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을 걷다/50코스~47코스) 2021.10.21-23)
올해도 어김없이 해파랑길 걷기행사는 시작되었다. 통산 일곱번째이다.매년 1박2일 코스를 올해는 처음으로 2박3일로 바꾸었다. 2015년에 시작하여 2017년 한해는 사정으로 빠졌지만, 대신 2020년에는 봄,가을 두번의 행사를 가졌다. 특히 금년의 해파랑길 걷기는 처음으로 2박3일의 4개코스로 긴여정인데, 거꾸로 맨 북쪽 50코스로 부터 내려오기로 했다.가장 북쪽의 50번째 코스는 통일전망대를 가는 코스로 제진 검문소 부터는 걸어서 갈수가 없고 자동차로만 갈 수 있는 특별한 코스이다. 그래서 사전 차량관계, 걷기 시작점 등 준비와 시간계획이 필요했다.
일행은 동서울 터미날에서 9시30분발 대진행 시외버스를 동승했다.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 설레는 여행의 시작의 기쁨을 나누었다. 터미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논의한 결과 택시 두대를 대절하여 통일전망대를 구경하고 나오면서 제진 검문소부터 걸어서 걷기행사를 시작하기로 했다.택시 대절료는 대당 6만원, 두대로 나누어 3명씩 동승했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필요서류와 입장료금을 지불하고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예전에 다니던 셔틀버스제는 없어졌다고 한다. 자가용이 아니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북쪽땅을 보면서 참으로 가까이에 북한이 있구나, 느낌이 새롭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택시를 타고 통일전망대를 기점으로 남행하여 제진검문소를 지나, 명파리의 구도로에서 하차하였다. 여기서 부터 걷기행사가 시작된다. 구도로는 언덕길인 해파랑길과는 달리 비교적 걷기가 편한 길이었다. 명파리는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소문난 명소다. 최북단 해수욕장도 있고 명파초등학교 역시 가장 북쪽의 학교이다. 학생수가 줄어 이제는 대진초등학교 명파분교로 바뀌었단다. 교정에 들어가 학교 교사전경도 찍고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학교 선전 간판도 구경했다. 명파리에는 민박집이 줄지어 있다. 아마도 여름철 명파리 해수욕 오는 손님들이 많은가 보다.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이라는 간판에 도착했다. 이 지점이 해파랑길 50코스 걷기 종점인 명파 해변가에서 출발하여 4km인 지점이다. 고바위가 있는 계단길인데 우리는 택시기사의 조언에 따라 평탄한 구도로를 이용했다. 마찬진이 불과 100m- KBS 인간극장 일심이네집 간판이 길가에 서 있다. 오징어를 햇볕과 바람에 말리고 있는데 만원에 10마리란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헐값이다. 오징어가 풍년이라더니~길가에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우리를 반긴다. 아까 택시로 통일전망대 가기 위해 신고서를 써냈던 통일공원에 도착했다. 전에는 이곳에서 안보교육 영상물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코로나로 이 마저도 생략한다고 한다. 화진포까지 5km가 남았다. 화진포에는 우리의 숙소인 화진포(군인)콘도가 있다. 한시간이면 오늘의 걷기는 끝난다고 생각하니 힘이 쏫는다. 많이 듣던 금강산콘도가 길가에 우뚝 서있다. 외벽이 너무 낡아 채색이라도 좀 했으면 싶다.
금강산 콘도를 끼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멀리 대진 등대가 보인다. 자전거 도로가 해파랑길 표시와 같이 한다. 대진항 수산시장 앞에서 저녁을 어디서 먹을 것인가 의논하였다. 횟집에서는 서로 자기 집으로 오라고 야단들이다. 결국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소개된 "쌍둥이네 식당"으로 결정하고 전화를 하니 반찬이 떨어져 예약이 안된단다. 그래도 한번 가보자며 찾아가니 주인 할머니가 이렇게 직접 찾아왔으니 정성껏 대접하겠단다. 권하는 대로 모듬생선구이와 곰치국을 주문하였다. 알고보니 곰치국 전문식당이다. 과연 여태껏 먹어본 곰치국 중에서 시원한 맛이 으뜸이다. 맛나게 포식을 하고 해변가 길따라 화진포에 도착했다. 방 2개에 남자와 여자 나누어 입소했다. 좀 까다롭고 궁금했던 오늘 코스를 마치니 내일부터는 그냥 남행 하기만 하니 마음이 편했다. 신나는내일을 꿈꾸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한 땅
명파초등학교(대진초등학교 명파분교) 명파리에는 민박집이 줄지어 있다 명파해변에서 이곳까지 4km
금강산 코도를 끼고 해변길로~ 대진항 등대 대진항 수산시장 화진포 앞 바다 광개토대왕 능이 있는 거북섬
2일차 아침에 눈을 뜨니 비소리가 들린다. 우의와 우산을 챙긴다.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산책을 나섰다.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을 둘러보았다. 역시 김일성 별장은 바다를 내려다 보이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콘도로 가는 길 해안에는 가을동화촬영지의 마지막 장면의 배경이었던 명소로 소개하고 있다. 또 광개토대왕의 능이 있다는 거북섬도 소개하고 있는데 중국땅 집안에 있는 광개토대왕 능과 엇갈린 주장에 다소 놀란다. 학설이 다르니~ 콘도 안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성게미역국이 단연 인기였다. 입구에 걸려있는 서산대사 시를 행서체로 쓴 서얘작품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한번 써보려고 사진으로 남겼다. 또 군인콘도 답게 각 부대의 마크를 볼 수 있어서 옛날 근무했던 자기부대 마크를 찾곤 한단다.
이틀째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먼저 화진포 호숫가 언덕에 있는 이승만별장부터 찾았다. 계단길을 올라보니 과연 명당이다. 화진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승만 박물관 같다. 이승만별장과 기념관을 구경후 화진포 호수주변을 시작으로 계속 해파랑길이 나 있다. 호수의 바람이 어찌나 세든지 우산이 접힐 정도다. 길가에는 해당화가 빨갛게 익어 눈길을 멈추게 한다. 생태박물관도 보고 싶었으나 비바람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거진항으로 가는 길도 해안가 나무데크길이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멋진 바다속 전망대가 있었다. 백섬해상전망대라고 하는데 바다 안쪽으로 길게 다리가 나 있고 일부 바닥에 유리를 깔아 바다밑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2층까지 올려 전망대를 만들어 멀리서도 잘 보이고 사진도 잘 나온다. 직접 걸어보고싶은 인기 만점의 명소가 되고 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큰 바위 위에 검은 물체가 보여 자세히 보니 새들이다. 가마우찌라는 새- 예전 중국 계림 여행때 보았던 그 가마우찌란다. 거진항에 도착했다. 거진(巨津)의 한자로도 이해되듯 항구가 매우 크다. 대진과는 비교가 안된다. 점심은 역시 허영만의 백반기행의 맛집 "제비호식당"으로 정했다. 이번 걷기여행은 맛기행을 겸했다. 어제는 생선구이였으니 오늘은 생선모듬조림으로 정하고~ 칼치,고등어,가자미,이면수,열기 등 모듬생선이라 맛을 비교하며 먹는다.
오후의 걷기 목표는 가진항까지이다. 반암해변을 지나고 반암 솔밭길을 걷는다. 제1경 관동별곡 8백리길로 알려진 멋진 길이다. 솔밭과 나무데크길이 한없이 이어진다. 해안길을 걷는 즐거움이 이런 멋진 바다풍광과 길의 편안함에 있다 하겠다. 어마하게 큰 동산이 보인다. 하얀 줄기로 금새 알아보는 자작나무를 심어놓은 동산이다. 1만5천평의 동산에 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강이 흐르고 있어서 한층 새명소가 될 것 같다. 팔각 정자가 있어서 보니 "송강정철정"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빨간 전화통 같은 시설이 눈길을 끈다. 해파랑길과 자전거도로의 북천철교 통과 기념의 인증 도장을 찍는 곳이다. 이어서 강을 건너는 다리가 그 유명한 북천철교다리이다. 옛 동해북부선 철도요충지였던 북천철교 자리이다. 다리를 건넌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아름답다. 어둡기 전에 간성으로 향해 걷는다. 간성은 고성군의 유일한 읍으로 모든 행정의 중심지이다. 간성 도심지에 드니 모텔이 많다 미리 예약을 하진 않아 첫눈에 보인 성신모텔로 숙소를 정했다. 숙소 바로 앞에 장안식당이라는 큼직한 식당이 있어서 편했다.
오늘은 오전,오후 계속 걸어서 무려 35,000보를 걸었다. km로계산하니 24km이다. 몇년전 이 팀원들이 세운 일본 고대산트레킹의 43,000보(30km) 이후로 최고의 걷기 거리이다. 말하자면 국내론 최대기록이다. 그러니 나의 오른쪽 무릎이며 왼쪽 발바닥 족저근막염의 괴로움은 어떠했겠나? 항상 꼬래비로 뒤처져 왔지만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걸었다는 결과에 흐뭇하고 만족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산대사 시 서예작품 부대마크
북천철교 인증소
숙소앞 식당
3일차 오늘은 반나절 걷기로 마감하고 속초로 가서 서울로 귀가하는 날이다. 오늘의 해파랑길은 가진항에서 출발한다. 우리 일행은 간성에서 숙소를 정했기에 버스를 타고 가진으로 갔다. 가진항 어항을 구경하고 걷기를 시작한다. 수뭇개바위(삼속도 三束島) 사이로 보는 일출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단다. 공현진에 도착했다. 지명 이름이 마치 사람이름 같다. 공현진은 차박(車泊)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곳이다. 백사장이 넓고 경치도 좋다. 왕곡마을을 지난다. 꽃사과 나무에 마치 앵두 달리듯 많이 달려 몇개를 따 먹어보니 새콤하니 맛이 있다. 송지호를 끼고 데크길로 돌아간다. 송지호 해수욕장 안쪽 바다에 마치 물개가 엎드린 모양의 작은 바위섬이 눈길을 끈다. 죽도라고 한다. 반대편 7번국도 쪽 높은 타워에 시선이 간다. 철새 관망타워라고 한다. 기회되면 철새철에 한번 올라보고 싶다. 오봉리를 지나니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어 궁금했다. 알아보니 공설운동장이란다. 바닷가에 이런 훌륭한 체육시설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해변길은 계속이어진다. 봉수대 해수욕장을 지나고 오션투유리조트를 거쳐 마지막 종착지가 삼포항이다. 삼포항 조금 못미쳐 일행은 속초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현진 해수욕장 꽃사과
철새관망타워
송지호
속초가는 버스는 동해안 마을을 샅샅이 돌아가니 차창으로 보는 관광이 즐겁다. 천학정이 있는 교암리를 지나 아야진 해변을 돈다. 아야진은 요즘 인기절정의 어항이다. 아야진항에는 승용차가 엄청 많이 보인다. 아마도 설악산 단풍놀이 온 차량들인 것 같다. 속초시내 옛중앙시장(요즘은 속초수산관광시장) 앞에서 내렸다. 시장내 또하나의 맛집 "감나무집"에서 감자옹심이를 먹기로 했다. 줄이 길다. 20분가량 기다려 맛있는 옹심이를 배불리 먹었다. 서울서 먹는 옹심이와는 맛이 다르다. 시장구경을 하면서 쇼핑도 하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와서 서울 강남행 시간표를 보니 다음 차가 2시30분발이다. 토요일이지만 비교적 잘 달려 6시경 강남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지하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2박3일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행복한 걷기여행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요즘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라는 책에서도 걷기여행은 실제로 겪는 다리의 고통을 휄씬 능가하는 즐거움의 엔돌핀이 분출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절친과 함께 우정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이 행복감은 건강을 이어가는 한 계속 될 것이다.
|