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은 진실로 허구임을 밝혀 둔다.
내 삶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 나는 광장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