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이야~" 물결치는 해바라기 10만 송이의 풍경
발간일 2021.08.23 (월) 16:18
강화 교동 난정리 주민들이 피워 올린 '노란 희망'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저절로 기분 좋아지는 일이 아닌가. 인천 강화도가 품은 섬 교동도에 가면 10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반긴다. 지금 강화도 북서부의 교동섬 난정리 마을엔 널따란 저수지를 앞에 두고 노란 해바라기 정원이 펼쳐져 있다.
지난 5월에는 바로 그 땅에 마을 주민들이 심었던 푸릇푸릇한 청보리밭이 봄날의 청량함을 뿜어냈었다. 이제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해바라기가 가득하다.
▲ 강화 교동 난정리는 지금 초가을 햇살을 머금은 10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노란 희망의 바다로 출렁이고 있다. 난정리 해바라기 밭 전경.
강화 교동 난정리마을에 약 3만3000㎡ 부지에 해바라기 정원이 조성된 것은 2017년이었다. 난정리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저수지 옆 공터에 시범적으로 해바라기를 심은것이 잘 자라주었다. 만발한 해바라기는 청정의 자연 속에 둘러싸인 교동도 난정리의 깨끗한 공기와 해풍과 난정리 사람들의 수고로움 덕분이다.
이제는 해바라기와 청보리의 풍경이 해마다 이어진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위안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을사람들에게는 기쁨이다. 물론 그 사이 태풍이 덮쳐 와서 실의에 빠진 적도 있었고, 마을 주민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꽃과 보리를 심느라 고생도 많았다. 그럼에도 최북단 고요한 섬의 작은 정원에 담겨 있는 순수함을 전하고자 해마다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은다.
▲ 난정리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피워 올린 해바라기의 노란 희망이 태양 아래 절정이다.
"우리 마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기쁨도 있지만 어려움이 많죠. 아무래도 재정적인 부분들입니다. 시의 지원 없이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랍니다. 때마다 초반의 시설 작업비 만해도 만만치 않아요. 그뿐 아니라 주민들이 초반 작업할 때 5~6회씩 나와서 돕고, 심을 때도 3일씩 걸리지만 인건비를 못드렸어요. 대부분 어르신들로 많은 봉사를 하십니다. 보리나 해바라기씨의 매출요? 이곳의 작업비나 관리비로는 어림도 없죠. "
마을 정원 입구에서 여행자들을 맞는 주민이 말하면서 크게 웃는다. 그리고는 자부심에 찬 한 마디를 덧붙인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봄과 가을에 꽃이나 청보리를 보러 자연 속으로 찾아갈 만한 장소로 이만한 데가 있나요? 일 년에 두 번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알곡이 여물어 가는 교동섬의 드넓은 들판은 지금 가을을 기다리는 중이다.
난정리 마을 주민의 말처럼 이젠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권에서 해바라기를 보러 차츰 난정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교동섬에서 사람들이 주로 찾던 곳은 대룡시장 주변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난정리 마을 정원의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으로 찾아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룡마을에서 난정리를 향해 교동섬의 들판을 막힘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덧 가을이 오고있음을 느낀다. 드넓고 푸르른 강화 들판이 주는 풍성함으로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다. 세상 평화로움에 잠깐 멈춰서 한참씩 바라보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 난정 저수지를 옆에 두고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는 다소곳한 해바라기의 뒤태도 멋지다.
교동 난정리 해바라기 정원은 평온했다. 두 세 커플의 연인들이 행복하게 사진을 찍고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 해바라기 물결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해발 126m의 나지막한 수정산으로 둘러싸인 배경이 아늑하다. 해바라기가 활짝 핀 저편으로는 난정 저수지의 물빛이 함께 하고 있어서 멋스러운 풍경을 더한다.
바라만 보아도 감성 충만이다. 그런데 다가가 보면 공사 중이다. 현재 저수지의 수질 개선 작업으로 해바라기 정원과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운치 있던 수변가 산책길 가까이에는 가지 못한다. 저수지의 둑 너머로 나란히 있는 바다는 북한과의 경계선으로 저 멀리 아스라이 북녘이 보이기도 한다.
▲ 난정리 마을 주민들의 수고 덕분에 봄가을로 청보리와 해바라기의 풍경 속에서 시민들은 휴식을 얻고 힐링을 한다.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던 폭염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런데도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의 표정은 변함없이 늘 환하다. 한 여름의 무자비한 무더위와 세상을 뒤덮은 바이러스가 맥을 못 추게 할지라도 교동섬의 마을 주민들이 피워 올린 노란 희망이 여기 있다. 활짝 웃는 해바라기 속에 파묻혀 잠시 지친 일상을 잊어보는 시간은 여유롭다.
▲ 저수지 옆 공터를 해바라기와 청보리의 물결로 가꾸어낸 마을 주민들의 수고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난정리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수 있도록 포토존을 꾸몄다.
해바라기 정원 입구의 천막 아래에서는 여전히 마을 어르신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분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를 보며 마을 정원에 뿌리내린 꽃처럼 어르신들 마음속에도 향기롭고 따뜻한 꽃을 피워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올해는 시기적으로 이전보다 해바라기를 일찍 심었다고 한다. 7월 말에 파종했는데 45일이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고. 그래서 앞으로 8월 말에서 9월 초순까지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마을 주민은 예상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내년 봄에 피어날 청보리 작업을 부지런히 계획하고 있었다.
"9월 초면 꽃이 지고 해바라기 씨앗을 조금 더 여물도록 익혀서 수확을 합니다. 곧 이어서 청보리 파종이 기다립니다. 11월에 씨를 뿌려서 싹이 난 상태에서 겨울을 나야 이듬해 봄에 피워내는 청보리의 물결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난정리 해바라기 마을을 떠나면서 지나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 그중에 드라이브 삼아 쉽게 거쳐 가는 곳의 볼거리 두 군데를 소개한다.
■ 죽산 포구의 바다내음
난정리 해바라기 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죽산 포구. 자그마한포구지만 출항 하거나 입항하는 고깃배를 따라 갈매기떼가 나는 바다 풍경이 눈앞에 있다. 선착장으로 가면 바다에서 막 잡힌 해파리를 손질하는 주민들, 갓 잡아 올려 파닥이는 생새우는 추젓이 될 것이라고 어민이 말해준다. 군데군데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의 유유자적함도 그림 같다.
▲ 난정리 해바라기 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죽산 포구. 자그마한포구지만 출항 하거나 입항하는 고깃배를 따라 갈매기떼가 나는 바다 풍경이 눈앞에 있다. 포구의 갯내음 속에 잠깐 쉬어갈 만한 죽산 포구는 어민들의 삶의 현장이다.
■ 연잎에 뒤덮힌 고구저수지
교동도를 오고가는 길에 위치해 잠깐 멈추어 쉬어갈 만하다. 강태공들의 성지다. ‘낚멍’ 중인 낚시꾼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연못 위에 자리 잡은 정자까지 수상 데크를 거닐며 광활한 연못에 피어난 연꽃의 자태를 볼 수 있다. 정자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멀리 북녘도 조망할 수 있다. 산책하기 좋은 수변공원이다.
▲ 낚시는 물론이고 도로변에 위치한 덕분에 달리던 자동차에서 내려 잠깐씩 연밭의 풍경 속에서 쉬었다가 가기도 하는 고구저수지.
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