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는 이탈리아 곳곳의 질 좋은 와인, 맛있는 요리들이 한가득 등장하지만 정작 어느 동네 어느 식당이 맛집이고, 이 와인은 왜 명품이며, 이 집 음식은 왜 훌륭한가에 대한 자잘한 ‘정보소비’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좋은 식당, 고급 호텔을 잘도 찾아가지만, 바롤로 와인이 어떻느니, 이 집 파스타가 어떠니 저떠니 하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하긴 유명한 맛집만 빼곡히 메모해 찾아 다니거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만 돌아다니며 ‘별을 수집하는’ 식의 여행은 적어도 영국식은 아니다. 게다가 음식으로 힐링을 하니 마니하는 류의 판타지를 드러내 놓고 수긍할 영국인은 이 세상에 없다. 그건 미국인들의 몫이거나, 혹은 교양 있는 영국인들에게는 그저 ‘천박한 행위’일 뿐이다.
영화 속 두 남자는 여행 내내 질척이는 현실과 씁쓸한 삶의 진리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지중해의 아득한 풍광과 토스카나의 대지가 주는 황홀한 풍경 사이로 중년배우들의 자괴감과 불안감, 가족과의 소통불능에서 오는 소외감 등이 오버랩된다. 여행의 와중에 찰나의 로맨스를 꿈꾸기도 하고, 다시금 젊음을 되찾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잠시나마 환상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여행이란 삶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여행이 인생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주리라는 기대는 그저 헛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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