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향리단길은 다양한 문화예술 뿐 아니라
이국적 정취를 품고 있기도 하다.
일색이 짙은 건물들이 즐비해 애국지사라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일색이 짙은 건물들을 독특한 형식으로 잘 보존시켜 놓기도 했다.
향리단 길의 끝에는 청주 향교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무척 운치있다.
청주 향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방의 교육기관 역할을 해온 곳이다.
조선 태조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444년 세종 26년에 왕이 직접 행차해 서책을 하사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으며
갑오개혁 때 근대교육제도의 시행에 따라 공적교육기능이 폐지되고 봄, 가을로 제향 행사만이 유지되고 있다.
청주향교를 돌아돌아 들어가면 '숲속 갤러리'라는 곳도 발견하게 된다.
숲속 갤러리는 충북 문화관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곳이다.
2층으로 이뤄진 숲속 갤러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름다운 숲 속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 속에서 예술작품을 관람하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다.
직접 방문한 날도 지역작가들 또는 전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엿볼 수 있었는데
내부가 깔끔하고 동선도 단촐하지 않아 관람하는 운치가 느껴져서 좋았다.
가벽의 청결도 등도 전문 전시를 하기에도 충분히 좋을만한 상태.
또한 코로나로 인해 관람객이 적다보니 쾌적함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일본 예술에 영향을 받은 듯한 사진 작품도 관람할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아라키 노부요시'가 생각나는 사진이다.
숲속 갤러리라는 이름답게 아름다운 정원을 거니는 산책도 즐겁다.
정원 또한 일본 느낌이 많이 났는데, 특히 향나무가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 1939년에 건립된 충북도지사 관사가 71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민선 5기에 들어
도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그 전에 일식 건물과 정원 형태를 그대로 보존했기에
일본 문화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무리는 아니었다.
가끔씩 이 곳에서 야외 공연도 펼쳐진다고. 벤치 색감이 참 예쁘다.
산책을 하고 있으니, "후두둑"하고 비가 떨어진다.
함께 간 딸이 "저 언니 비 맞는다"며 우산을 씌워주러 간다.
그 모습이 흐뭇해서 찰칵.
자연과 예술이 깃든 곳에서 산책을 하다보면 참 다양하고 따뜻한 풍경을 우연히도 만나게 된다.
이 곳이 바로 1939년에 만들어진 관사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무척 고팠던 터라,
건물만 봐도 일본에 온 느낌이 나니까 괜히 기분이 좋다.
이 건물은 앞서 설명했듯, 1937년에 충북 도청 본관이 건립됨에 따라, 인접 지역에 지어진 도지사 관사다.
중복도를 기준으로 건물 전면은 양식으로, 후면은 일식으로 구성된 독특한 공간이다.
이 곳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제 제353호로 지정된 곳이며
충북문화관은 역사와 건축적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다양성'을 품은 공간인 것.
내부에는 충북의 대표 문인 12인들의 초상화가 한글로 그려져 있다.
한글로 그려진 방식이 독특하고 재밌다.
내부에는 디지털로 볼 수 있는 충북의 문화 예술의 발전상과
문화재 등을 관람할 수 있어 아이들도 무척 흥미로워 했다.
내부는 약 100년된 건물답지 않게 깔끔하고 깨끗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충북 대표 문인들의 직접 편찬한 서적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2007년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고 이 후, 2012년도에 리모델링을 거쳐 개관한 이 곳은
과거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점이 이채롭다.
비단 전시뿐 아니라 연혁이나 어떻게 리모델링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증까지
자료로 전시해놓고 있어 건축과 역사를 좋아하는 시민들에겐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곳이 아닌가 생각됐다.
가장 재밌었던 공간.
전시된 벽면 사이로 100년 전 건물의 양식이 그대로 노출되어 볼 수 있도록 해 둔 지점인데
정말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말을 이 프레임 한 컷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내부 전시와 인테리어를 기획한 기획자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지는 지점이랄까.
짜잔! 드디어 이 곳의 하일라이트 공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일본의 내부 공간 양식인 다다미방을 책 읽는 곳으로 연출해
마치 과거 일본 에도시대로 온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해준다.
아이 사진을 찍으면 나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구도도 연출 가능하다.
다음에는 꼭 한복을 입고와서 찍어야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외부 접견실과 주 생활 공간을 구분해 접객 공간의 외부에는 서양식 창호가 설치되었고
생활 공간에는 다다미, 미닫이 창호가 설치됐다.
지붕은 각각 처마 높이가 다른 모임지붕 형태로 되어 있다.
이 곳이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슬픈 역사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지만 이런 역사적 흔적을 콘크리트로 덮지 않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한
충북문화재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진다.
인상적인 여성 단체장들의 관사 방문 사진.
1966년 5월 5일에 촬영됐다.
신여성들의 파워와 부드러움이 고스란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 곳의 가장 독특한 지점.
고개를 들어 지붕을 쳐다보면
지붕은 '과거 그대로 보존' 했다는 것이다.
1939년에 이 곳을 만들때 지붕에 놓아둔 '대들보'와 '석가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량문'이 보이는데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과 그 역사를 적어둔 판이다.
지금 세대에는 무척 생소하지만
'집'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상량문을 통해
과거 사람들이 집을 그저 단순한 주거공간으로만 생각하진 않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왠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나오는 길의 정원 한 구석에 붙어있던
'고양이 전용 길'이라 씌여진 팻말에서 관리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졌던 곳.
이 가을이 가기 전, 다양한 매력을 겸비한 충북 문화관을 방문해
이국적 정취, 그리고 예술과 함께 따뜻함까지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